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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향 : Less Labels, Less Music?

세기말과 세기초에 가장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 산업 부문은? 뭐 다른 분야에 까막눈인 탓도 있겠지만 음악산업 부문이 심상치 않다. 물론 대한민국의 스토리는 아니다. 뜸들이지 말고 말하면 워너 뮤직(Warner Music)과 EMI가 1월 말 전격 합병한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워너가 EMI를 먹은 것이니 합병이 아니라 인수가 정확할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용어가 뭐 중요한가. 작년의 유니버설의 폴리그램 인수와 더불어 음악산업계의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이제 세계 음악산업계는 '4대 메이저 체제'가 되었다. 이러다가 10년 뒤에는 2대 메이저의 복점(duopoly) 체제로, 20년 뒤에는 1대 메이저의 독점 체제로 가는 거 아닌가? 아예 UN같은 기구를 만드는 거 아닌가?

뻘소리는 그만. 그런데 좀 이상하다. 승자인 워너 뮤직이나 유니버설마저도 '승리의 기쁨'을 찬미하는 것보다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읊조리는 것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5년 이래 음악산업은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이 언제던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커트 코베인이 죽은 해'다. '얼터너티브 록'의 비즈니스가 꽃을 피우다가 시들기 시작한 해라는 뜻이다.
그뒤로 '중박' 정도는 몰라도 '대박'은 잘 안 나오고 있다.

초거대 음반사의 경영상태를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번 합병은 '음악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 한 회사로 통합되다보니 이제껏 두 회사에서 체결했던 아티스트들과의 계약들이 많이 파기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인디 레이블들과의 배급 계약이나 판권 계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더 적은 회사의 수는 '더 적은 음악'을 의미할 것이다. "아무렴 어떠냐.

음악같지 않은 음악도 많은 세상에 알맹이만 들으면 됐지. 잘 됐어, 거름장치가 좀 있어야 돼"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1980년대 초 '6대 메이저 체제'로 이행한 뒤 '안전빵' 위주로 이미 검증되었거나 흥행이 확실한 아티스트들만 시장을 점거했음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자금력은 빠방하지만 경쟁은 치열하지 않은 상황'이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음악산업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상징적인 예로 헐리웃에서 먼저 찾아와서 히트곡을 사운드트랙에 실어 달라고 사정했던 시절이 있었다. 1960-70년대의 일이다. 30년도 지나지 않아서 mp3 플레이어가 불법 복제수단이라면서 치사하게 소송이나 걸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소송에서 패소하여 쪽만 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가전산업(하드웨어 산업), 테크놀로지 산업(소프트웨어 산업) 등과 연합하여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라는 제도를 만드는 등 '해적질(piracy)'에 대해 계속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소비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이런 데 쏟을 돈과 정력을 아티스트 발굴에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mp3, real audio, WMA 등 디지틀 음악 포맷에 대한 음악산업계의 입장은 꼭 '선수협에 대한 KBO의 입장'과 똑같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히트하는, 더 적은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은 타당할까. 예상하는 사람의 신뢰가 떨어지겠지만 예상이 들어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2개의 메이저 음반사가 사라졌으니까 '메이저 레이블'에 속하지 않는(문자 그대로 '인디펜던트'한) 영역은 더 많아졌다는 얘기니까. 그래 이제 타워 레코드나 CDnow에 가지 말고, http://www.garageband.com같은 데를 즐겨 찾아가보자. 이런 게 정말 '돈되는' 일이 되어야 할텐데...

* 웹진 [Mzine]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