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 mp3 : '저작권 침해'와 '공정한 사용'

1. mp3, 냅스터/소리바다, P2P

mp3 그리고 냅스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mp3와 냅스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이에 대한 소문은 들었을 것이다. 기성 '오프라인' 음악산업계와 신흥 '온라인' 음악산업계의 힘겨루기처럼 팽팽한 상태다. 전자는 '불법 복제를 통한 저작권 침해다'라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후자는 '소비자의 정당한 사용권의 침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음반협회(RIAA)가 냅스터를 고소한지 1년 이상이 지난 지난 3월 10일 캘리포니아 연방고등법원은 일단 음반협회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사태가 모두 종결된 것은 아니다.

mp3 신드롬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냅스터와 유사한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는 1년 전 출범한 뒤로 국내 대중음악 파일을 전송시키는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이에 대해 한국음반산업협회도 소리바다를 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이로써 닷컴기업으로서 소리바다의 앞날은 불투명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상에서 소리바다닷컴의 사장은 '영웅' 취급을 받으며 네티즌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기성 음악산업 세력 가운데 한국저작권협회 등 이른바 '실연자 단체'들에서는 소리바다의 폐쇄보다는 '저작권료를 달라'는 요구를 보이고 있어서 다소의 분열도 보이고 있다.

mp3를 둘러싼 논란은 기본적으로 대중음악계에 한정된 사건이지만 인터넷 문화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로 깊은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냅스터나 소리바다가  월드 와이드 웹(www)과는 상이한 방식, 이른바 P2P(Peer to Peer)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P2P란 별 말이 아니라 개인의 PC와 PC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즉,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으려면 호스트 서버를 거쳐야 하는 것과는 달리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의 컴퓨터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받고 공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2. 라디오에서 음악을 들어도 돈을 내야 하나? 아니다. 이유는?

이를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 두 가지만 언급해 보자. 하나는 1930년대 미국에서 라디오가 최초로 대중화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은 요즘처럼 '연예오락'이 주를 이루었던 것은 아니라 메시지의 전달이 중심이었지만, 그래도 음반을 재생해주는(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주종을 이루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라디오에서 특정 곡(정확히 말하면 레코딩)을 방송을 많이 탈수록 그 곡이 수록된 음반의 판매량도 증가한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 비용과 시간을 써가며 방송국 스튜디오를 찾아가 지나가는 PD의 눈도장이라도 받으려는 우리의 '가요 매니저'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음반의 홍보에서 '방송의 위력'을 실감할 뿐이다.

그렇지만 당시는 달랐다. 간단히 말해서 라디오의 대중적 보급으로 인해 음반 판매량은 격감했다. 음반과 더불어 당시의 '오디오'인 축음기 역시 극심한 판매부진을 보였다. 1920년대 새로운 산업으로서 호황을 구가했던 축음기 산업(요즘 말로 '하드웨어 산업')과 레코드 산업(요즘 말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1930년대 접어들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라디오 산업이 성장한 반면 음반산업이 죽을 쑨 이유는 무엇일까. 한가지 이유는 당시가 '대공황'이었다는 사실이다. 가계의 소득수준이 감소하고 소비지출이 격감하면서 가계는 음반 구입을 줄이고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음악이나 들어야 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당시에는 축음기와 라디오는 별도의 기기였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앰프를 통해 통합되어 버튼만 누르면 CD를 듣다가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세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결국 대공황을 거치면서 레코드산업(=음반산업)은 라디오산업에 수직적으로 통합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라디오가 음반산업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단지 지배가 강화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음반산업의 생산물이 라디오를 통한 '스타 산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었다는 뜻이다. 빙 크로스비(Bing Crosby)같은 최초의 '레코딩 스타'는 라디오 스타이기도 했다. "빙 크로스비가 누굽니까"라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러 '대박'을 터뜨린 크루닝 가수"라고 답변해봤자 그다지 설명이 되지 않을 듯하므로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그건 다름 아니라 음반산업 초기에 시장을 지배한 레코드 회사들인 RCA와 CBS가 모두 라디오 방송사였다는 점이다. RCA란 Radio Corporations of America의 축약어이고, CBS란 Columbia Broadcastimg Stations의 축약어다.

글이 무슨 강의처럼 되어버렸지만, 요는 라디오산업과 음반산업이 밀월관계를 이루게 된 것은 '복잡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히트곡 = 음반이 많이 팔리는 곡 = 라디오에서 자주 틀어주는 곡'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다. 이 이야기를 마치면서 지금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 하나를 추가하고자 한다. 포르투갈의 민중음악 파두(Fado)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와 관련된 일화다. 1940년대까지 아말리아의 노래는 오직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을 뿐 '음반'으로는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당시 그녀의 매니저를 맡은 인물이 "음반을 레코딩하게 되면 사람들이 집에서 음반만 듣고 공연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음반으로 들을 수 없는 가수의 공연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3. 집에서 테이프로 녹음하는 것은 불법 복제인가?

두 번째 역사적 사실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1985년의 일이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Record Industry Assocaiation of America)는 미국 하원에 공 테이프와 테이프 녹음기(한국어로 '카셋트 데크')에게 조세를 부과할 것을 청원하였다. 공 테이프는 한 개당 1 센트의 조세를, 테이프 녹음기에는 소매가의 25%를 조세로 부과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다. 요구를 담은 법안은 가정 오디오 레코딩 법안(Audio Home Recording Act)라고 알려져 있고, 보통 '홈 테이핑 법안'이라고 부른다.  

홈 테이핑 법안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테이프 녹음기가 일반화되면서 레코드(당시에는 주로 LP)를 테이프로 녹음해서 듣는 일이 많아졌으므로 그만큼 음반이 덜 팔리고 따라서 음반회사의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이러한 허가받지 않은 복제는 창작자의 의욕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여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업자가 책임이 있으니 일정한 조세를 징수하여 이를 아티스트들에게 분배하겠다는 이야기다. 즉, 이때의 조세란 일종의 '저작권료'인 셈이다.

그렇지만 홈 테이핑 법안은 그리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내가 산 음반을 복제하여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도 돈을 지불해야 하느냐?'라는 소비자의 항의도 거세었다. 최종적으로는 자기 소유의 레코드의 테이프 녹음, 아마추어 음악인의 테이프 녹음, 자신의 음악적 용도를 위한 테이프 녹음 등은 여기서 제외한다는 유보조항을 두었다. 무엇보다도 홈 테이핑 논쟁이 흐지부지된 것은 카셋트 테이프를 능가하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가정용 녹음기도 '디지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해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레코드를 테이프로 옮기는 작업은 매우 수고로운 작업일뿐더러 까다로운 귀의 소유자라면 음질도 만족스럽지 않다. 더블 데크로 테이프에서 테이프로 녹음하는 경우(이른바 '더빙')의 경우는 음 손실이 더 많이 발생한다. 아날로그 레코딩의 한계다. 반면 디지털 레코딩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컴팩트 디스크(compact disc)가 매스터 테이프를 거의 완벽하게 복제하듯이 디지털 녹음기들은 컴팩트 디스크의 음질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고 복제할 수 있다.

그런 게 뭐가 있냐고 물어볼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DAT(digital audio tape recorder), DCC(digital compact cassete), CDR(compact disc recorder), MD(mini disc) 등의 이름은 열렬한 음악 애호가라면 모를까 일반인들에게는 금시초문인 이름들일 것이다. 그럴 법도 하다. 왜냐하면 RIAA에서 이들 기기에 대해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개발된 이들 디지털 음향 녹음기들은 모두 과중한 저작권료의 부담으로 인해 매우 비싼 가격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직업적 음악인을 비롯한 소수의 매니아들의 한정된 수요로 그치게 되었던 것이다.

4. 디지털 배급은 시대의 대세다

옛날 이야기만 해서 지루해 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논점으로 돌아가자. 처음에 언급한 냅스터(그리고 소리바다)를 음반산업계에서 제소한 사건 말이다. 이는 방금 언급한 새로운 미디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음악산업계의 집요한 '방해'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심각성의 요인은 대충 두 가지다. 하나는 mp3 파일의 경우 말 그대로 디지털 파일 그자체이고 형체가 없다. '불법 복제음반'이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DAT, DCC, MD처럼 실체가 없으니 조세나 저작권료를 부과할 대상이 불명확하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PC로 파일을 실행시킨다. 그렇지만 PC를 '음향 하드웨어' 혹은 '오디오 기기'라고만 간주하기는 곤란하다.

둘째로는 P2P 방식의 속성 상 자기가 가진 CD를 mp3로 만들어낸 건지 다른 사람 것을 전송받아 온 건지 불명확하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의 것을 전송받아온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소유한 디스크로 mp3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준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의 정신을 외치기 전에 앞서 언급한 '공정한 사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외치는 네티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마우스를 클릭해서 다운로드받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환상적인 현실과 '불법 복제를 통한 저작권 침해다'라는 음악산업계의 주장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음악산업계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역별 해결책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설명으로 알고 있듯 미국의 음악산업계는 냅스터같은 온라인 전송 업체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반면 유럽권의 음악산업은 컴퓨터 등 하드웨어 업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하드 디스크, 블랭크 CD, 프린터 등에 저작권료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통신 설비에도 저작권료를 징수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어떤 결론을 나을지는 미지수다. 단지 이들 '선진국'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야기한 문화적 변화를 '경제적 문제'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이건 넘겨짚은 것이지만 음악산업계가 말로는 냅스터를 '폐쇄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게 즉시 폐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으니 냅스터측에서 어느 정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렇게 시간을 벌고 자기들 스스로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 뉴스에 의하면 세계 5대 메이저인 소니 뮤직과 워너 뮤직은 합동으로 양사가 판권을 보유한 음악들의 온라인 P2P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미래를 결정할 테크놀로지를 거부하는 일은 '국익'에도 맞지 않는 일이니 '돈 문제로' 해결하는 방식이 그들의 합리적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BMG같은 거대 음반사는 이미 냅스터의 최대 주주가 된 상태다. 결국 냅스터의 기업으로서의 운명과는 별도로 냅스터같은 음악의 전송양식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럴 때 예술작품(이 경우 레코딩된 음악작품)의 권리를 누가 통제하는가일 뿐이다.  

5. 정보화사회에서 음악 소비자의 윤리

이렇게 '언행이 불일치하는' 그곳과는 반대로 한국의 음악산업계는 언행이 일치해 보인다. 음반산업협회는 정말로 소리바다닷컴을 폐쇄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소리바다는 폐쇄를 당해도 문제겠지만 저작권료를 요구한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대중음악의 mp3 파일은 소리바다가 아니라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통신 동호회같은 커뮤니티에만 가입하면 자료실에 많은 신곡이 올라 있다.

결국 참 여러 문제가 꼬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불법복제의 '전통'이 강하다. '청계천 빽판'으로 대표되던 1970년대부터 '길거리 테이프'가 범람한 1980년대를 거쳐 음반뿐만 아니라 게임, 비디오 등이 각종 불법복제 CD에 담기는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비디오를 보면서 처음 나오는 "호환, 마마...어쩌구"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에 둔감한 게 우리네 현실이다. 소리바다가 유료화된다면 그다지 많은 사람이 가입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의 근거다.

생산자(혹은 제작자)라고 해서 그리 당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음반의 경우 '소장가치를 가진 앨범'의 자격을 갖춘 음반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한두곡의 히트곡과 그저그런 나머지곡을 끼워팔기하는 게 한국의 '앨범'들이다. 'mp3로 좋은 곡만을 엄선하여 들으려는' 소비자의 욕구에 대해 떳떳하게 '사서 들으세요'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기성의 '오프라인' 음반산업이 이렇다면 '온라인' 음악산업은 어떨까. 이것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몇가지 정보를 들어보면 온라인 CD 숍들은 과당경쟁으로 제살깎기를 하고 있을 뿐이며, 음악 '닷컴' 기업들은 한국형 벤처기업의 악습인 머니 게임에만 골몰할 뿐인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테크놀로지의 효과는 자동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setting)에 좌우된다'라는 초라한 일반론이다. "불법복제를 하지 맙시다"라는 고루한 '도덕'이 아닌 새로운 기술문화에 적합한 '윤리'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2-3년 전 뉴스에서 "공무원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가 수두룩하게 깔려 있다"는 보도를 본 일도 있고,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나온 공무원이 컴퓨터도 잘 모르더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의견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왠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를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진만 뺄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든다. "온라인 음악산업을 위한 mp3의 역할의 정립을 위하여"라는 제안서를 쓰면, "mp3? 그게 뭡니까"라고 물어볼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 <문화예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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