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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음악 개방, 될 건 되야지

일본음악이 '또' 개방된단다. 그거 아직도 안 된 거였나? 류이치 사카모토와 유키 구라모토같은 연주곡 음반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던데... 사정을 알아보니 공연의 경우 '2000석 이하 실내공연'이라는 제한 규정이 철폐되어 완전 개방이 이루어졌고, 음반의 경우 '한국어 번안과 제 3국어 가창'을  허용한다고 한다. '일본어 가창 음반'은 아직 개방에서 예외지만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이미 1980년대 최고 인기 그룹 차게 & 아스카의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고, 1990년대 최고의 섹시 스타 아무로 나미에도 공연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있다. 다들 야외 대형 공연이다.

근데 일본 음악이 얼마나 셀까? 국내에서 인기 '캡'인 아무로 나미에나 X-재팬은 아무래도 '외모로 승부하는' 경우 아닌가? 아니다.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본 음악에 대해 잘 모르면 '왕따' 당한다. 어떤 음악이길래? 한마디로 1980년대 이후 일본 대중음악은 일취월장했다. 일본 음악하면 심수봉이나 김연자 스타일의 '엔까'만 떠올라는 사람에게는 무척 낯설다. 재즈, 록, 뉴에이지, 힙합,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가 정착되어 있고, 어설픈 모방이 아니라 다들 '제대로' 한다. 음악 애호가들이 미국, 영국과 함께 일본을 3대 음악 선진국으로 간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영미산(産) 대중음악 뿐만 아니라 '제 3세계'의 음악까지 나름대로 흡수하고 있다. Orquestra de la Luz 같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살사(salsa)' 밴드까지 있을 정도니까("백지영도 살사"라고 우기지는 말자). 이렇다 보니 국내의 음악 애호가들 중에는 '일본을 통해 세계를 보는' 경우도 있다. 세계 각국의 음악을 '일본 대중음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다는 뜻이다.

주류 음악 뿐만 아니라 '인디' 성향의 음악도 만만치 않게 성장해 있다. 이들은 이미 한국 팬들과의 접촉을 개시한 상태다.  펑크 밴드인 매드 캡슐 마케츠(Mad Capsule Markets)가 작년 여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에 다녀갔고, 올해도 '비주얼 록' 밴드 라르캉시엘(L'Arc-en-ciel)이 다녀갈 예정이다. 이번 달 말에 열릴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도 '무명의' 밴드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국제적 테크노 뮤지션인 DJ 크러쉬(DJ Krush)와 켄 이시이(Ken Ishi)는 작년과 올해 한국의 테크노 바에 와서 시범을 보이고 갔다. 그뿐인가. 한국인이 주축이 된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때의 아이돌 스타였던 이상은은 활동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서 아티스트로 대우받고 있다. 6월에 열린 페스티벌 [여악여락(女樂女樂)]에서 이상은과 함께 무대에 선 연주인은 일본 음악인 다케다 하지무였다. 망명 음악인 한대수는 국내 공연은 여의치 않아도 일본 공연은 성공리에 가진 바 있다. 일본에는 '한국 음악'의 진지한 팬층도 있다는 얘기다. 곱창전골이라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밴드는 한국인들이 기억에서 지워버린 '한국 록'을 연주하고 있다. 이들과 절친한 사이인 국내 밴드 델리 스파이스는 1998년 일본의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런 교류는 '바람직한 것' 이라는 말 이외에는 뾰족한 말이 안 떠오른다.

'댄스 음악'은? 아무로 나미에, SMAP, 킹키 키즈 같이 얼굴 반반하고 춤 잘추는 아이돌 스타가 '주류'인 건 한국이랑 똑같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 다'인 한국과는 다르다. 아이돌 스타라도 기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노래도 잘 부르고 악기도 연주한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트레이닝을 통해 '상품'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낸다. 죽어라 춤 연습만 시키고 코디에 목숨거는 한국과는 다르다. 이런 시스템은 배워 올 필요도 있다.  

'배워 올' 사람들이야 음반 제작자나 공연 기획자들이고 일반 소비자들인 우리야 뭐 솔직히 남의 일 아닌가? 하지만 이런 건 있다. 괜히 선입견을 가지고 기피할 필요도 없고, '개방된다'는 소식 듣고 우루루 달려가서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이래서야 어디 선진 문화 국민이 될 자격이 있겠나. 게다가 차게 & 아스카는 슈퍼스타라곤 해도 점점 퇴물에 가까워지고 있고, 아무로 나미에도 전성기는 이미 지났는데... 갑자기 '50대 록 밴드'만 한국을 찾던 불과 10년 전의 상황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결론. 일본 음악도 가려 들읍시다.

 

* 월간 <스타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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