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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라가'로 표기되는 음악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메이카산(産) 라가(ragga)고, 다른 하나는 인도산(産) 라가(raga)다. 오늘 소개할 음악은 물론 후자다. 라가는 인도의 클래식 음악이고, 정확히 말하면 힌두스탄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서 '힌두스탄 음악'이라는 말로도 불린다. 더 정확히 말하면 라가는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힌두스탄 음악의 한 요소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스승인 라비 샹카(Ravi Shankar)의 말을 빌리면 "(라가란) 단지 음계가 아니라 멜로디 형태"다. 좀 어려운 이야기지만 서양음악처럼 화성이 변하면서 그 위에 멜로디가 얹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 불가분한 최소단위를 형성하는 멜로디 형식이 라가라는 이야기다. 라가는 시타(sitar), 사로드(sarod), 산트루(santroo) 같은 인도 고유의 여러 줄로 이루어진 현악기들로 연주된다. 한편 리듬은? 리듬은 탈라(tala)라는 단위로 구성된다. 이것 역시 서양음악처럼 3박자, 4박자 등을 단위로 마디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10비트, 13비트같은 식으로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 탈라는 보통 타블라라고 불리는 타악기에 의해 연주되는데, 타블라는 두 개의 북이 하나의 세트를 이룬다. 타블라는 다른 타악기들에 비해 음고가 명확한 편이라서 독주 악기로 사용될 때도 있다. 라가 혹은 힌두스탄 음악이 아시아를 '벗어난' 것은 서양의 대중음악계라기보다는 순수음악계를 만나면서부터다. 이른바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라고 부르는 '제 3세계의 음악'을 연구하는 음악학의 분과학문이 그것이다. 라비 샹카를 비롯해, 사로드의 거장 아크바르 알리 한(Akbar Ali Khan), 산트루의 대가 판디트 시브쿠바르 샤르마(Pandit Shivkumar Sharma), 타블라의 거장 우스타드 알라 아하(Ustad Alla Rakha) 같은 거장들은 각종 워크숍에 참여하여 힌두스탄 음악을 서양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각종 '퓨전'도 시도했다. 대중음악과의 퓨전은 앞서 말한 비틀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타를 비롯한 인도의 현악기들은 특유의 드론(drone) 사운드를 내는데 이 소리가 록 음악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싸이키델릭한 무드에 적격이었다. 싸이키델릭 밴드들 중에서도 '동양적 느낌'을 위해 라가를 차용한 경우가 많았고, 한때는 '라가 록'이라는 트렌드도 만들어 내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월드 뮤직'을 추구하는 서양의 대중음악인들과의 교류도 발생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미키 하트(Mickey Hart)의 프로젝트 [Planet Drum](1991)에 자키르 후세인(Zakir Hussain)이 참여한 것이다. 미키 하트는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출신으로서 밴드 탈퇴 뒤에는 세계의 타악기 연주를 수집하는데 열중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타블라의 거장인 우스타드 알라 라하의 아들인 자키르 후세인과 해후한 것이다. 또하나의 해후는 비슈와나 모한 바트(Vishwana Mohan Bhatt)가 라이 쿠더(Ry Cooder)의 앨범 [A Meeting by the River](1993)에 참여하면서 이루어졌다. 두 앨범 모두 발표된 다음 해 그래미상 월드 뮤직 부문을 수상했고, 두 인도 출신 음악인의 이름을 클래식 음악계 외부에 알렸다. 이런 엘리트 음악인들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국제적 교류가 있다. 힌두스탄 음악을 전자음향과 믹스하는 샌프란시스코의 DJ 솁 이 사바(Cheb I Sabbah), 런던에서 활동하는 파키스탄계 이슬람 근본주의 랩 그룹 펀더멘털(Fun^da^mental), (영국의) 백인계이면서도 동양음악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Transglobal Underground) 등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교류하고 있다. 또한 런던 이스트엔드에 있는 클럽 아노카(Anokha)에서 '아시안 언더그라운드'를 이끌고 있는 탤빈 씽(Talvin Sinngh)과 스테이트 오브 벵골(State of Bengal)같은 존재들도 힌두스탄 음악인들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특히 탤빈 씽은 앞서 말한 자키르 후세인이 아버지인 우스타드 알라 라하를 추모하는 음반 [Tala Matrix]에 참여했다. 이 음반의 프로듀서는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대부'인 빌 래스월(Bill Laswell)이라는 인물인데, 그가 DJ 솁 이 사바의 음반에도 참여한 것을 보면 힌두스탄 음악도 '글로벌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번에 소개한 펀잡의 음악인 방그라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방그라가 하우스, 레게, 랩 등 여러 종류의 팝과 뒤섞이고 있다면, 힌두스탄 음악은 순수음악계든, 대중음악계든 '엘리트'들과 퓨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음악 장르의 속성의 차이임과 동시에 '인도와 인도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기도 하다. 20010719 * 웹진 [Pencil]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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