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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의 불행한 음악 듣기: [Love, Peace & Poetry: Latin
American Psychedelic Music](Q.D.K./Normal, 1998) 음악 듣기의 유형: 희귀음악(rarities)
추구형 + 과거지향형 미국에 살고 있는 후배가 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어 P2P 방식으로 전송해준 파일들은 제일 위에 적힌 이름의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된 트랙들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싸이키델릭 음악'이라... 대충 1960년대 후반에 나온 음악이라는 것은 제목을 보고 파악할 수 있었다. 워낙 생소한 음악이기에 인터넷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더니 이 음반은 시리즈로 발매되는 것이었다. 이 음반에 앞서 'Love, Peace & Poetry'라는 공통된 제목 아래 미국과 영국의 싸이키델릭 음악이 이미 발매된 상태였다. 그 다음 시리즈 음반은 놀랍게도 두 번째 적힌 제목의 음반이었다. 아시아의 싸이키델릭 음악?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Korea'의 음악도 두 곡이 선곡되어 있었다. "San Ul Lim - It Was Probably Late Summer"와 "Jung Hyun And the Men - Korean Titel A2"라는 영어 글씨는 한 1분쯤 지나야 '아하..'라는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첫 곡은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가 분명했다. 그런데 두 번째 곡은 혼동스러웠다. '정현'일까 '중현'일까? 신중현을 말하겠군. 어 이상하다. '더 맨'은 신중현의 밴드가 아니라 신중현이 지도하던 장현의 밴드였는데... 게다가 곡의 해석도 "코리안 타이틀"이라고만 적혀 있어서 도시 오리무중이었다. 'Titel'이 오타인지 아닌지도 궁금했다. 곡의 길이가 9분 56초에 달하는 대곡이라서 '그런 곡이 어디 있었나'라는 의문만 품게 될 뿐이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다음 단계는 CD를 주문하는 것. 그리고 한달 뒤 문제의 CD를 마침내 입수할 수 있었다. 불행히 앨범 커버는 전혀 '아시아적'이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는 넘어가기로 하자. 3번 트랙은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고, 14번 트랙은 예상이 조금 빗나갔다. 다름 아니라 신중현과 엽전들의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중현과 뮤직파워 2집](1982)에 레코딩된 버전도, [신중현과 엽전들 2집](1976)에 수록된 버전도 아니었다. 지금은 희귀본이 되어버린 [김정미 3집(Now)](1973)에 수록된 버전도 아니었다(개인적 취향을 밝히면, 김정미가 노래한 이 레코딩이 최상으로 보인다). 나도 최근에야 들어볼 수 있었던 신중현과 엽전들 시기에 레코딩해 놓고 끝내 빛을 보지 못한 데모 버전이었다. 애국심에 따른 편견이 작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음반에서 최고의 트랙은 한국의 음악인들의 작품이었다. 홍콩, 터키, 인도, 캄보디아 등의 밴드의 작품들은 영어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에는 무언가 어설퍼 보였고, 자국어 가사로 노래부르는 경우는 '민속음악'에 가깝게 들렸다. 뜻밖에도 캄보디아 록스(Cambodia Rocks)라는 이름의 캄보디아 밴드의 음악이 특이했다. 그렇지만 이런 심정이 지나간 뒤에는 아련함과 우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련함은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이 지나간 시대의 것이기 때문이라면, 우울함은 지나간 시대가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리즈 음반을 제작한 레이블은 금시초문이고, CD 겉면에 'Made in Germany'라고 적혀 있고 부클릿의 영어 해설지에도 독일에 관한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독일에 소재한 레이블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반이 많이 판매될 리는 없다. 그렇지만 영국이나 미국도 아니고 독일에서 '아시아의 대중음악'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못해 조금 질릴 정도다. 황학동의 중고음반시장을 뒤져 지글지글거리는 LP로 듣는 것에 만족하는 한국의 '한국 록 매니아'들과 달리 이들은 디지털 리매스터링을 거쳐 깔끔한 음질로 이렇게 포장해 놓았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클릿의 해설지에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이들의 정보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이에 관한 정보를 애타게 찾고 있을 관계자에게 e메일이나 팩스라도 한번 보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아마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미룰 것 같다. 세계화나 지구화를 그토록 떠들어도 실제로는 구심력 강한 한국인의 성향이 나라고 예외는 아닌가보다. 어쩌면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에 대중음악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하나 없느냐"는 질문을 들을까봐 두려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현재 '온라인 코리아'는 대중음악의 역사에 대한 공개적이고 공적인 정리나 토론은 전무한 채 최신 유행하는 음원들만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상태다. 20020212 * 지면 관계 상 첫 번째 음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못 했습니다. 다음 기회로 넘기겠습니다. 20020212 * 관련 사이트 [Love, Peace & Poetry: Asian Psychedelic Music]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 [Love, Peace & Poetry: Asian Psychedelic Music]의 음반 리뷰(영문) * [야후 매니아]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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