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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 전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공연이 있었다. 한때 모 음악잡지에서 한 독자가 '오자(字) 지자(字) 쓰시는 분'이라고 표현한 인물이다. '안 웃겼으면 미안'이지만 서양의 록 스타가 한국이라는 변방의 록 팬에게 어떤 예우를 받았는지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다. 그러고 보면 외국의 록 스타가 내한공연을 갖는 일도 이제는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아마도 1995년 딥 퍼플(Deep Purple)이 찾은 이후의 현상일 것이다. 그때 공연 포스터에는 "마침내 그들이 왔다"라는 문구가 써 있었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들고 나온 플래카드에는 "30년을 기다렸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30년이라는 단어는 반올림이나 사사오입(四)捨五入)을 거친 과장이었겠지만 그 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의 록 팬들은 남북이산가족과는 또다르게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셈이다. 그런데 나는 공연에 가지 않았다. '가지 못했다'인지 '가지 않았다'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나이에 무슨 록 공연'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보다 연로한 '오자 지자 쓰시는 분'은 무대에서 펄펄 뛰는데 이런 말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일단, 공연장이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멀었고 그때는 마침 교통체증이 격심한 시간대였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공연을 다녀오면 다음 날이 피곤할 게 뻔하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게다가 미리 연락이라도 했으면 초대권('공짜표')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그것도 놓쳐 버렸다. 방금 한 이야기는 보통 팬들이 들으면 분노할 이야기일 것이다. 맞다. 한국의 공연은 '돈 내고 보는 사람이 돈 안 내고 보는 사람 몫까지 지불하는 공연'이다. 이런 관행은 TV에서의 립싱크처럼 '말도 안 되지만 쉽게 시정되지 않는' 것에 속한다. 주최측은 예매가 저조할 경우 공연장을 썰렁하게 만드는 것보다는공짜표라도 뿌려서 분위기라도 살리는 것이 사업의 장래를 위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렵사리 초대한 아티스트에 대한 동양적 예우의 염이 작용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공연장에 가지 않은 이유는 다른 것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록 공연장은 '늘 일정한 수의 관중'만 찾는다. 내가 가든 안 가든 거의 일정하다. 거기서 한국에서 록 문화의 '일정한 수준'을 자각하게 되면 우울해질 때가 많아서 이번에는 가지 않았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날고 기는 한국의 열혈 록 팬들은 방구석에서 헤드폰만 끼고 처박혀 있는 건지 공연을 자주 찾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 내가 '열혈'할 때 이런 공연이 있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왜? 비싸서. 하지만 공연 기획사들은 한결같이 각종 '준조세'들이 많아서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유명 외국 아티스트들은 말레이지아, 타이완, 싱가포르는 다녀가도 한국은 잘 찾지 않는다. 한국을 찾는 록 뮤지션들 대부분이 '베테랑'이라는 점도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싸서' 그런 것이다. 작년에 요즘 한참 잘 나가는 젊은 록 밴드의 공연들이 실패한 것도 '베테랑이 흥행이 잘 된다'는 업계의 속설을 강화시킬 것 같다. 그래도 4월 초에 오는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는 좀 다르다. 그가 누군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라는 거대 밴드의 리더 아니었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저, 평론가인데요. 어떻게 공짜로 좀...'이라고 비굴하게 공짜를 바라지 않고,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 돈 내고 가야겠다. 헉, 근데 이번에는 티켓 값이 장난이 아니다. 제일 비싼 것은 15만원, 제일 싼 게 5만원이란다. 어떡하지... * [스카이 라이프]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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