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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ugh Guide to World Music]이라는 책이 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월드 뮤직'을 소개한다는 것은 제목 그대로지만, 그 소개가 '러프'한지는 제목처럼 분명하지는 않다. 초심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월드 뮤직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이 책은 '터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긴 세계 각지의 음악문화를 두 권에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월드 뮤직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좀 복잡해지니까 여기서는 '한국과 월드 뮤직'이라는 주제로 좁혀 보자. 그런데 한국의 경우 '월드 뮤직'에 속할 만한 음악이 뭐가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이런저런 음악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한국의 음악이 월드 뮤직계에 그리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농악부터 룰라까지' 모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조차 낯선 전통음악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은 '포크'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국인들조차 '포크'라는 단어를 'folk'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포크'를 'pokku'라고 표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의 구강구조나 언어습관에는 저런 표기가 합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한국의 포크가 'folk'라는 영어 단어 그대로 '민속'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1970년대 포크는 '트로트가 아닌 음악'을 말했고, 속어로 말하면 '빠다 느낌이 강한 음악'을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포크라고 불리는 음악은 '좋은' 음악이었고, 길게 달리 말하면 포크란 '미국화된 음악'을 말했다. 이때 포크란 '미국 민속음악(American folk music)'였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민속음악(Korean folk music)'는 아니었다. 이건 일본이나 타이완도 그랬다고 하니 동아시아 나라들에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나 보다. 그래서 성장기를 '포크송'과 함께 보낸 나같은 사람도 '포크 빅 4 콘서트'같은 행사가 있으면 '트로트 따라 하나'라는 생각이 앞선다. 당시에는 '미국물 먹은 애들' 정도로 치부되던 사람들을 이제 와서 '한국 대중음악의 선구자'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상록수"같은 노래가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 이미지와 더불어 '국난극복의 의지'를 담은 송가로 둔갑하는 장면은 영 마뜩치 않다. 그런데 최근 나온 두 명의 포크 베테랑들의 음반은 이런 생각을 멈추게 한다. 주인공은 김두수와 백영규다. 짧은 지면에 상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음반들은 한국 포크송이 '세종문화회관과 미사리에서의 노스탤지어'로만 그치지 않고 '현대의 민속음악'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지만 음악의 정서가 '한국적'이다. 장구나 꽹가리를 두들기고 태평소를 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된 거다. 애들이야 관심없든 말든 그러면 된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정태춘 '형님'의 베스트 음반도 발매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도 '제대로 된 역사'를 쓸 때가 온 것 같다. 20020410 * [스카이라이프]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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