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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쯤 '알바'로 귀한 집 자제의 학습을 도운 일이 있었다. '과외공부 가르쳐서 용돈 벌었다'는 이야기인데, 불행히도 부모의 바램과는 반대로 성적이 뚝뚝 떨어져 오래 지나지 않아 짤리고 말았다. 짤린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녀석이 오히려 내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아, 그가 가르쳐 준 것은 공부가 아니라 'NBA 농구의 오묘한 세계'였다. 아마도 그 녀석은 지금도 NBA에 미쳐 있을 것이고 어쩌면 '힙합이 최고다' 어쩌구 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흑인 문화 매니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는 좋아해도 하킴 올라주원(Hakin
Olajuwon)은 싫어했다. 이유인즉슨 조던과 바클리는 '미국 흑인'인 반면
하킴 올라주원은 '나이지리아 흑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
참 흑인이면 다같은 흑인인데 그 사이에서 차별하다니 묘한 놈이군"이라고
충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제나 저제나 애들이 어른 말 안 듣는 건 똑같아서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페미 쿠티의 음악은 '아프로비트'라고 불린다. 아프로비트는 그의 아버지인 펠라 쿠티(Fela Kuti)가 창안한 음악으로 미국의 흑인음악인 재즈, 소울, 훵크 등에 나이지리아의 요루바족의 토속 리듬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이다. 펠라 쿠티는 단지 음악인이 아니라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서 평생을 싸우고 한때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운동가'였기 때문에 그 나라의 백성들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양심 세력에게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단, 27명의 부인(!)을 거느린 기인(畸人)이었다는 사실이 좀 찜찜하기는 하다. 페미 쿠티가 오늘날처럼 뜬 데에는 아버지의 후광이 크다. 그렇지만 1999년작 [Shoki Shoki]를 통해 성공적 국제 데뷔를 치른 후 그는 이제 독자의 길을 가고 있다. 후속작인 이 앨범에는 방금 언급한 모스 데프(Mod Def), 재규어 라이트(Jaguar Wright), 커먼(Common) 등 미국의 힙합 음악인들이 참여해서 아프로비트의 '국제화'에 힘쓰고 있다. 음악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http://www.weiv.co.kr/review_view.asp?code=album&num=1330 를 찾아가면 되니 여기서는 줄이자. 간단히 말하면 '올드 스쿨' 훵크의 왁자한 연주와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의 첨단 프로듀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그러니 힙합이나 R&B가 요즘 '맨날 똑같네...'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이 음반을 들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것이다. 이 음반은 메이저 레이블인 MCA(유니버설 산하)에서 발매되었고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고도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라이센스로 발매된다는 소식은 없다. 직배사 직원들도 "미국 흑인의 음악은 좋지만 아프리카 음악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싸워서 이겨라"라는 제목이 부담스러워서 그랬을까. 하지만 '싸우는 동안에도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출 수 있는 음악'인데... *[TTL]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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