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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라는 이름은 무언가 촌스러워 보인다. 이름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 것은 못난 사람이나 하는 짓이지만, 이제까지 갖게 된 편견에 의하면 '주근깨가 난 개구쟁이 소년'의 이름 같기만 하다. 그렇지만 이 음반의 주인 김두수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매우 수줍고 낯가리는 성격의 소유자이고, 과묵하고 은둔적이고 깊은 내면을 소유한 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1986년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더그라운드 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로 활동했고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아는 컬트적 존재라는 그에 대한 공식적 평가와도 잘 어우러진다. 하지만 이런 말 가지고 '야후 매니아'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의 음악이 '언더그라운드 포크'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포크라는 음악이 미사리나 일산 등 서울 교외의 '라이브 카페'에서 통기타 치면서 '아줌마 취향의 발라드'를 부르는 흘러간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로 정의한다면, 그건 '야후 매니아 세대'와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음악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바쁘게 휙휙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는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정서이기 때문이다. '포크 = 386세대의 음악'이라는 정의는 불만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점은 이 음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공백(혹은 은둔) 끝에 발표한 이번 음반은 그가 10년전쯤 발표한 세 종의 음반처럼 '프로그레시브'하지도 않다. 매우 소박하고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곡인 "들꽃"의 경우 정식 스튜디오가 아니라 '산속에 위치한 돔(dome) 형태의 구조물에서 녹음되었다'는 보도자료의 정보처럼 '자연으로 귀의해 버린' 느낌을 준다. 인트로에 나오는 클래식 기타의 트레몰로에 이어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는 정말 공기의 입자가 파동하는 것 같다. 그에 이어 나오는 비브라토 강한 김두수의 목소리는 '산림욕'을 하는 기분을 안겨 준다. 정식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다른 곡들도 이런 분위기를 견지한다. 예전에 발표한 "보헤미안"이나 "나비"같은 곡도 소박한 프로듀싱으로 다시 녹음되었다. 그래서 어두운 공간에서 이 음반을 들으면 어디인지 모를 낯선 곳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열한번째 트랙인 "추상(追想)"은 추상적(抽象的)이다. 그러니 이런 음반을 소개할 때는 '인공적 전자음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참 드문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라는 식으로 포인트를 잡는 게 정상일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때로는 참 어설플 때가 많다. 이렇게 마케팅되는 음악이 주는 감흥은 핸드폰과 PDA를 들고 자동차를 한두 시간 정도 몰아서 인터넷 전용선까지 들어오는 별장에 잠시 다녀오는 기분 이상이 아닐 때가 많다. 이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 사주(四柱)가 유행하고, 역술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돈을 벌어가는 세상이니 값싼 자연주의는 차라리 디지털 자본주의의 만만한 보완물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두수는 조금 다르다. 그의 은둔은 '도시 생활이 싫증 나서 잠시 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쩐지 그는 자동차를 몰고 메트로폴리스에 오락가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강원도, 그것도 태백산맥을 넘은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구도자적인 점에서 하덕규를 연상시키지만 보다 선(禪)적인 냄새가 강하다. 물론 선이든 도(道)든 서양의 '얼터너티브'한 사람들이 미쳐 환장하든 말든 막상 동양에 사는 우리들은 시큰둥한 게 요즘 세태다. 하지만 어쩌면 물질문명이 더 발달한다면 우리 역시도 그런 걸 찾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은 서양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모조리 따라 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시니컬한 이유도 있지만 정말 이제는 속도감에 질려 버린 사람이 하나둘 나오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김두수는 '흘러간'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선구자'로 기록될 것 같다. * [야후 매니아]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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