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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라면 오늘이 연재 마지막이다. 본래는 디지털 온라인 상에서 비평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주제로 글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회고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버렸다. 그에 대해 '지겹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으니, 이제 현재를 점검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먼저 [weiv]의 두 가지 의의에 대한 자평으로 시작하자. 하나는 디지털 공간에서 비평 커뮤니티를 형성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 비평을 '부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이것이 '오프라인에서 전업적(professional)으로 만드는 잡지'와는 다른 길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1990년대의 수많은 음악 동호회(커뮤니티)들이 스멀스멀 사라지고, 오프라인 잡지들이 2년을 못 넘기도 나자빠지는 상황에서 [weiv]가 걸었던 길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런 평가는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 앞에서는 자평이 아니라 '자뻑'이 되어 버린다. 지난 호 글의 반응 중에서 이런 의견이 있었다. "영화전문잡지나 시사전문지 꽁다리 밖에 점유할 수 없다는 것이 (더더군다나 수년에 걸친 먹물존위들의 눈부신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가끔 음악이고 문화고 뭐고 다 접어버리고 싶게 만든다". 또 "이땅에 영화 주간지가 5개가 넘게 된것이 단순히 한국영화가 흥행이 많이 되기 때문은 아닐것이다. 음악 팬이 분명 영화팬보다 적지 않을진데, 어찌 시대를 탓할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이 있었다. 동의한다. '어떻게 대중음악을 영화와 비교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비참한' 상황에 '평론계'가 별다른 힘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은 거둘 수 없다. 음악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석'이나 '평론'이 별다른 힘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오프라인 음악잡지가 나온다고 해서 거기서 비중있게 다룰 만한 국내 음반이 한 달에 몇 개나 될까. 이건 한국의 음악인들이 음악을 못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재능을 개화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은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이런 말도 지겹고 짜증나리라고 생각된다. 그건 여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몸담고 있는 사람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번 호의 원고에서 언급했듯 대중음악판의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입법자'의 길을 선택하려는 것도 '환경부터 조성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지금 내릴 상황은 아니므로 몇 년 뒤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환경을 조성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자동적으로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하드웨어가 바뀐다고 소프트웨어가 자동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국적 컨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는 대안의 시도들은 어색하게 끝나기 쉬울 것 같다. 그런데 현재로서 이런 말은 '국악과 민요를 도입하라는 말이냐'라는 식의 반응을 얻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 '현대의 한국'이라고 말을 해도 젊은 음악인들은 '한국의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받은 일이 별로 없다'라고 말할 뿐이다. 틀린 말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 대중음악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일도 평론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꾼 일이고, 그 꿈을 발설한 사람도 몇 명 있다. 그렇지만 아직 어떤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그만큼 그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의 역사 전체가 아니라 '청년문화'와 연관되어 발전한 대중음악으로 좁힌다고 해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 대중음악의 데이터베이스는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비교할 걸 해야지...)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보다도 뒤처져 있다. 참 한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어쨌든 몇 년 동안은 되든 안 되든 이 일에 매달릴 것 같다. 그를 통해 젊은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외국 음악처럼 쉽게'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대중음악이 단지 유행이 아니라 공공의 지식(public knowledge)이자 정서적 소통(affective communication)의 매체'라는 원론적인 정의가 단지 아카데미 내에서의 토론 대상이 아니라 대중적 담화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그걸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약속할까? 20020220 * [컬티즌]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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