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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TV 방송국마다 '방송가요대상'같은 이름의 시상식이 있었다. 조금 지난 이야기라서 다시 들추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이런 행사들은 대체로 '10대 가수'와 '가수왕'의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름은 다를 수도 있지만, 대체로 '가수왕 뽑기대회'인 셈이다. 솔직히 "요즘이 어느 땐데 '왕'이 뭐냐. 촌스럽게..."라는 생각이 들지만 괜한 시비 같으므로 그냥 넘어가자. 한 방송사에서 뽑는 10대 가수는 10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이유는? 솔로 가수 뿐만 아니라 그룹도 있어서? 그건 아니다. 헷갈리지만 앞으로 '명'이라고 쓰는 것은 '단위'로 이해하자. 별 말이 아니라 핑클은 다섯 명이 아니라 '한 명의 가수'로 간주하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10大가수가 아니라 10代가수라서? 이런 말장난 때문도 아니다. 이 방송사는 '30세 미만의 국민'과 '30세 이상의 국민'을 나눠서 10대 가수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면 10대 가수는 모두 20명? 그것도 아니다. 30대 미만과 30대 이상에서 모두 뽑힐 수가 있으므로 20명보다 줄어들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이상이라야 알겠지만 '공집합'에 속하는 사람들은 전체 수에서 빼야 한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아저씨 같은 사람에게 이런 구분은 좀 불쾌하다. '가수왕'도 30대 미만과 30대 이상으로 나누고, 30대 이상을 대표하는 가수왕이 태진아라서 그렇다. '음악인으로서의 태진아'에 대해서 뭐라고 그러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악이야 각자 취향 따라 듣는 것이니까 태진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분들의 취향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태진아의 음반 한 장 사본 적 없고 라디오에서 어쩌다 듣게 되면 채널을 돌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가 '30세 이상의 국민이 뽑은 가수왕'이라는 사실은 어째 좀 받아들이기 머쓱하다. 요는 같은 세대라도 취향이 천차만별인 세상에 살면서 '같은 세대면 같은 취향'으로 몰아넣는 현실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아저씨들이 음반도 안 사니까 그렇잖아요?"라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방송사의 집계방식은 '여론조사'류이므로 음반 판매량도, 라디오 방송횟수도, 노래방 재생횟수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렇게 해서라도 '왕'을 뽑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방송사측이야 '연말이니까 가족 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의 한자리를 갖는 의미가 있다'는 식의 해명으로 넘어가겠지만, 연말에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가정이 아직도 그렇게 많은지는 의문이다. 보다 석연찮은 점은 그 자리에 당연히 나와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몇 명 더 있을지 모르지만 싸이, 조성모, 박진영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 한 해 동안 50만장에서 100만장 사이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인물들이다. 왜 그랬을까. 싸이는 아마도 '마약복용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어서 자숙하고 있는 뜻으로' 그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상이라도 주면 안 되는 걸까... 마약을 한 게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이랑 마약은 일단 별개 아닌가. 조성모는 '대리수상'을 하기는 했지만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른 방송사의 행사에서는 수상자 후보로도 선정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음반이 100만 장 수준으로 판매된 주인공이 축제같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현재의 불공정한 시스템은 이상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박진영은? 그의 경우는 후문도 없다. 혹시 g.o.d.가 '30대 미만의 국민이 뽑은 가수왕'을 받는데 프로듀서를 맡은 자기까지 무대에 나오는 게 미안해서였을까? 그 자리가 '미안하다'고 나오지 않아도 될 자리는 아닌 것 같다. 가수왕이란 게 마지막에 발표하는 긴장된 순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혹시 g.o.d.의 수상을 미리 알고 나오지 않은 것이라면, 시상식은 '짜고 치는' 것이었을까. 아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왜일까? 혹시 '시시해서' 나오지 않은 걸까? 이것 역시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혹시 가수왕이 미리 내정된 것이라면 내가 그였다고 해도 안 나갔을 것 같다. 왜냐고? 시시해서. 정정: 지난 달 기사에서 조성모가 이전 소속사인 GM기획의 전략에 따라 희망마라톤과 전국순회공연을 기획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므로 정정합니다. 특히 그의 팬들에게 부정확한 내용으로 본의 아닌 심려를 끼쳐드린 점사과드립니다. * 하이틴 월간지 [틴뉴스](구 포브틴)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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