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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1970년대 포크송에 대해 못다한 말이 있다. 물론 포크송을 '틴 아이돌 음악'으로 들었던 젊은(!) 나로서는 이때의 일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며 직접적 경험이라곤 '매스 미디어를 통한' 것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970년대 대중음악의 '민족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때도 '가요 순위프로그램'이 있었다. 물론 ARS 집계나 현장집계같은 이상한 집계방식은 없었고 손때묻은 우편엽서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던 것으로 기억된다(물론 당시에는 방송국의 실력자의 입김이 지금보다 더 강했다는 말은 나중에나 알았다). '고별무대'라든가 '컴백무대'같은 것도 없었고 10위부터 1위까지 차례로 나와 생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방송국의 사회자는 지금은 모 보수정당의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 텔리비전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지켜본 나는 깜짝 놀랐다. 지난 주까지 '어니언스'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포크 듀엣이 그날 갑자기 '양파들'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방금 말한 사회자는 특유의 너털웃음 뒤에 "양파들 나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른바 국어순화운동의 일환으로 대중음악 그룹들의 이름을 국어로 짓으라고 '권장'한 시책의 산물이었다. 당시의 모든 시책이 그랬듯 '정부 주도로' 단행된 일이었다. 어니언스가 '양파들'로, 라나 에 로스포가 '개구리와 두꺼비'로, 바니 걸스가 '토끼소녀'로 이름이 바뀐 것은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황당한 경우들도 많았다. 특히 블루 벨스가 '청종'으로, 피버스가 '열기들'로 바뀐 것은 어리둥절한 것이었다. 신인 그룹들은 새 이름을 지을 때 반드시 한글로 짓도록 '권고' 받은 결과 논두렁 밭두렁, 물레방아같이 '토속적'인 이름이 등장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나온 김에 몇 개의 사례를 추가하면 런 웨이는 '활주로', 블랙 테트라는 '열대어', 로커스트는 '메뚜기'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문제는 이런 국어 이름의 사용이 자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지극히 타율적이었다는 점이다. 그 전에 활동을 접었길래 망정이지 트윈 폴리오, 뚜아 에 무아, 펄 시스터스같은 거물 그룹들은 '촌스러운' 한글 이름을 달고 경력을 마감했을 뻔했다. 그때의 기억이 굴욕적이었던지 왕년의 포크 가수들의 협의체의 이름도 "포크 '싱어' 협의회"라고 이름을 붙였다. '가수'가 아니라 '싱어'라....그건 한국에서 '가수'라는 말이 특정한 의미로 사용되는 현실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들 알 듯 한국에서 '가수'란 "TV에 나와서 조명을 받으면서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 점이 묘하다. 평론가 이영미는 1970년대 포크송을 논하면서 '묘한 순수의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녀)의 견해로는 한국 포크송은 '진짜 민속음악'이라기보다는 '미국문화에 대한 동경'과 '또하나의 사랑타령'이라는 것이다. 그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지나친 일반화라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당시 한국에서 포크송이라고 불렀던 음악의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기에는 적절한 지적이다. 그렇지만 'Twin Polio'라고 쓰는 것과
'트윈 폴리오'라고 쓰는 것의 의미작용이 다르듯, 'folk'라고 표기하는
음악과 '포크'라고 표기하는 음악은 상이한 문화적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포크'는 '민요'도 아니지만 'folk'도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한국 포크송'이란 "영미권 대중음악으로부터 영향받아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적 생산물"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 듯하다. "영미 포크의 저항정신이 한국에 와서 이상해졌다"는
투덜거림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정리하자. 박정희 정권의 타율적 국어순화운동이 대중음악계에 미친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단지 트로트의 복고를 가져왔을 뿐 실패한 운동인가. 이런 말이 지금도 유효할까. 1970년대 포크송과 연관되어 부상한 음반 제작자들이 현재 아이돌 댄스 그룹의 매니지먼트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스토리는 언젠가 상세히 해야 될 이야기지만 지금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사장'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그치자. 이들은 지금 마음 놓고 영어로 그룹 이름을 짓고 있는 반면 '가요'애 대한 애국심은 대단하다. 젊은 시절 영미의 '팝송'에 경도되었던 이들이 지금은 '가요'의 수출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은 아이러니이자 아이러니가 아니다. 아이러니인 이유는 영미문화에 대한 동경이 영미문화에 맞서 우리것을 지키자는 애국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고, 아이러니가 아닌 이유는 '그때부터' 포크송이란 '국산'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아이러니는 1975년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그룹들의 이름이 '순우리말'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영어 이름으로 시작해서 개명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국어 이름을 지었다. 엽전들, 산울림, 송골매, 들국화, 어떤 날, 시인과 촌장, 시나위, 심지어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반면 영어 이름을 지은 그룹들 중에는 '겉멋 들린'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알아서 기는'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마무리할 때는 동요하게 된다. '외국으로부터의 영향의
토착화'라는 말이 해괴하게 사용된 나라지만, 한국에서 대중의 지배적
취향은 그런 괴상한 프로젝트에 쉽게 동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어째
말이 꼬인다. 다음에 풀어야겠다. * 웹진 <창작과 비평>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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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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