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CONS:

 
  • 까에따누 벨로주: 팝의 진정한 모더니스트이자 국제주의자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는 '영화 [흑인 올훼(Orfeu Negro)]에 나오는 삼바 축제 장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는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원초적'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실제로 브라질 사람을 만나게 되면 '흑인 올훼처럼 살지 않아서' 실망하는 일조차 있다고 한다. 음악만 해도 '삼바와 보싸 노바 이후에 뭐가 더 있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정작 브라질인들은 [흑인 올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비치니우스 드 모라에스(Vicinius de Moraes)의 희곡에 바탕한 것이기는 해도, '외국인'인 프랑스인 감독 마르셀 까뮈(Marcel Camus)가 자신들의 삶을 '희화화'시켰다는 불쾌한 감정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가 1959년 깐느와 오스카를 휩쓸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999년 [흑인 올훼]가 [올훼(Orfeu)]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이른바 '씨네마 노부(Cinema Novo)'의 거장 까를로스 지에구에스(Carlos Diegues)가 메기폰을 잡은 이 영화는 원작보다 '리얼'하다. 다름 아니라 리우 데자이니루의 흑인 게토의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 '당연히' 외국에서의 평은 좋지 않았다. 다름 아니라 이렇게 생생한 현실 묘사는 '브라질리언 이그조티카(exotica)'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더구나 사운드트랙에도 원작의 우아한 분위기를 '해치는' 랩과 힙합도 일부 들어갔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라는 인물이다. 물론 [올훼]의 사운드트랙은 그의 업적에서 작은 일부다. 정규 앨범만 해도 40종 정도 되고, 비정규 레코딩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디스코그래피를 가진 그의 업적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올훼]는 그가 진정한 '모더니스트'임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최근의 사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브라질 북동부의 바이아주(州)에서 태어난 벨로주(1942년생)가 질베르뚜 질 등과 함께 1960년대 후반 뜨로삐깔리아 운동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지난 번에 언급한 바 있다. 1967년 TV에서 주최한 제 3회 음악 페스티벌에 나와서 부른 "Alegria, Alegria(기쁨, 기쁨)"가 뜨로삐깔리아의 송가가 되고, 그게 벨로주와 질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설명했다. 흥미로운 일은 벨로주가 청중에게 등을 돌린 채 이 곡을 처음 연주했을 때 청중들은 '우...'하면서 야유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일렉트릭 기타의 시끄러운 사운드나 코카 콜라와 브리짓 바르도가 등장하는 가사는 '브라질적이지 않은 것' 심지어 '문화 제국주의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벨로주는 '코카 콜라와 삼바 카니발에 동시에 사랑에 빠진' 인물이었고, 그 결과 열정적 리듬 위에 흐르는 서정적 시가(시가(詩歌)라는 그의 고도로 절충적인 팝 음악이 탄생했다. 그의 음악은 '나긋나긋한 낭만이 흐르는 발라드'를 좋아하는 센티멘털한 취향부터 '정열적 리듬이 넘실거리는 댄스 음악'을 모두 포괄한다. 기본적으로 모더니스트이지만 전통적 요소를 무시하지 않았고, 타고난 국제주의자이지만 자국의 문화를 경멸하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만이 그를 논쟁적 인물로 만들었을 뿐이고, 투옥과 망명이라는 고초까지 안겼을 뿐이다.

1980년대 이후 벨로주는 국내의 슈퍼스타로서의 지위를 계속 누림과 동시에 뉴욕의 데이비드 바이언 (David Byrne), 아르뚜 린지(Arto Lindsay)와 교류하면서 '인터내셔널 스타'로 등극한다. 알다시피 데이비드 바이언은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The Talking Heads)의 리더였고, 아르뚜 린지는 '노웨이브' 밴드 DNA 출신이자 브라질계이다. 이후 미국에서의 콘서트를 가볍게 매진시키는 성공을 거둔 뒤에도 그의 열정은 끊이지 않아서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콘서트, 레코딩, 사운드트랙 작업은 물론 신인들의 발굴로 여념이 없다. 가장 최근의 성과는 바이아 출신의 아프리카계 브라질인 비르지니아 로드리게스(Virginia Rodrigues)를 '월드 뮤직 디바'로 발굴한 일일 것이다.

서두로 돌아가면 [올훼] 사운드트랙에서 그의 '도발'은,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국제주의를 견지해 온 그의 일관된 작업의 자연스러운 귀결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계급과 인종과 성별로 차별되어 있으면서도 삼바와 축구로 '우리 국민은 하나'를 강요해 온 브라질의 허울좋은 멀티컬처주의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다. 그 점에서 그는 현명하고, 야심적이고, 창조적인 그러면서도 결코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후진국 출신 국제적 뮤지션'의 빛나는 초상이다. 20011031

 

 

주)
1) 까에따누 벨로주의 최근작으로는 [Noites do Norte](Elektra/Asylum, 2000)가 있다. 여기서 그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유럽'과 '아프리카'를 종합한 영적(靈的) 음악을 수록했다.
2) 까에따누 벨로주가 프로듀스한 비르지니아 로드리게스의 음반은 [Sol Negro](Hannibal, 1997)와 [Nos](Hannibal, 2000)이 있다.
3) 까에따누 벨로주의 아들인 모레누 벨로주(Moreno Veloso)는 1999년 [Music Typewriter](Palm. Hannibal, 1999/2001)라는 정규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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