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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가 '전문음악 웹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스스로 전문가를 자처한다고 하는 일은 우습지만, 그렇다고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말도 책임을 회피하는 얍삽한 짓에 지나지 않으므로 답변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문 음악평론가인가'라고 물어보면 평소에도 가지고 있는 말더듬 증상이 더 심해진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건대 '전문가'라고 규정되는 순간 '무언가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전문가는 몇 명 없다.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런 난점은 한국에서 '가치있는' 음악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직면한 문제점이기도 하다. 1996년의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번에 언급한 얼트바이러스라는 '평론가 동인단체'는 '인디펜던트 록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소란"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그 행사에는 델리 스파이스, 크라잉 너트 등 현재 '노래방에도 한두 곡이 들어있는' 존재들도 참여했고, '김윤아 없는 자우림'인 CCR('쵸코 크림 롤스'의 약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도 무대에 올랐다. 지금은 딴지일보에서 '파토'라는 이름으로 필봉을 휘날리는 원종우의 밴드 배드 테이스트(Bad Taste)도 있었다. 불행히도 이 행사는 '우리가 한국 최초로 인디펜던트 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자화자찬식 평가를 제외한다면, '동네잔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로 3년 더 행사를 개최했지만 유료로 개최했던 1999년 행사가 쫄딱 망한 뒤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더 이상 개최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1999년 쫄딱 망했던 '소란 99'보다 보름 전에 개최된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성황리에 끝났다. 이를 두고 얼트바이러스 내부에서는 '시장의 힘이 역시 강하구나'라는 생각 이상은 하지 못했다. 주최측인 우리는 '소란은 상업적 행사가 아니라 공공 문화행사'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소란'은 번듯한 공연이 되기에는 엉성하고 초라했지만, 당시에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공연에 참여한 뮤지션들이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심지어 행사를 추진한 주최측 내부에서도 '이런 행사를 왜 합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식으로 이야기해보면 우리는 '관'과 '시장'의 비좁은 틈새에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이상한 존재들 정도이었다. '번듯'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쪽과 손을 잡아야 할까. '관'과 '시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글의 부제로 삼은 '입법자'와 '해석자'에 각각 대응한다. 먼저, 입법자는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라면 '선출된 엘리트'인 전문가가 공공기관의 힘을 빌어 대중음악계를 개혁하고 시장의 힘에 반(反)하여 '미학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자들의 주장일 것이다. 음악산업과 맞부딪혀 보다가 '시장에서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하는 사람 주장이기도 하다. 만약에 그렇다면 '소란'같은 행사도 문예진흥기금도 받고 정부지원을 받아서 개최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입법자들이 설정하는 미학적 가치의 위계는 절대적으로 타당할까'라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해석자는 다름 아니라 '학자(아카데미션)'의 입장이다. 이 입장은 미학적 가치판단은 유보되고 음악상품의 다양한 의미를 해석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나는 2000-01년 경 해석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버린 것 같다. 해석자는 문화적 권위를 행사하는 입법자의 '오만'을 회피할 수 있어서 체질에 맞는다면 매력적으로 보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전문가가 현실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작위적 결과를 낳기 쉽다는 경험적 판단도 한몫 했던 것 같다. 물론 해석자는 '현상태의 변화'를 가져오는 실질적 힘을 행사할 수 없으며, 시장에 의해 형성된 다양성 이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는 [weiv]를 운영하면서도 지속되고 있다. '음악 비평 커뮤니티'라는 말 자체가 음악을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괴리감을 던질 것이다. '비평' 자체에도 회의적인데 거기에 '커뮤니티'까지 형성한다는 것은 어떤 '권위'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문화 지식인들 몇몇이 '단맛' 심지어 '꿀맛'을 보고 있는 정부기관의 지원은 [weiv]는 가급적 피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운영하려는가. 시장에 내던져 버리는 경우 한국에서 음악 잡지는 '음반사로부터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 역시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내가 알면 지금 이러고 있겠는가. 다음 시간에 마무리하자. 20020204 * [컬티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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