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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음치가수'인 신바람 이재수에 대한 이야기다. 패러디는 TV에서 개그맨들이 즐겨 하는 연기나 [스포츠신문]에 실리는 개그 글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막상 '음악'을 소재로, 심지어 '음반'으로 발매되었던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음치인 가수의 노래에 대해 시끄러운 적도 없었다. 이러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신문 연예면이나 TV 연예정보 프로그램만 몇 번 봤다면 대강 감은 잡고 있을 것 같으니 여기서는 그 사이 일어난 일들을 압축해보자. 이의를 먼저 제기한 측은 서태지다. 자세히 말하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5년에 발표한 "컴백홈"을 이재수가 "컴배콤"으로 패러디하여 리메이크('개작')했고 뮤직 비디오까지 제작했는데, 이에 대해 서태지측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고소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쟁점은 '패러디와 저작권 사이의 관계'에 맞추어져 있다. 그렇지만 '법률적 문제'를 따지기 앞서 패러디 그 자체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도대체 패러디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영어 사전을 뒤지면 1) 풍자적인 개작, 2) 서투른 모방이라고 적혀 있다. 패러디는 사전에 나온 두 개의 정의부터 뉘앙스가 아주 다르다. 첫 번째 정의를 따르자면 패러디는 '풍자'라는 나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실천이지만, 두 번째 정의를 따르면 '모방'이라는 일고의 가치 없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패러디에도 질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실은 사전과는 다르므로(현실이 사전과 똑같다면 얼마나 편할까....), 현실의 패러디는 양자의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재수의 패러디는 어떨까. 그 전에 잠깐 몇 가지를 짚어보자. 패러디의 대상, 목적, 방법이라는 세 가지 과정을 떠올리면서 추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먼저 대상의 경우, '좋은' 패러디는 그 사회의 지배문화 혹은 주류문화에 속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최고인 줄로만 알고 있는 '예술가'가 만든 작품이 그런 패러디의 좋은 표적이 된다. 이때 패러디의 목적은 엘리트주의에 젖어있는 원작자 및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의 조류에 대한 고발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패러디는 특히 이런 작품을 싫어하는 층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을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패러디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먼저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너 어떻게 그렇게 야단법석 떠는 청년이 되었어 / 캡틴 크런치도, 레이진 브랜도 원치 않아 / 흠, 다른 아이들이 일본에서 굶어죽는다는 것을 몰라? / 그래, 먹어 그냥 먹어", "주장하고 싶지도 않고 논쟁하고 싶지도 않아 / 어떤 종류의 음식을 니가 싫어하는 지 듣고 싶지도 않아 / 니 접시가 깨끗해질 때까지 디저트를 얻을 수는 없을 거야 / 그러니 먹어 / 배부르다고 말하지 마 / 그냥 먹어 (먹어) / 먹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불후의 명곡' "Beat It"를 개작한 위어드 앨 얀코빅(Weird Al Yankovic)이 만든 "Eat It"의 가사다. 시원치 않은 영어 실력으로 번역을 해놓고 보니 그닥 웃기지는 않지만, 그 대상이 1983년 당시에 천상천하 유아독존하던 마이클 잭슨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이런 패러디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마지막에 "먹어"라고 표기된 부분이 바로 "Eat It"인데, 이걸 듣고 있으면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귀에 '이렛(eat it)'이라고 들리는 부분은 마이클 잭슨의 원곡에서 '삐렛(beat it)'이라고 불리는 부분에 해당된다. 하긴 이런 경우는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라 '백견이 불여일문'이다. 특히 원곡의 가사와 발음이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뜻을 가진 가사를 대입하는 기발함으로 인해 "Eat It"을 한번들은 사람은 원곡을 들을 때마다 패러디를 함께 떠올릴 정도다. 이 곡을 부른 얀코빅은 1980년대의 화려하고 번드르한 주류 문화에 '똥침'을 날린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앞서의 사례로 패러디의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한 셈이 되었다. 부연하자면 기발한 대어(對語)를 사용하는 '말장난', 원곡의 가수의 발성을 흉내내는 '목 장난' 등이 얀코빅의 트레이드마크다. 전자에는 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후자에는 음악적 센스가 중요하다. 얀코빅의 경우 직접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그는 단순한 모작(模作)을 넘어 또 다른 창작이라는 '업적'을 남기고 있다. 물론 얀코빅의 방법이 유일하게 올바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말이 아니라 '다양하고 독창적인' 패러디의 방법이 모색되어야겠다는 말이다. 그러니 패러디의 대상을 잘못 선정하거나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내공'이 없다면 원곡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은 경우 순간적 관심을 끌지는 몰라도 하나의 '패러디
문화'를 형성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패러디는 '그게 그거다'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얀코빅의 경우도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런 평을
들었다. 물론 199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패러디한 "Smells Like Nirvana"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렇다면 이재수의 노래는 단지 모방을 통한 원작의 훼손이고 희화화일 뿐이므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인가. 복잡한 것이,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 그의 패러디에는 창작능력이 뛰어나고 기량이 출중한 사람들만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통념에 대한 우회적 비판의 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가 메이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연예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본래 그가 인터넷이라는 '비주류 미디어'에서 활동하면서 소수의 자생적 팬을 가지고 있던 존재였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셈이다(참고: 그는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배칠수의 음악텐트>에서 '신바람 이재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출발하여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한 케이스에 속하지 처음부터 급조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현재 사태의 진행에서 보듯 이재수의 패러디에 대한 평가는 '취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음악을 '예술'로 존중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은 '원작의 훼손과 희화화'라고 평할 것이며, 음악을 '연예'로 생각하는 사람은 '웃고 즐길 수 있는 풍자'라고 평할 것이다. 일단 두 부류로 나누었지만 같은 부류 안에도 상이한 견해가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제안은 이재수가 한 패러디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대중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문화적 가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법률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이재수의 기획사측은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경제적 문제들은 '법대로', '돈 문제로' 해결하고, 이재수의 '작품'에 대한 문화적 토론은 별도로 진행하자는 제안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저작권협회 앞에서 '침묵시위'하는 서태지의 팬들을 보는 심정도 착잡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때 그걸 고갈시켜버리는 산업의 생태도 심난하다. 0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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