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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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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No More Shall We Part]라는 제목의 앨범이 발매되었다. 주인공은 닉 케이브(Nick Cave)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컬트' 뮤지션이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대속적 사랑(redemptive love)'을 설파하는 노래들을 듣고 '웬 찬송가?'라는 반응만을 보였겠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아는 사람은 약간은 갸우뚱해 하면서도 그의 새로운 계시(?)에 관심을 보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Wings of Desire>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추락한 천사가 어떤 여자를 찾아 어느 클럽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격한 제스처로 울부짖듯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가 닉 케이브다. 노래의 제목은 "From Her to Eternity".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를 패러디한 제목이지만 패러디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유머러스함과는 거리가 멀게 음악은, 곡이나 가사나 범상치 않다. 가사의 내러티브는, 남자는 위층에서 울고 있는 소녀를 본다 -> 남자는 그녀의 고통을 치유해 주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서 소녀의 일기를 읽는다 -> 그는 갑자기 소녀를 소유하고 싶어진다 -> 그녀를 소유하게 되면 자신의 욕망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 그가 내린 결론은 소녀가 "to go"하는 것이다. 이게 '그녀로부터 영원으로' 가는 방법이다. 이런 여인 살해의 테마가 닉 케이브라는 사람의 성격 이상에만 기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이 세상에서 가장 시적인 토픽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던가. "그가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긴 손톱을 그의 부드러운 가슴에 박아 넣는다. 아이가 죽지는 않도록. 만약 아이가 죽는다면, 더는 그 비참한 모습을 즐기지 못할 것이니까"라는 로트레아몽(Lautramont)의 시에서 '아이'를 '여인'이라고 바꿔도 유사한 느낌일 것이다. 음악에서 이런 '전통'은 미국의 '민속' 음악에서도 발견된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딥 퍼플(Deep Purple)이 커버(리메이크?)하여 유명해진 '전래민요'인 "Hey Joe"는 마누라를 죽인 뒤 도망치는 남자의 이야기고, 1960년대의 포크 가수 팀 로즈(Time Rose)의 "Long Time Man"도 여자를 죽인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감옥에서 울부짖는 남자의 이야기고, 블루스 뮤지션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의 "I'm Gonna Kill That Woman"도 여인을 살해하려는 충동을 담고 있다. 따지고 보면 TV 시리즈물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도망자>도 '부인을 죽인 누명을 쓴 남자'의 이야기인 것만 봐도 '여자 살해'라는 테마가 서양인 남자들에게는 원죄처럼 따라 다니는 상징체계인 듯하다. 닉 케이브는 위 세 곡을 모두 리메이크했다. 이렇듯 여인 살해의 테마는 1980년대 초 펑크 밴드 버쓰데이 파티(Birthday Party)를 거쳐 배드 시즈(the Bad Seeds)라는 백 밴드를 이끌고 솔로로 독립한 뒤에도 늘 그를 강박적으로 따라 다니는 테마다. 마침내 1996년 한국에 처음 선보인 그의 앨범 [Murder Ballads]는 10개의 곡을 모두 '살인의 발라드'를 수록했다. 발라드가 '낭만적 사랑의 감수성'만을 다룬다고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의외일 것이다(물론 그의 발라드가 한국식 '뽕 발라드'는 아니다). 닉 케이브의 발라드가 낭만적 '사랑'을 노래한 것은 아니지만 '낭만적'인 것은 맞다. 그의 살인은 그라인드 코어나 데쓰 메탈같은 음악에서 표현하는 동기가 불분명한 파괴욕과는 달리 '욕망의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닉 케이브와 종종 유비되는 로트레아몽이 '후기 낭만파' 시인에 속한다면, 그를 낭만적 살인의 시인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술집에 들어선 뒤 거기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11분 여 동안 노래하는 "O'Malley's Bar"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거울을 바라보면서 "한 종류의 인간(a kind of man)이 서 있네"라고 읊조린다. 저자의 변은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 사회가 너무 끔찍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살인은 정당한 정신적 추구이고, 삶에 일정한 특질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방식이다. 이는 우울한 이 세상의 부산물이다....본질적으로 이 곡은 희극적인 노래지만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우리 사회를 흐르는 도덕적 비겁함에 대한 분노의 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발표된 앨범이나 1997년의 앨범 [The Boatman's Call]에서 그의 관심은 인간성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이를 넘어서는 사랑의 추구로 이행했다. 다분히 종교적이다. 이걸 두고 서양인들의 '병'이라고 일축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다음 가사를 읽으면 주류 기독교와는 거리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신은 당신의 자비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의 자비의 결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 신은 또한 그가 창조한 세계를 당신이 창가에 앉아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그 사이에 슬픔은 당신 주위에 쌓여간다. 못나고, 쓸모 없고, 이상 팽창된 당신 주위에"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Murder Ballads]의 마지막 트랙에서 밥 딜런의 곡을 리메이크한 "Death Is Not The End"도 다른 의미로 들린다. 마치 기독교의 연도(連禱: litany)처럼 여러 명이 번갈아 노래하는 이 곡은 '현세에서의 고통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세로 이월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무래도 순서를 바꾼 게 잘한 것 같지 않다. 다음에는 흘러간 인물이라고 홀대하지 말고 밥 딜런을 꼭 다뤄야겠다.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