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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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대통령(The Black President)", "아프로비트의 제왕(The King of Afrobeat)", "나이지리아의 밥 말리", "가난한 노동자의 목소리" 등의 칭호를 듣는 사람이 누굴까?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미국 흑인' 중에서 이 인물을 찾는다. 그렇지만 아니다. 주인공은 우리에게는 '축구공 좀 잘 차는 나라' 정도로 알려진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출신 펠라 안티쿨라포 쿠티(Fela Amtikulapo Kuti), 줄여서 펠라 쿠티, 더 줄여서 펠라다. 아프로비트란 그가 창안한 음악 스타일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나이지리아니까 당연히 그 나라 대통령은 흑인일 텐데, 왜 일개 뮤지션에게 '흑인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부여하는 것일까. 간략히 알아보자.
1938년 목회자인 아버지와 정치 운동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의 지식인이 의학을 공부하러 런던에 건너갔다가 밴드를 결성한 일이 인생이 꼬이는(?) 첫번째 계기였다. 그곳에서 전설적 록 밴드 크림(Cream)의 진저 베이커(Ginger Baker)와 교류하고, 뒤에는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흑인 민권운동가들과 교류한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스타일의 아메리칸 훵크에 나이지리아의 주주(juju)와 가나의 하이라이프(highlife)라는 토속 리듬, 그리고 주술적인 그의 보컬을 결합한 아프로비트가 탄생한 것이다. 나이지리아 70, 아프리카 70, 이집트 80 등으로 밴드의 이름을 바꾸면서 펠라는 '아메리카 음악도 아프리카 음악도 아닌' 독특한 음악을 확립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음악 자체보다도 음악 활동을 전개한 방식이었다. 1970년 나이지리아로 돌아온 펠라는 '칼라쿠타 공화국(Kalakuta Republic)'을 세웠다. 정말로 나라를 건국한 건 아니고 스튜디오와 클럽을 보유한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펠라는 28명의 부인(!)과 합동 결혼식을(뒤에는 합동 이혼식도) 올리고, 일상에는 팬티 차림으로 누워 마리화나를 피우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다. 물론 불경스러운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레코드로 발매하는 일도 계속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려는 정부를 비아냥거리면서 "천천히 다녀라"라고 설파했고("Go Slow"<1975>), 군인과 정치인들을 영혼 없는 무의지한 인간인 "좀비"라고 칭했고("Zombie"<1977>), 정부의 난폭함과 관료의 무능을 꼬집었다("Upside Down"(1976)). 이 무법자이자 기인(奇人)은 연발 쿠데타로 집권을 계속한 군부 정권 수뇌부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1974년 대마초 소지 용의로 체포된 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1977년에는 1,000명의 군인들이 칼라쿠타 공화국을 습격하여 불을 지르고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급기야는 펠라의 어머니를 2층에서 떨어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잠시 망명을 갔다온 펠라는 MOP(Movement of People)라는 비공식 정당을 만들고, "Colonial Mentality"나 "ITT(International Thief Thief)" 같은 음악을 만들어 저항을 계속했다. 짧은 민정 시기를 거쳐 1983년 다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1984년에는 공항에서 '외화 도피'라는 미심쩍은 명목으로 체포·투옥되었다. 그 와중에서도 "결코, 결코 멈추지 말고 싸워라(Never, Never Stop Fighting)", "음악은 미래의 무기(Music is the Weapon of The Future)"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기며 투쟁을 계속했다. 1997년 펠라는 마리화나 소지 및 복용으로 다시 한번 구속되었다. 석방된 뒤 자신의 음악과 병을 묘한 종교적 수사로 설명하는 인터뷰를 몇 차례 가진 뒤 펠라는 "조상들에 가담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했다. 사인은 AIDS였다.
정리하면 펠라 쿠티는 아프리카 중심주의(Afrocentrism)를 가장 극한적으로 주창한 인물이었다. 그건 때로 과대 망상적이고, 가부장주의적이고, 성차별주의적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때로 비합리적이고, 신비적이고, 유사 종교적으로 보이는 방법이 필수적일 때가 있다. 그렇다면 펠라가 스튜디오를 사당(Shrine)으로 부르고, 자신의 삶을 요루바족의 수많은 '신'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던 일은 '원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이럴 때 식민 모국에서 슬쩍 훔쳐온 것을 '우리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펠라의 아프로비트는 아프리카의 대중 음악에서 가장 '미국적'인, 따라서 가장 '현대적'인 것이었다. 그 결과 다른 아프리카 대중 음악들이 '월드 뮤직'으로 마케팅되면서 백인 청중의 호사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그치고 있는 반면, 펠라의 아프로비트는 다음같이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용구의 주인은 이른바 '앰비언트 음악'의 창시자이자 토킹 헤즈(Talking Heads)와 U2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다. "1970년대에는 세 가지의 리듬이 있었느니라. 하나는 슬라이 스톤(Sly Stone)의 훵크(funk)요, 다른 하나는 펠라 쿠티(Fela Kuti)의 아프로비트(Afro-beat)요, 마지막으로 노이!(Neu!)의 노이!-비트이니라" 1. 노이!(Neu!)는 1970년대 독일의 실험적인 록 음악인 이른바 '크라우트록(Krauterock)'에 속하는 밴드다. 2. 토킹 헤즈의 앨범 <Remain in Light>(1980)는 서양의 음악인들 중에서 아프로비트에 영향받은 선구적 작품이다. 3. 펠라 쿠티의 장자인 페미 쿠티(Femi Kuti)는 포지티브 포스(Positive Force)라는 밴드를 이끌고 가업을 계승하고 있으며, <Shoki Shoki>(1999)로 영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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