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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서울의 한 대학교 건물에서는 라이브 클럽 합법화를 위한 법 개정에 관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몇 년 간을 끌어왔던 이 문제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문화관광부 사무관은 3월 내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내려진다고 한다. 언제나 국민건강 상태를 걱정하시는 모부처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현재 라이브 클럽 공연을 가로막고 있는 식품위생법 조항이 개정될 것이라는 희망스러운 이야기였다. 한 중견 음악인들은 그동안 겪어왔던 힘든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슴벅찬 발언으로 잠시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라이브 클럽의 합법화가 '상업화'의 방향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클럽을 힘겹게 운영해 왔던 클럽 주인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합법화된 공간에서 '극장식 클럽'같은 대형업소가 출현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그럴 경우 영세한 규모로 클럽들은 적자생존이라는 '시장 논리'에 따라 도태할 우려가 있다는 견해였다. 클럽 합법화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초래할 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한 가지 짚어 볼 문제가 있다. 그것은 현재 존재하는 라이브 클럽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이제까지 각종 규제가 있어왔던 것은 이들 클럽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유흥업소'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라이브 클럽은 세금과 기금을 징수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나이트클럽, 노래방, 단란주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시각과는 큰 괴리가 있다. 클럽 운영자들은 라이브 클럽이 생업의 수단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돈 안되는' 일을 단지 '음악이 좋아서' 꾸려나가고 있다. 정리한다면 현재 라이브 클럽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 클럽을 경제적 공간으로 보느냐 문화적 공간으로 보느냐라는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만약 라이브 클럽을 문화 공간으로 사고한다면, 이는 준(準) 공공시설이고 경제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규제'가 아니라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현재의 논의는 단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라이브 클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의 정부는 자국의 대중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지원정책을 실시한 지 오래다. 이는 이미 부와 명성을 쌓은 대중음악인들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음악이 창조되고 전파되는 기층의 제도 및 단체에 대한 지원이다. 스튜디오, 연습실, 공연장 등은 공공시설('관공시설'이 아니다)로 간주되어 각종 보조금이 지급된다. 또한 정부의 개입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체로 준수하고 있다. 이런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나라들은 대부분 대중음악의 강국들이자 '수출국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한국의 대중음악인들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 '규제와 단속'에 시달렸던 경험 때문에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식과 내용은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달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다. 어쨌든 위 자리에 모였던 대중음악 관련 인사들은 클럽 합법화 추진 '운동'(운동이 뭐 꼭 거창한 건 아니다)이 대중음악이 창조되고 전파되는 과정 전체에 대한 지원을 제안하는 중장기적 운동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런 기대가 잠재적 소망의 수준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실제적 효과를 나타낼 지는 많은 변수에 달려 있다. 가능하다면 몇몇 국회의원과 행정사무관의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협의체가 결성되고, 여기에서는 내부의 차이와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여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얘기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것이다. 라이브 클럽은 아직까지 '절박한 소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음악 문화는 '원만한 다수'의 중앙집권적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전달하는 지배적 매체인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방송의 문제가 거론되야 하겠지만 '방송법 개정'이라는 주제는 나같이 '작은' 사람에게는 감히 엄두가 안나는 주제다. 하긴 '클럽 합법화'도 처음에는 난공불락처럼 보였던가. 990208 * <뉴 미디어 저널>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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