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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니 문득 쌍뜨 뻬쩨르부르그에 가고 싶다. 이 도시는 러시아 연방의 북서부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의 수도인 모스끄바에서 북쪽으로 약 640km, 그리고 북극권에서 7도(위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1991년대까지는 레닌그라드라고 불렸다. '혁명가' 레닌에서 '대제(大帝)' 뾰뜨르로 도시의 이름을 바꾼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에서 그 중심이었던 레닌그라드도 사라진 것이다. 한편으로 뻬쩨르부르그는 2세기 동안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으며, 다른 한편으로 뾰뜨르 대제는 제정 러시아의 서구화를 추진한 인물이다. 이 점은 '복고'와 '현대'라는 양면적 욕망이 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는 상징적 사실이다.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의 현장이자 2차 대전 중에는 독일군의 포위공격을 버텨냈다는 사건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건 위대한 러시아 민중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지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일어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뻬쩨르부르그에는 어떤 음악이 있을까. 오늘은 일단 지금이 아니라 '이제까지'를, 그리고 뻬쩨르부르그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역을 훑어 보자. 중년 이상의 한국인들 중에는 '러시아 민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970-80년대 대학교를 다니면서 "스쩬까라찐"과 "기러기"를 불러본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러시아 민요 혹은 포크송은 제정 러시아 시대에 농촌 공동체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농민들의 힘겨운 삶을 반영하듯 러시아 포크송은 절망과 탄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대중의 양식(food of masses)'이라고 불렸다. '속요(俗謠)'라는 뜻의 차스뚜쉬까(Chastushka)가 그것이다. 4행 시의 짧은 선율을 반복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형식을 취하는 차스뚜쉬까는 마치 미국의 블루스처럼 러시아의 대중음악의 기원을 이루고 있다. 물론 차스뚜쉬까 이전에도 음유시인들이 귀족영주의 '피고용악사'가 되어 무도회를 돌면서 즉흥연주를 한 것에서 유래하는 로망스라는 전통도 있다. 그렇지만 1920년대 이후 사회주의 공업화와 농업 집단화가 진행되면서 러시아 포크송은 특유의 공동체적 연예의 기능을 잃어갔다. 그러니 지금 음반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러시아 포크송이란 레드 아미 코러스(Red Army Chorus) 같은 합창단이나 제도권 음악대학에서 훈련받은 보컬리스트들이 민속악기를 곁들인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러시아 포크송의 맥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통상 음유시인이라고 번역되는 바르드의 기타 시가(guitar poetry)는 차스뚜쉬까의 전통을 발전시킨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이들의 노래를 음악이라기보다는 시로, 즉, '가창'이라기보다는 '낭송'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솔로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름과 동시에 시를 읊는 전통은 아직도 남아 있다. 블라디미르 비소쯔끼(Vladimir Vysotsky), 불라뜨 오꾸자바(Bulat Okudzhava), 알렉산드르 갈리치(Aleksander Galich), 율리 낌(Yuli Kim: 한국계다) 같은 '바르드(bard)'들이 그들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http://russia-un-us.com을 찾아가 보시길. 비소쯔끼와 오꾸자바의 음반 몇 종은 대형매장에 수입되어 있다. 바르드들은 차스뚜쉬까 중에서도 블라뜨나야 무지까(blatnaia muzyka) 혹은 블라뜨니 뻬스니(blatny pesny)라는 노래형식을 발전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범죄 음악(delinquent songs)'이라는 뜻의 이 노래 형식은 제정 러시아 시대 러시아의 농촌을 여기저기 전전하던 불한당들이 부르던 것이었다. 비딸리 까네프스끼(Vitaly Kanevsky)의 영화 [Zamri, Umri, Voskresni(Freeze-Die-Come to Life)](한국어 '의역': [얼지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에서 중년의 술주정뱅이가 술병을 들고 흥얼거리는 노래가 블라뜨나야 무지까에 가깝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영화 [백야]에
나오는 "야생마"를 부른 비소쯔끼다. 희안한 것은 그는 '배우'로는
제도권 인물이었지만 가수로서는 생전에 한 장의 음반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바르드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소쯔끼(및 바르드)의 노래가 유통될 수 있었을까. '비합법
테이프'를 통해서였다. 볼셰비키들이 제작·배포하던 비합법 유인물
사미즈다뜨(samizdat)의 이름을 따서 마그니즈다뜨(magnizdat)라고 불렸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야겠다. * 웹진 [Pencil]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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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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