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적 환경 윤리에 관한 한 고찰
이성렬(신원협 학술 발표회 장신대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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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는 말
1. 연구 목적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인류 전체의 생존 물음을 자신의 긴박한 주요 과제로 인식해 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근대 이후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이 유기적 상호 관계성을 근간으로 하는 생태계의 법칙을 깨뜨린 채 무절제하며 편파적인 진보를 인간 내에 가져 왔기에 발생되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자연이 더 이상의 진보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인내의 한계를 나타내 보이고 있는 지금, 모든 학문은 'Eco'에 대한 의식, 곧 우주적 생명 공간에 대한 자각을 우선적으로 수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생태학에 대한 신학적 논의도 등장하였으며 이 시대 기독교의 실천력을 요구하는 상황 신학과 환경 윤리로서 생태학과 환경 문제에 대해 진 보, 보수 할 것없이 여러 분야들은 자신의 생존적 문제로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예로 많은 신학자들이 창조의 물음을 근간으로 하여 성서 신학적인 작업(C.Westermann), 조직 신학적인 작 업(J.Moltmann,Ch.Link), 그리고 윤리적 작업(G.Liedke,W.Huber)을 전개시켜 나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논의될 생태학이란, 원리상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동 피조물성, 공동 운명성, 즉, 우주 생 태학적 원리를 성서 내에서뿐만 아니라 그 밖에서 자기 개발적으로 조명해 내며 그로부터 밝혀진 전인적 영성의 근거 하에 생태학적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인간, 새로운 윤리-인간 행위의 우주적 변화-를 모색해 나가는 학문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생태학에 대한 기독교 윤리학적 인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 연구방법 및 범위
생태학적 환경 윤리를 논의함에 있어서 우선 생태학적 환경 윤리가 등장하게 된 배경, 곧 생태 학적 위기 상황과 그 위기의 사상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생태학적 환 경 윤리의 방향성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성서적인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전제해 둘 것은 성서 자체가 생태학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미 완성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현실적 상황을 성서에 빗대어 성서가 주고자 하는 인식을 얻으려고 시도할 뿐이다. 다음으로 생태학적 사고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 조직신학적으로 생태학 또는 자연에 대한 기독교 사상가들의 신학적인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지금 이 시대의 우리의 윤리적인 요구들을 정 립하는데 기초로 삼고자 한다. 그런 다음에 생태학적인 성서 신학적, 조직 신학적 근거를 토대로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기독교 윤리학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 자 한다.
II. 생태학적 환경 윤리의 등장 배경
1.ԑ생태계의 위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계가 금세기에 이르러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실로 "모든 피조물이 함께 신음하며 고통을 겪고"(롬 8:22) 있다고 아니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인 간은 우주의 중심이 되어 오직 그의 욕망의 성취를 위해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 한다. 제한된 자원의 개발과 착취는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의 거대 화, 군비경쟁, 불공정한 국제적인 경제 질서, 남북문제 등으로 가속화 되었다. 이로써 생태계는 생명체들이 존립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되었다. 이러한 환경오염은 온실효과, 산림 파괴, 산 성비, 방사능 유출에 의한 핵위험,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막을 수 없는 생물 공학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환경 위기를 알리는 지표들이 합리적으로 충분히 지적되고 있는 현 실에서 종래의 관점이나 태도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수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연에 대해 무책임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60-70년대의 세계의 신학이 교회의 정 치적,경제적,책임의 문제에 집중했던 것에 비해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 세계의 신학은 새로운 신학적 주제 앞에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환경의 파괴로 말미암아 야기된 생태학 적 관심 혹은 창조와 보전의 문제이다
1972년 6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유엔의 "인간 환경 선언 문헌" 이 발표된 이래 환경오염 방 지를 위한 국제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1992년에는 유엔 환경개발회의를 통 하여 환경 및 개발에 관한 리우데자네이루 선언이 채택되었는데 의제21에서는 개발과 보존의 조 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 지침을, '생물 다양성 협약'에서는 원시림 등의 보호와 유전 공학 기술의 공유 등을, 기후 변화 협약에서는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을 명문화하였으며 그밖에 유엔 직속의 가능한 개발 위원회와 그린피스 등의 민간단체 환경 기구인 비정부기구 (NGO)를 설치하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는 1983년 8월 캐나다 뱅쿠버에서 있었던 제6차 세계 대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정의,평화,그리고 창조 질서의 보존'의 주제를 오늘의 전세계 교회의 신학적,신앙적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고 응답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천명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결의하였다. 1990년 서울에서 있었던 서울 총회를 위해 세계 개혁 교회 연맹의 JPIC사무국은 『Covenanting for JPIC』란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계약 신학에 근거하여 권력, 정의, 평화, 창조 질서에 대한 성서적 이해를 다루고 있다. 특히 서울 총 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시되었다. : 오늘날 가장 삶을 위협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개혁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위협에 어떠한 연대감을 이루고 확증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확증 에 근거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영성과 증언은 무엇인가? 개혁 그리스도인들은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을 위해 함께 계약을 맺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따라서 세계개혁교회들은 예수 그리 스도를 하나님이요 구세주라고 고백하는 모든 교회는 정의, 평화, 그리고 창조 질서의 보전을 위 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WCC가 주체한 JPIC대회는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을 위한 계약적 연대라는 고백 신앙적 연대 관계 하에서 이 문제가 검토되어졌다. 이것은 2000년대를 향한 세계 교회의 책임이 창조의 보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잘 나타내 준 다. 이와같이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위기가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주요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 창조의 보전을 위한 교회의 새로운 책임은 새로운 창조 신학의 발전과 함께 환경 윤리의 발전 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2. 생태계 위기의 사상적 요인
1) 전통적 창조 신학의 공과
기독교의 창조 신학은 자연에 정령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숭배하는 원시인들의 정신을 깨뜨 리고 자연을 비신성화시키고 비악마화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또한 창세기 1장 26-28절 을 기초로 하여 자연숭배를 거부하고 자연을 인간의 발 아래 두는 정신적 혁명을 일으키는 정신 적 기초로 작용했다. 기독교의 창조 신학이 없었다면 어쩌면 인류는 아직도 자연숭배의 그늘에 서 벗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독교 창조 신학은 인간을 원시적 정신에 서 해방시키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오늘의 기술 사회가 오도록 만들었다. 이 점에서 그 공헌은 지대하다. 그러나 여기서 숨길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자연을 비신성화시키고 비악마화시킨 인간은 전통적 창조 신학이 가르친 대로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즉 인간은 하나님 의 창조의 궁극적인 목표요 완성인 것처럼 나타나며 인간이야말로 모든 세상의 중심적인 것처럼 이해되기 쉽다. 사실 이러한 세계관이 서구의 우주관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으며 이러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오늘날의 기술 과 학 문명과 자본주의적 삶의 패턴과 결합하여 환경의 파괴와 생태계의 위기를 가속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서에 나타난 창조 신앙을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르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올 바른 해석이 아니다. 성서의 창조 신앙에 있어서 세계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며 창조 의 완성은 몰트만의 말처럼 인간의 창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안식이다. 안식일의 하나님의 영광이 창조의 궁극적 목적이다. 인간은 자연을 재배하고 착취하는 폭군이 아니라 자연을 잘 보존하고 다스리는 관리자로서 하나님께 위탁을 받은 청지기요 대리자이다.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자연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관리권을 부여받았으며 모든 만물을 인간과 더불어 하나님의 종말론 영광 에 참여할 날을 기다린다.
2) 현대사회의 가치관
인간의 삶은 그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날의 현대 사회는 소유와 소비와 향락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삶을 향유 하며 이를 위하여 보다 더 많이 소유하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을 현대인들은 발전 혹은 진보라고 말하여 이것을 기본 가치로 생각한다. 이를 얻기 위하여 힘의 획득과 확장을 끝없이 추구하는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기본 태도는 특히 강대국들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확장욕으로 집단화되어 나타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의 또 다른 근본 원인은 자연 과학과 과학기술의 배면에서 작용하고 있는 기업들과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팽창욕에 있 다고 할 수 있다. 즉 보다 더 새로운 물질, 보다 더 많은 물질의 소비 풍요와 행복, 힘의 획득과 유지, 자기 확장 등 이러한 가치관이 자연과학을 조종하고 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몰트만 교수는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세계 열강들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팽창욕을 제어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3) 자연과학의 연구방법
많은 학자들은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자연과학의 연구 방법에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과학은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여겨, 자연을 객관화시키고 분석하며 개체화시키고 가장 작은 부분으로 환원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학의 방법은 대상에 대한 "지배"와 대상의 "이 용"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에 있어서는 각 대상은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존재, 삶의 과정으로부터 추상화된 존재로 파악된다. 그것은 분석되고 파악될 뿐이며 내가 그것을 어 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 그것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의 관점에서만 분석되고 파악될 뿐이다. 사랑과 사귐의 관심이 아니라 소유와 지배의 관심이 지배한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는 과정 또는 행동을 통해 과학자는 스스로의 자연에 대한 관계까지도 정립하게 된다. 이와 같은 도식에 비추어 볼 때, 과학기술지향주의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예전보다 더욱더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키는 데 결정적인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과학이 상업주의와 결탁함은 인간과 자연간의 극도의 괴리를 야기시켰다.
4) 이원론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주객도식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는 데카르트, 베이컨 등 근대 철학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이원론적, 주객 도 식적, 인간 중심적 자연관 속에 그 원인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연관 내지 세계관에 있어서 인 간은 인식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그가 속한 자연의 세계로부터 분리되며 자연의 세계는 인간에 의하여 자유롭게 처리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자연의 세계에 대하여 목적을 부여하며 자연을 변형시킨다.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바의 기준과 양을 인간이 자신의 계획에 따라 결정한다. 소위 말하는 '진보의 신앙'에 매료되어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하여 자연의 세계를 점점 더 인공적인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데카르트의 정신적 인간(res cogitas)과 연장적 물질 (res extensa)의 인간중심적 이원론적 실재관은 근대 과학문명의 철학적 근간이 되어왔으며 기독 교가 이러한 인간중심적이고 자연파괴적인 근대 기술 과학 문명을 창출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도 이것으로 말미암은 자연 파괴와 생태계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방관하 거나 기술 과학주의의 주객 이분법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에 휩쓸려 들어갔다.
위에서 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을 몇 가지 고찰해 보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님 없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이 소유하며 소유를 통하여 자 기를 확장하려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그 근본 원인이다. 인간의 본성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 는 이 욕망은 소유와 소비와 향락과 힘의 소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나타나 며 기업과 국가들의 팽창욕에 드러난다. 어떤 이데올로기, 정치, 경제 체제를 채택하든 하나님 없는 인간의 무한한 이기적 욕망이 방치될 때 생태계의 위기는 자명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3.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환경 윤리학적 분석
1) 인간중심적인 죄의 문제
위에서 살펴 본 생태학적 위기 상황과 그 사상적 요인들을 분석해 볼 때 기독교 윤리학, 좁혀 말하면 환경 윤리학적인 문제의 근본 핵심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 중심적인 죄의 문제이다. 바로 이 점에서 환경 윤리가 인간과 그 행위에 대한 문제 분석을 인간의 죄로부터 출발하게 되는 이유 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성서의 시각에 따르면 피조물 위에 내려지는 우주적인 재앙의 근거는 인간이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초래하는 우연적인 파괴들이 아니며 인간이 자연에 대 해 무례하게 행동하는 의도된 간섭도 아니며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의 죄된 실존이며 생태학적인 재난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부인하고 하나님 없이 살 때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할 때 그는 자신의 배(胚)를 자기의 하나님으로 삼게 된다. 그래 서 그는 자기를 모든 것의 중심으로 삼고 자기 밖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과 지배의 대상으로 간 주한다. 소위 말하는 "주객도식"은 자기를 모든 것의 중심으로 세우고 자기 밖의 모든 것을 자기 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하나님 없는 죄된 인간의 이기적 본성의 표출이요 산물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기독교 윤리학적 대응에 있어서는 우선 근본 적으로 인간이 다시금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맺는 것, 하나님의 존전에 바로 서는 일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로의 근본적인 자기 변화 없이는 설령 어떠한 변화가 있게 되더라도 그것은 임시방편적 호도책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2) 생존의 윤리 문제
오늘날의 생태학적인 중심 문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문 제이다. 우리는 생태학적 위기 상황을 살펴보면서 자연 생태계의 위기는 곧 인류가 살아남느냐 아니면 몰락하느냐의 문제, 곧 '생존의 문제'인 것을 알 수 있고 아울러 이것은 모든 삶의 체계의 위기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가혹하고도 무자비한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자연과 투쟁하고 그럼으로써 오히려 생태학적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시대도 있었다. 이 시기엔 자연에 대한 투쟁이 인간 생존을 위한 정당방위라는 제한된 윤리로서 부분적 으로 긍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윤리는 그 지지 기반을 상실하게 되었고 오히려 자연을 지배 하고, 착취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편, 생존의 윤리 문제를 다루면서 특히 기독교윤리학적 관점에서의 생존의 개념에 대해 문제 를 제기하고자 한다. 여기서 생존은 단지 이 땅에서 생명을 연장시키고 보전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원한 생명에 잇대어 잇는 것인지에 대해서이다.
3) 인간과 자연의 윤리 문제
오늘의 생태학적 위기에 관한 윤리적 문제가 직접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윤리적 문제로 나타 나게 된다. 생태계의 파괴에 대해서 경제론자들의 견해와 환경론자들의 견해의 두 가지로 나누 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생태계에 대해 인간이 취하는 행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 한 우리 자신의 이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의 관계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갖지 않 는 한 현재의 생태학적 위기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생태학적 위기의 철학적 근원을 찾기 위한 몇몇 시도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생 태학적 위기의 근원을 인간 이성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특징으로 하는 계몽주의 정신, 또는 부패 하는 육체와 초월적이고 불멸하는 영혼 사이의 이원적 분리에 근거한 플라톤 사상으로 거슬러 올 라가서 찾는다. 그러나 린 화이트(Lynn White)교수는 성서가 인간을 자연의 우위에 두기 때문에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개발 또는 착취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의 구 약성서의 근거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성서는 인간을 자연보다 우위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이기주의적인 생각에서, 인간의 논리로 성경을 자신들에게 유익하게 해석하고 규정 짓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있어서 성경이 곡해되고 있으며, 자연이 인간과의 관계에 있 어서 계속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논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음에서 생태학적인 환 경 윤리에 대한 성서적 근거를 살펴 볼 것이다.
III. 생태학적 환경 윤리에 대한 성서적 근거
위에서 생태계의 위기와 그것의 사상적 요인들, 곧 생태학과 거기에 따른 기독교 윤리학이 대 두될 수 밖에 없었던 근거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제 생태학적 환경 윤리의 본격적인 주 제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성서적 정황 속에서 생태학의 자리는 어떤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안에서 어떻게 생태학이 근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생태학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거기로부터 추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전제해 둘 것은 실제로 성서 자체가 현재의 생태학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미 완성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 지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현실적 인식(Context)이 성서(Text)로 부터 새로운 해답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성서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
1. 구약성서적 근거
1) "다스리고 정복하라"
자연과학의 발달과 철학 사조의 인간 긍정에의 흐름 못지않게 기독교 신학 또한 생태학적 위기 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의 공업국가들은 기독교 문화 속에서 생성되었고 이 국가들의 가치 체계 와 의미 체계는 오랫동안 성서와 교회에 의해 결정되었다. 유대-기독교적 전통에 대한 비판가들 은 창세기 1장 26-28절의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명령이 오늘날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정신적 기 초가 되었으며 그리하여 무제한의 생육, 지구의 과잉 인구, 자연의 착취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 이다. 그러나 본문을 올바로 주석해 보면, 이것이 주석학적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세기 1장 26절의 '다스리다'라는 말은 히브리어의 ࠄࠃ࠘(radah)로서 억압하고 파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림을 받는 자의 행복을 위해 '돌보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본래 이 말은 고대 이집트와 바빌론의 궁중언어에 속한다. 곧 이집트 황제가 어떤 영역을 자기 소유로 삼고 그것을 다스리게 되었을 때, 그는 그 땅의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그것을 돌보아 야 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는 자'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자연세계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돌보고 가꾸어야 할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창세기 1장 28절의 '정복하다'(ࠚࠁࠊ,kabash)라는 말은 김균진 교수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라는 구절과 결합되어 있다고 보면서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면서 복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의 착취와 파괴를 뜻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몰트만에 따르면 "땅을 정복하라"는 구체적인 성서의 표상은 신학의 전통이 수백년동안 "땅의 통치"(dominum terrae)로서 가르쳐 온 지배의 명령과는 관계없으며 오히려 그것은 음식물에 대한 명령이라고 보고있다. 곧 인간은 동물들과 함께 땅의 식물들과 나무들이 생산하는 열매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 기에 여기에는 자연에 대한 지배권의 의미는 없다.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명령이 착취와 파괴의 뜻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한가지 근거를 더 제 시하면, 1장 26-28절에는 하나님께서 "다스리고 정복하라"고 명령하시지만 2장 15절에는 "경작하 고(ࠃࠁࠒ,섬기다) 보존하라(࠘ࠍࠚ,지키다)"고 명령하신다. 그러므로 다스림과 정복은 "경작하고 보존 하는" 명령과 상응해야 한다. 몰트만은 창세기 2장 15절의 야휘스트의 창조의 기록에 대해서 관 심을 가지면서 현대 문화를 형성하는 힘과 성장과 진보에의 의미는 성서의 창조 신앙을 빌어 신 학적으로 정당화되었지만 이것은 성서 자체 안에 아무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이 렇게 볼때 우리는 창세기 1장이 말하는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뜻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할 수 있 다. 그것은 인간의 지배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돌봄과 섬김을 의미한다.
2) 하나님의 형상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본문은 창세기 1장 26절이다. "형상"이란 단어는 히브 리어의 ࠍࠌࠕ(chalam,image)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불확실하다. 베스트만은 ࠍࠌࠕ의 기본적 의미 가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면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서의 '대표성'(representation)이라 고 했다. 이 개념은 원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쓰이던 것인데 이집트에서는 신적인 지 위나 속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였으며 가끔 "신의 형상"(images of god)으로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에는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서 그것은 '왕'으로 표현된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이집 트 백성들이 바로를 땅에 있는 신의 현현하심이며 신의 대리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창세기 1 장 26절의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은 아마도 이런 고대 근동의 왕정 사상에 근거하고 있 을 것이다. 시편 8편에서도 비록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으나 이런 왕적인 개념 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창세기 1장 26절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인간이 땅위에 있는 하나님의 대리자라는 의미가 그 핵심에 놓여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사 람은 땅위에서 하나님을 대리하며, 그를 닮음으로써 하나님을 반사한다. 하나님의 형상에 있어서 단지 지배권의 신적 위탁만을 강조하는 것은 일방적이다.
지성을 강조하는 서구의 전통적인 사상에 의하면 하나님을 온 우주 위에, 우주를 넘어 계시는 '초월자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인간 존재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도 이런 방법으로 '자연 위에 있는 인간'으로 이해되어서 존재론적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이 주체와 대상의 관계로 이해되어 왔 으나,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 하나님의 형상의 뜻을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시되면서 존재론 적으로 이원적으로 구분하는 전통에서 벗어나서 그것을 관계의 차원(하나님의 인간과의 관계성과 인간의 하나님과의 관계성)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 관계의 차원이란 하나님에 의해 맺어진 계약 의 협력자(the Partner of the covenant)로서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3) 안식일, 안식년, 희년
지금껏, 우리는 인간이 창조의 면류관(Krone der Schöpfung), 신의 최고의 걸작품인 것으로 말 해 왔다. 서구문명이 철저하게 이런 전제하에 기초되어져 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성서 의 창조 설명에 따르면 창조의 면류관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지막 날의 '안식하심' 그 자체 이다. 구약의 안식일 계명은 노동으로부터의 휴식의 권리를 인간에게 부여하고 있다(출 23:12). 이 날은 인간이 휴식하는 날이며 동시에 가축이 휴식하는 날이다. 이것은 노동으로 지 친 인간을 회복시키는 "치료적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해 가공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생태학적 의미"를 지닌다. 이런 안식일의 계명은 안식년의 계명으로 확대된다. 출애굽기 23 장 10-11절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은 칠년째 되는 해에 땅을 묵히고 소출을 그대로 두어 가난한 자들이 먹게 하고 남은 것은 들짐승을 먹게 해야 한다. 레위기 25장 1-7절의 안식일 계명에서는 사회적 관심보다 생태학적 관심이 더 부각되고 있다("제 칠년에는 땅으로 쉬어 안식하게 할지 니...",레 25:4). 농경 사회에 있어서 땅이 생명의 근거라는 점에서 안식년은 하늘과 땅의 창조자 이신 "하나님의 생태학적 지혜"이며 "하나님의 생태학적 전략"이다. 안식년의 계명은 희년의 계명 으로 확대된다. 하나님의 사회적 관심과 생태학적 관심이 희년의 계명에서 하나로 결합된다. 땅 을 쉬게 해야 하고, 땅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가난하여 자기 몸을 판 종들을 해방 시켜 주어야 한다. 땅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 모든 자연의 권리가 회복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독일 튀빙겐(Tübingen)의 구약학자 게제(Gese)는 구약의 안식일, 안식년, 희년법은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정신이 그 근저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안식일, 안식년, 희년법은 인간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땅과 모든 생명체를 위한 법이다.
2. 신약성서적 근거
1) 예수와 생태학
마태, 마가,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활동과 그의 증언에서 인간 및 짐승과 결합되어 있는 자 연계와 환경은 수차례 언급되고 있다. 이것은 특히 그의 비유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언어와 표 현 속에는 창조주 하나님이 지으신 하늘과 땅의 모든 사물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 다. 특히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와 들풀을 보며 그들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의 모습 (마 6:26,28,30)을 볼 때 이것은 인간의 어떤 문명보다도 하나님의 피조물의 영광이 더 상위에 있 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때 예수의 말씀 속에 구약처럼 자연에 관한 직접적인 보호의 말씀은 찾아보기 힘들다 할지라도 그의 비유 가운데 구약의 창조 신앙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전 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지철 교수는 "예수에게 나타난 창조신학"이라는 논문에서 예 수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창조신학적인 내용을 예수의 교훈과 행동으로 나누어 발견하고자 노력 했다. 여기에 대해서 소개하면, 예수의 말씀에서는 자연에 대한 고찰이나 관찰에서 창조주 하 나님이 발견된다기 보다는 하나님이 아버지로서 인간을 사랑하고 자유케 하고 구원하시려는 계시 의 빛 아래에서 인간이 자연 만물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창조 신학이 예수에게서 자연스 럽게 구속 신학과 연결되며, 예수의 축사와 병치유의 기적 등 그의 활동을 통해서 하나님이 지으 신 인간의 생명과 샬롬을 적대하고 손상시키는 악한 세력들을 쳐부수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 복시키는 구원 행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곧 예수의 창조 신앙은 구속사적 입장에서 해 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피조물의 탄식
인간과 피조물의 결합과 기독교인이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 로마서 8장 19-22절까지 언 급되고 있다. 게하르트 프리드리히(Gerhard Friedrich)는 로마서 8장에서는 실제로 기독교인이 당 하는 고통과 곤궁에 직면하여 구원의 실제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맥락 속에서 피조물의 구 원에 대한 것이 본래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바울이 이러한 맥락 속에서 피조물의 곤궁과 종말론적 인 기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피조물과 인간이 현재의 똑같은 곤궁 아래에서 탄식하고 있고, 그 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해방과 구원이므로 피조물과 인간은 새롭게 될 의무와 기대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때문에 우주론과 인간학은 서 로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슈텍(Steck)은 이 본문에서 바울이 자연계와 환경을 ① 하나님의 창조 활동으로, ② 인간에 의해 타락하고 죄와 죽음의 힘의 지배를 받은 "이 세상"으로, ③ 이곳 에서처럼 이런 타락 가운데서 신자와 함께 영광에 이른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며 억압당하는 신자 들을 해방된 피조물로 추론해 내는 창조로, ④ 지금 이미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 창조계 안에서 나타나며 로마서 8장에 따라 모든 피조물 을 구원변화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피조물로서 고찰한다고 본다. 생태계가 인간과 함께 종말론 적인 구원을 바란다는 점에서 이 본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태적인 신학 또한 종말론적이고 구 속사적이다.
3) 그 외의 신약성서에 나오는 측면들
사실 기독교의 초기 문서라고 할 수 있는 바울 서신들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받는 인상은 바울 이 땅이나 물질적인 자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바울이 말하는 그리스도 안의 개인적인 신앙에서는 약속된 땅은 무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바울이 땅이나 자연을 덜 강 조함으로 인해 그가 구약으로부터 물려받은 구원사의 한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나 골로새 서 1장 15-20절, 에베소서 1장 9-10절, 그리고 위에서 다룬 로마서 8장 등에서는 그리스도의 우 주적인 화해와 구속 가운데 있는 피조물에 대해서 엿볼 수 있다.
김명용교수는 골로새서 1장 15-20절에 대해서 하나님이 인간과 더불어 전체 피조세계를 구원해 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기를 원한다는 사상은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우주적 화해를 전제한다 고 했다. 존 칼모디(John Carmody)는 이 본문의 주된 흐름은 구원사적인 것이지만 바클레이 의 해석은 강한 우주적인 함축을 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에베소서 1장 9-10절 역시 그리스도를 통한 우주적인 구원의 경륜이 나타났음으로 이야기한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은 피조세계를 그리스도를 통해 통일하려 한다.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인간론적 지평 속으로만 제한 하면 안된다. 하나님의 구원사역의 우주론적 지평은 새로운 창조신학의 터전이다.
한편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완성인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서도 생태신학의 한 근거로 볼 수 있는데, 요한 계시록 17장에서 예언자는 종말 사건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종말 사 건의 이런 과정에는 하늘과 땅도 포함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제 3이사야(특히 이사야 65 장)와 에스겔(특히 40장 이하)에 나오는 예언적 예시와 관련하여 궁극적인 구원은 적대적인 모든 세력과 악을 결정적으로 쫓아낸다는 것과, 현재의 삶에서 경험한 모든 재난과 손실이 사라진 유 익한 생활계를 수립한다는 사실을 밝히려 한다.
이상에서 본 것과 같이 신약성서의 본문들 속에서는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가 결코 독립된 주제 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새롭게 인간을 구원 하신다는 사실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자연세계와 생명체는 하나님의 종말론적인 구원사적 의미 안으로 스며들어 있다. 결론적으로 자연계와 환경은 구약성서에 있어서 하나님의 창조 활 동의 공간,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된 인간이 자연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삶의 공간이었으며, 신약성서에 있어서 죄인된 인간에 의해 왜곡되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회복하는 종말론적 구원의 대상이 된다.
IV. 생태학적 사고에 대한 역사적 고찰
생태학은 비교적 최근의 구체적 상황으로부터 제기된 상황 신학이다. 생태학을 최소한 이론화 하고 환경 윤리로 전이시키는데 있어서 자연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는 실제로 작동 가능한 학문으로 만들기 위하여 중요하다. 그래서 그 전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다음에서 기독교 사상가들이 그들의 신학에서 자연을 어떤 위치에 두었는지, 그들에게서 어떤 생태학적 사고를 발 견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리용의 이레네우스
이레네우스는 그의 신학을 통하여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을 통합적이고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창조는 이 세계와 인간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므로 그는 창조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 다. 그에 의하면 만물은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으며 이를 유지하고 다스리는 분도 역시 하나 님이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인 아들을 통하여 창조되었다. 그러나 창조된 인간은 불완전한 상태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계속적인 창조의 한 부분으로서 성장하여 하나님의 형상인 아들에게 까지 이르러야 할 존재였다. 이레네우스 특유의 성장 개념은 인간 이외의 피조물에도 일반적으 로 적용되며 우주만물은 인간이 범죄와 타락으로 인해 성장이 저지된 것과는 별도로 성장과 완성 의 역사를 갖도록 되어 있었다. 포괄적 창조사의 중심에 성육신이 위치하며 이는 아담의 범죄 와는 상관없이 예정되었던 것이다. 다만 인간의 타락은 성육신한 그리스도에게 이중의 사명을 띠게 했는데 끝날까지 하나님의 창조사 전체를 완성하시는 원래의 사명과 타락한 인간을 구속하 시는 부가적 사명이 그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세계와 구별된 존재가 아니며 그의 두 손이신 아들과 성령을 통해 창 조하고 다스리시는 분이다. 아담의 범죄가 필연적으로 모든 피조세계의 우주적 타락을 가져온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피조물들은 이를 견뎌 내었다. 육체의 부활을 강조한 그는 육체가 인간의 생명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인간은 육체 가운데, 더 일반적으로 자연 가운데 그의 자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영지주의의 교설과 맞서서 물질적 세계를 긍정적 관점에서 보고 자연의 위치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창조사의 중심은 역시 인간의 창조와 타락과 구속이며 자연은 인간을 위한 자리이다. 다만, 자연까지도 인간과 함께 완성의 상태로 성장하여 창조의 목 적을 성취하는데 있어서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님이 세계 내재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이른바 경세적 삼위일체론을 강조했다. 따라서 우 리는 그에게서 진화론적이며 생태학적인 사상의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
2. 오리게네스
오리게네스의 신학체계는 중기 혹은 신플라톤주의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 영향은 특히 창 조와 세계, 그리고 종말론의 구조를 신플라톤주의에서 차용한 계층적 구조로 설명하는데서 두드 러진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맨 처음의 세계는 자유로운 순수 지성적 영들로 구성되 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부여받은 자유를 이용하여 탈선하였으므로 탈선 정도에 따라 다양한 계층으로 전락하고 분화되었다. 오리게네스 특유의 이중창조설에 따르면 물질적 세계는 지성적 존재들이 끝없이 타락하여 비존재까지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또 하나의 창조의 결 과이다. 즉 물질적 세계는 그 속에 타락한 영들을 감금하여 비존재로의 전락을 막고 거기서 다 시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신 땅이다. 따라서 물질세계 자체는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 이며 선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로의 본질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한다. 창조와 물질세계에 대 한 이러한 관점은 오리게네스가 가시적 세계와 육체를 경시한 근거가 된다. 인간의 상태는 물질 에 얽매어 있는 것이며 육체는 인간의 감옥이다. 물질세게는 최후에는 부정되고 극복되며 벗어버 려야 할 그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창조의 근본 목적은 모든 지성적 존재들의 조화와 통일이다. 따라서 그의 종말 론도 순전히 영적인 종말론이며 모든 지성들이 하나님과 교제했던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은 인간보다 뒤에 창조되었으며 그것이 갖는 가치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기껏 해야 형벌과 교육의 도구로서의 가치이다. 따라서 자연 자체로는 하나님 앞에서 아무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것이 자연에 대한 오리게네스의 평가절하이다.
3.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 가운데 창조와 자연에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겠다. 초월적이고 영원하 고 무한하며 완전한 하나님은 우주를 무로부터 창조하셨다. 모든 피조물은 첫날에 모두 창조되 었으나 그 속에 숨겨진 종자이성이라고 불리는 발전 원리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 종류로 서의 구별이 드러나게 되었다. 마치 식물이 씨앗을 여물게 하는 것과 같이 전체 세계도 같은 과 정을 갖는다고 보았다.
악은 실제적인 것이나 자연도 존재도 아니며 단지 선의 결여일 뿐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에 있어서 선하며 더 낫다거나 더 나쁘다거나 하는 것은 다른 것과 비교하여 선의 함량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원숭이는 그것이 속한 종류가 갖출 아름다움을 다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름다우며, 자연은 자연이라는 그 사실에 있어서 참으로 선하다.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나님은 초월적이고 불변하시다. 그러나 부동의 동자 (unmoved mover)가 아니라 오히려 우주 내재적으로 세상과 관계하시며, 창조를 유지하시는 섭리 적 과정 속에 포괄적으로 활동하는 분이시다. 그에게 있어서 타락한 인간의 구속은 창조사의 한 부분으로서 나타난다.
4. 개혁자들-루터와 깔뱅
루터와 깔뱅은 자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엄밀히 체계화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죄 악된 인간이 되기까지 자기를 낮추신 하나님의 은혜로운 겸손을 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 의 사상 주변부에서 자연에 대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을 볼 수 있다.
깔뱅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사를 금치 못했다. 만물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말하며 세계는 신성으로 가득차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신적인 영광의 표지를 드러낸다. 그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즉시 하나님께로 지나쳐 가서는 안되며 자연에 깃든 신 성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자연을 인간에 대한 창조와 구속의 도구 로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 앞에서 특유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다.
루터에게 있어서도 단순한 인간중심적 구원론을 넘어서는 자연에 대한 심오한 신학적 깨달음이 있다. 그는 자연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내재성을 강조하면서 자연 세계의 모든 피조물 안에 함께 있는,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린 창조자의 역동적 임재에 대해 자주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계 층적 구조를 부정하고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창조와 유지 활동에 대한 천사적 존재의 중개역할을 거부함으로써 하나님과 세계의 직접적 관계성을 강조하고 자연의 위치를 격상하였다.
그러나 대체로 개혁자들은 그들의 사상에서 인간 중심적-구원론적 중심부와 신 중심적-생태학 적 주변부와의 긴장 관계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그들은 긴장 관계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 을 것이다.
5. 바르트와 떼이아르 드 샤르뎅
바르트는 그의 신학에 있어서 어느 곳에서도 실질적인 자연의 신학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 는 교의 신학이 자연 그 자체에 대한 독립적인 교리를 담을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바르트의 자연에 대한 신학적 인식은 그의 사상 근저에 있는 논리에 따라 구성해야 한다. 후기 바르트에 게 있어 구원과 창조는 서로 포함하는 관계를 갖는다. 창조는 계약의 외적 표징이고 계약은 창 조의 내적 근거이다. 그러나 그가 자연신학을 거부함으로써 그의 사상에서 하나님의 은총은 자연과는 관계없는 것이 되었고 인간만의 구원에 따른 자연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 행사만이 남았 다. 그의 신학은 근본적으로 인격적 존재-하나님과 인간-의 신학이며, 그 외의 모든 피조물들은 종속적이고 도구적인 것이다.
바르트가 그의 상황에 대한 안티테제의 신학자라면 뛰어난 고생물학자이기도 했던 삐에르 떼이 야르 드 샤르뎅은 진테제의 신학자이다. 그는 두 가지의, 서로 배타적이라고 해석된 원리인 창조 와 진화를 융합하려고 하였다. 그에게 진화론은 총체적인 주제였다. 그는 모든 실제를 인격적 존재-하나님과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했고 모든 실제는 인간화로 향한 상승축에 연결된 것으로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현대 생물학에서는 거의 폐기된 개념인 정향진화설을 고수하였다.
그에게 있어 진화는 하나님께로 향하는 과정이며 진화의 정점은 그리스도다. 일으킴을 받은 그리스도는 전 우주, 가시적이고 불가시적인 모든 존재들의 중심점이다. 모든 창조의 우주적 과 정은 살아계시며 성취된 그리스도에게로 자라가는 그리스도 창조의 과정이다. 그의 종말론은 매 우 신비롭다. 그의 사상적 메타포를 알기 위해 간략히 살펴본다면, 그리스도가 그 자신의 완성 상태에 도달할 때 그의 고도로 집중화되고 무한히 영화된 몸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실재가 되고 인간 이외의 가시적 피조물들은 모두 무로 돌아간다. 그리스도 안에서 오직 인간만이 지고한 사 랑의 영적 백열로 변화하여, 신비로운 몸으로 모두 연합하는데 이는 하나님 안에서의 영적 희열 의 행위이다. 이때 우주의 진화는 끝난다. 떼이야르가 비록 심오한 창조신학자로 인정받지만 그의 사상 안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즉 한편으로 모든 자연을 긍정하고 포용하려 했으나 결국 자 연은 부정되고 만다.
떼이야르와 바르트는 하나님과 그리스도에게 인간뿐 아니라 자연을 포함한 실제의 전체를 요구 했으나 바르트는 즉시, 그리고 떼이야르는 결국 자연을 그들의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6. 몰트만
몰트만은 그의 저서인 '창조안에 계신 하나님'에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조직신학적 저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작업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으나 그에게서는 이미 생태학적 주제가 매 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에게 있어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학적 사고의 기초 는 삼위일체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다.
지금까지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지배적인 신 개념은 초월적-유일신론적이었다. 이런 신 개념 은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초월성만을 강조함으로써 세계와 하나님의 분리를 조장했다. 소유주, 지배자인 신이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 인간이 세계의 주체가 되고, 그 관계는 지배-피지배의 관계 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몰트만은 삼위일체적 사귐의 신 개념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그 자신 이 사귐 가운데 계신 분이고, 사귐에 의한 관계성과 통일성은 인간의 영혼과 육체간의 통일성, 하나님과 피조세계와의 관계 등에 우주적으로 적용된다. 사귐의 하나님으로 인해 하나님과 창조 세계와의 관계는 지배 관계가 아닌 사귐의 관계가 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세계는 삼위일 체 하나님께 상응하여 사귐과 협동과 나눔이 지배하는 세계여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인간이 자 연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파괴하는 것은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존재에 모순되는 것이라 할 수 있 다. 세계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은 이 세계를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다. 인간의 영혼 만이 아니라 자연 세계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그의 사랑의 대상이다. 그는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과 함께 사귐을 가지길 원하시며 이를 위하여 자기를 기꺼이 제한하신다. 하나님의 천지 창조는 다른 피조물과 사귐을 나누시기 위하여 자기 영역을 제한하신 자기 비하라 할 수 있 다. 또한 몰트만에 의하면 사랑이신 하나님이 긍정하시고 사귐을 갖기 원하시며, 자기 제한을 통해 창조하신 자연 세계가 하나님 없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 의하여 파괴되고 착취당할 때, 삼 위일체 하나님은 영을 통하여 피조물이 노예 상태와 신체의 고통과 신앙인들의 동경 속에서 '하 나님의 영'은 함께 붙들려 함께 고난 당하며 그 자신의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은 탄식'을 통하여 그들의 기다림과 희망을 생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의 영을 통하여 창조 안에 들어오신 창 조자 하나님은 피조물의 삶을 유지하며(시104:30) 그들의 고난을 함께 당하시는 것이다'.
몰트만에 의하면 성서의 창조는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하나님을 통해' 형성 되며, '하나님 안에서' 실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창조는 아버지의 의지 안에 서 그들의 시작을 가지며 아들의 활동을 통하여 존재하게 되며 영의 조력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 이다. 따라서 창조는 아버지 하나님 혼자서 하신 일이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이 그의 아들과 영 과 함께 하신 일이다. 그는 '아들을 통해서' '성령 가운데서' 창조하신다. 즉, 창조는 아들 곧 '말 씀을 통한 '창조'인 동시에 '영 가운데서의 창조'이다. 이에 피조물 안에 있는 성령을 통해 아 들을 통한 아버지의 창조와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 세계의 화해가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있으 며, 삼위일체 하나님은 피조물 안에 계시며 그의 역사를 수행하며, 그들의 신음과 자유를 향한 인 간의 외침을 성령은 그 자신의 신음 속으로 받아들이신다. 하나님의 영으로서 모든 피조물의 운 명에 참여하며 노예 상태에 있는 피조물들과 함께 구원과 자유를 향하여 신음하신다. 탐욕스런 인간에 의하여 자연이 파괴되고 억압과 고통을 당할 때 그 안에 계신 성령도 억압과 고통을 당하 신다.
하나님의 초월성과 더불어 내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는 성령적 창조론을 제시한다. 창조론 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는 유일신적 창조론과 말씀에 의한 창조론을 잇는 것이다. 그리스 도의 사역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화해를 위한 것이다. 아들에게서 일어난 아버지의 다시 살리시는 행위는 자연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생태학적 틀 속에서 성령으로 인한 그 리스도의 다시 태어남으로 인식한다. 성령의 종말론적 능력에 따른 새창조는 인간의 해방으로 시작하여 자연의 구원으로 끝날 것이다. 종말론적 새창조는 현재의 모든 창조 세계를 전제하는 것이며 '옛것 대신 새것'의 대치가 아닌 '옛것에서 새것'으로의 변화이다.
몰트만은 창조 전체를 하나도 버림 없이 끌어안고자 한다. 어쩌면 그는 생태학적 사고로 신학 하는데 있어 앞에서 예를 들었던 어떤 사람보다 절박한 처지에 있으면서 또한 유리한 위치에 있 다고 할 수 있다.
V. 생태학적 환경 윤리의 방향성
1. 창조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인식
지금까지의 신학은 자연의 세계를 단지 하나님의 구원사의 무대로 생각하며, 하나님의 창조를 하나님의 구원에 귀속시켰지만 오늘날의 신학은 하나님의 창조를 구원에 못지 않은 중요한 테마 로 삼고 창조 신학의 제반 내용을 다시 한번 새롭게 성찰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 용은 창조 신앙이 지닌 세계관의 문제이다. 생태학적 환경 윤리의 구약성서적 근거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창세기 1장 26절의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 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자연을 마음대로 만드셨듯이 인간도 자연에 대해 우월 적인 입장에서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하나님의 뜻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대리 자의 역할을 하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인간의 뜻에 따라 지배되고 정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유지되어야 한다. 세계의 소유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다 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은 땅 위에서 하나님을 대리하며, 그를 닮음으로써 하나님을 반사하 는 것이다.
구약성서의 근거에서 결론지은 것처럼 서구적인 전통 사상에 따라서 하나님을 온 우주 위에, 우주를 넘어 계시는 '초월자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도 이런 방법으로 '자연 위에 있는 인간'으로 이해되어서 존재론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주객의 관계로 이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근대인의 정복 욕 구를 신학적으로 정당화시켜 주기 위해 창조 신앙을 곡해한 것이라는 견해가 등장하게 되었고 오 늘날에 깨어지고 상처난 자연을 보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게 되어 존재론적으로 이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이 관계의 차원이란 계약의 협력 자로서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말하여 인간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 세계를 관리해야 할 관리자요 청지기라는 것이다.
2. 인간의 자연에 대한 책임성 : 청지기 윤리
청지기 표상(steward symbol)은 유대-기독교적 표상으로서 오늘날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그 표 상 속에서 오늘의 자연의 생태학적 위기 상황에 대한 서구의 대응책을 나타내 주는 심오한 은유 를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청지기 정신과 관련하여 구약성서적 근거 중 '다스리고 정 복하라'의 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창세기 2장 15절의 '경작하고 보존하라'의 부분이 소홀히 여김 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 구절은 인간이 자연을 오로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스림과 정복 은 경작하고 보존하라는 명령과 상응하여 창조 세계를 보존하고 봉사하도록 가르치는 명령을 보 여주는 구절이다. 청지기로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땀흘려 일하고 자연을 잘 보살피는 일이다.
신학자 프리만(D.N.Freeman)은 청지기로서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어 있고(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는 의미) 자연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지만 그것이 자연을 인간의 유익을 위하여 착취해도 좋다 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의 말에서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고 있고, 인간과 자 연과의 관계가 우월, 열등의 관계라고 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의 위치에 대 한 특수성의 강조 때문에 인간 중심의 윤리적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청 지기 윤리의 구조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권의 위임 이론의 뼈대를 가지고 있어서 '지배권'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인간 중심의 윤리적 성격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청지기 윤리에서 창조 세계에서 인간의 위치를 자연에 대한 우위성으로 두어 생각하기보다 창 조 세계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연에 대해 교만한 소유 의식을 버리고 창조 세계에 대해 겸손하게 청지기 정신을 받아들인다면 환경문 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VI. 맺는 말 : 생태학적 환경 윤리의 전망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지구를 살리자, 남극의 오존층이 파괴되었다...'
최근들어 메스컴이나 여러 책자들을 통해 듣는 소리이다. 이러한 환경의 위기 앞에서 자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 또한 그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파괴 앞에서 기독교는 겸허히 하나님의 음성을 경청하고 실천적 요청에 응답해야만 하는 시기에 도달 한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기독교는 제 문제들 앞에서 상황 신학으로서, 실천적 신학으로서 그 역할들을 수행해 왔으나 '실천에서의 실패'를 거듭해 왔다. 즉, 해방 신학자 메츠에 따르면 보 다 나은 인간 공동체의 비젼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서 기독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어떠하 든 간에 기독교는 현실적 요청 속에서 응답하는 청지기로서 자리 매김 되어져야 한다. 그 응답은 이론을 넘어선 실천력을 지녀야 하며 메츠의 지적과 같은 실패가 아닌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점에서 생태학적인 환경 윤리의 필요성이 있다.
여타 상황 신학들과 같이 기독교의 실천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생태학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 은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우리의 삶 속에서 창조에 대한 경외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창조를 사랑하는 것이고 자신과 여러 사람들에게 창조 에 대한 의식을 갖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또한 생태 신학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생태 중심 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하며, 이러한 사고 속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또한 던져 야 한다. '생명 중심주의에서, 모든 존재물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의식 속에서 과연 세계의 생태문제를 위한, 더 나아가서 모든 종류의 억압의 문제에 대해 책임적 실천력을 지녀야 할 도덕 적 주체자는 누가 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그 도덕적 주체자가 된다고 한다면, 다시 인간 중심적 사고로 회귀하지 않도록 인간중심주의와 생태 중심주의 사이의 긴장관계를 잊지말아 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과 응답과 아울러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성서를 보는 시각도 인간 중심적인 입 장에서 개발과 착취의 도구로 자연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책임있게 성서를 보 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창세기 1장의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말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 간이 정복자로서 자연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 곧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청지기로 서 자연을 가꾸고 섬기고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인식 하에서 전통적 창조 신학의 이해와 해석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한 새로운 창조 신학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보 겠다. 하나님의 동산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인식과 하나님 형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 청지기적 과 제 등 새로운 신학적 개념을 수립해야 하며 자연과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전환을 해야 할 것 이다.
생태학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긍 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을 볼 수있다. 물론 그들의 삶의 자리 속에서 생태계의 위기가 직접적 으로 경험되어지고 다가온 것은 아니기에 구체적 대안이라든지 생태학에 대한 구체적 체계 등은 살펴 보기 힘들지만 자연을 도외시하거나 대상화하여 정복의 대상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이러한 역사의 줄기를 타고 계속적으로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면 지금의 위기 상황에로 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평가를 해 본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의 줄기는 계몽주의 이후 학문, 문화 전 부분에 있어서 자연과 문화를 계급적으로 이분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 신학적인 큰 흐름을 주도했던 자유주의는 이러한 조류에 발맞추어서 인간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흘렀다. 자유주의에 의하여 창조 전체에 의존하고 있는 인 간은 창조물의 소유자이며 스스로 주인이라고 인식하는 독립적 인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후 바르트는 전기에는 세상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전체성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점차로 하나님 의 전적 타자성과 초월성을 강조하고 그리스도를 통한 계시를 강조함으로서 하나님과 자연을 이 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것은 브른너와의 논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성서적인 근거와 조직신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일견해 볼 때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가 서구적인 전통 사상에 따라 하나님을 초월자 하나님으로 인식하 고,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도 더불어 '자연위에 있는 인간'으로 이해되어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은 객체가 되어 버리는 주객의 관계로 이해되어 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주객의 도식은 더 우기 창조신앙을 곡해함으로 더더욱 기반을 잡게 되었다. 그러나 생태계의 위기 앞에 이 문제가 다시 재고되어야 하는 필요성에 봉착하게 되었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존재론적이 아니라 관 계론적(계약의 협력자)으로 보아서 그것을 토대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되었 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자연을 관리해야 할 청지기라는 청지기 윤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청지기 윤리는 창세기 2장 15절을 그 전거점으로 삼고 경작하고 보존하는 명령에 대한 순종으로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봉사하려는 윤리이다. 그러나 이 청지기 윤리도 인간 중심의 윤리적 성격 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 맹점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청지기 윤리에서 창조 세계에 대한 우위성 보다는 책임성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환경 윤리에 대한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학적 환경 윤리는 이론적인 인식으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실천에로의 적극적 이행이 필요 하다. 이에 대해 각기 다른 신학적 입장을 지닌 사람들은 신학적 성향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인 식의 전환을 근간으로 한 생명력 있는 실천에로,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기독교 윤리학적인 실천 에로 나아가야 한다. 생태계의 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며, 인류 생존의 문제이기에 어떠한 계 급성도 당파성도 끼어들 수가 없다. 인류 생존의 위기 앞에 서 있는 우리는 모든 부분 속에서 생태 신학적 대안들을 모색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도록 기독교 윤리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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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항 : 본문에 있는 히브리어는 모두 깨어졌고, 각주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기에 완벽한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