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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알고 지내는 젊은 대학생들 중에 외국 여행을 나가는 이들이 꽤 많았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내 주위에서는 '어학 연수'가 아니라 '페스티벌 관람'이 여행의 주된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IMF 사태 이후 현격히 줄어들긴 했지만 1997년 여름까지는 많은 젊은이들이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이들이 찾는 곳으로는 미국의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이나,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나 레딩 페스티벌,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이 대표적이었다. 음반이나 영상물을 통해서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인들의 실제 모습을 본 경험은 한동안 대화의 소재가 되는 모양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막 놀 수 없게 된' 처지에 잘 노는 젊은애들을 부러움 반, 시기심 반으로 쳐다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각설하고, 신세타령을 꺼낸 이유는 이번에 한국에서도 대형 국제 페스티벌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7월의 마지막 날과 8월의 첫 날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 페스티벌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시내 도처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페스티벌의 '구색'은 잘 갖춰져 있다. 초청되는 외국의 밴드의 경우 경력, 장르, 국적 면에서 다양함을 추구한 노력이 엿보인다. 노장 하드 록 그룹 딥 퍼플 Deep Purple부터 신예 '모던 록' 그룹 애쉬 Ash까지, 헤비 메탈(드림 씨어터 Dream Theater)부터 하드코어(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t The Machine)를 거쳐 테크노(프로디쥐 the Prodigy)까지, 또한 영미권 뿐만 아니라 일본(매드 캡슐 마케츠 Mad Capsule Markets, 오블리비온 더스트 Oblivion Dust), 독일(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 Atari Teenage Riot), 호주(디제이 헤비 지 DJ Heavy G)의 뮤지션들도 초청되어 있다. 국내의 록 밴드들중 인기와 경력 양면에서 좋은 평을 받는 밴드들이 역시 출연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기대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대형 페스티벌은 처음 치르는 일이기에 '운영 미숙'이 다소 걱정된다. 꼭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록 공연장에는 늘 '긴장'이 존재한다. 마음껏 욕구를 발산하는 청중의 열망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경호와 본래부터 양립 불가능할 지 모른다. 그래서 경호에 '실패'하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경호에 '성공'하면 라이브 공연이 주는 쾌락은 반감된다. 청중과 경호원 사이에 자율적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는 미덕은 이제 처음으로 페스티벌을 맞이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일이다. 게다가 시간을 제대로 안 지키면 몹시 불쾌해 한다는 외국의 유명 뮤지션들의 까탈을 어떻게 감당해낼 지도 또 하나의 우려사항이다. 주최측의 다소 '정신없어 하는' 모습을 본 사람의 기우이길 바란다. 더 큰 걱정은 '과연 흥행이 잘 될까'라는 것이다. 주최측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불필요한 걱정거리일 지도 모르지만 결코 적잖은 비용을 지불하고 페스티벌을 즐길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미지수다. 이런저런 연줄과 인맥을 이용하여 '공짜로'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던, 그래서 실제 모인 사람에 비해 수입은 보잘 것 없었던 관행을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하다. 그런데 만약 잘 된다면, 그 다음은? 만약 성과가 좋으면 다국적 음반사들이 한국이 록 음악의 시장잠재력이 크다는 판단 하에 이런저런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게 즐거운 예상은 아니고, 그러다 보면 록 페스티벌에 대해 '외국에서 하는 행사를 뒤늦게 흉내나 내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려올 지 모른다. 그렇지만 음악과 관련된 놀이 문화가 '서구적인 것을 모방.수용한 것' 아니면 '우리 것을 원형에 가깝게 계승하는 것'으로 양분되어 있는 현상 자체가 문제지, 새로운 시도를 문제삼을 일은 못된다. 여가의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록 페스티벌이 이 공간을 박탈당한 이들이 어렵사리 가져보는 자리라면, 나는 페스티벌이 '사고 없이 유쾌하게' 치러지길 바라는 사람에 속한다. 990708 에필로그: 그러나 불행히도 천재지변이...한국은 하늘이 버린 곳인가. * <뉴 미디어 저널>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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