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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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인공은 R.E.M. 특히 이 밴드의 프론트맨인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다. '외국의 문화적 생산물이 한국에 오면 탈맥락화된다'는 식의 말이 지겨울지 모르겠지만 '한번만 더 하고 안 한다'고 다짐하면서 시작하자. R.E.M.은 몇 년 전 최진실과 김승우가 주연한 TV 드라마 삽입곡 "Everybody Hurts"를 부른 미국의 록 밴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다정한 연인들"같은 1970년대 한국 포크송에서 즐겨 쓰던 12/8박자 기타 아르페지오 위에서 아름답고 유려한 멜로디가 전개되고, 가사의 내용도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이지 리스닝이라고 하기에는 절박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Don't throw your hand"로 시작해서 "Hang on".."Hold on"으로 읊조리듯 끝나는 후렴구 말이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 곡이 '커트 코베인의 자살'이라는 "로큰롤 역사상 최대의 사건"과 관련하여 부단히 언급되는 곡이라는 사실을. 범상하면서도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노래처럼 R.E.M.과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를 묘사할 때는 '수수께끼같다(enigmatic 혹은 unscrutable)'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한마디로 그(그리고 그들)는 '팝 스타'라기에는 매우 비의적(秘儀的, esoteric)이다. 단, 처음 마주칠 때부터 '비범하기 그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처음에는 평이하게 보이다가도 같이 지낼수록 비범한 면이 드러나는 존재라고나 할까. 현대 미국 문화사에서 이런 유형의 비범함의 원조(?)를 꼽으라면 윌리엄 버로우즈(William Burroughs)일 것이다. 1914년 생인 버로우즈는 알렌 긴즈버그(Allen Ginsberg), 잭 케루액(Jack Kerouac)과 함께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의 대표 인물이자 이들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로우즈는 '음악인'이 아니면서도 로큰롤에 영향을 준 드문 인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록 평론가 제이슨 앤케니(Jason Ankeny)에 의하면 그는 "록 음악이 창조되기 이전부터 록 문화의 라이프스타일을 살아온 인물"이다. 버로우즈 역시 마이클 스타이프처럼 겉모습은 그다지 비범하지 않다. 동료인 케루액에 의하면 그는 "190cm의 키에 귀족같이 엷은 입술과 푸른 안색을 가진, 수줍은 은행원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계산기회사 창업주의 손자였고. 그렇지만 하바드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그가 하는 짓은 범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트 시인들과 어울리면서 헤로인, 코케인 심지어 감기약에 이르기까지 각종 약물을 '실험'했다. 버로우즈는 30대 중반에 이르도록 진지한 글을 쓰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동료인 긴즈버그와 케루액이 타이핑을 해주는 수고를 통해 헤로인 중독 경험을 다룬 [Junky](1953), 그리고 동성애를 다룬 [Queer](1955)를 저술했다. 전자는 '펄프' 형식으로 출판되었을 뿐이고 후자는 출판사로부터 반려된 끝에 나중에야 햇빛을 보았다. 그의 경험은 [벌거벗은 점심(Naked Lunch)](1959)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초현실주의적 필체는 젊은 음악인들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소프트 머신(The Soft Machine), 스틸리 댄(Steely Dan)같은 밴드의 이름들도 버로우즈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소설 [The Soft Machine](1965)은 그의 새로운 작법으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잘라 붙이기 작법(cut-up method)'인데 문자 그대로 여러 가지 텍스트들을 멋대로 잘라서 붙이는 작법이었다. 이런 작법이 '힙합이나 테크노 DJ 들의 기법인 컷 앤 믹스(cut'n'mix)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 무렵부터 버로우즈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은 직접 '레코딩'을 수행하게 되었고, [Call Me Burroughs](1965)라는 '앨범'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음악'이 아니라 [벌거벗은 점심]과 [소프트 머신]을 '낭송'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곧 '스포큰 워드(spoken word)'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Electronic Revolution"(1970)을 저술하여 '이론'도 만들어냈다. 1980년대 후반 버로우즈는 컬트로부터 팝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퇴폐적이고 불길하지만 천재는 천재'라는 이미지로 미디어를 장식했다. 그리고 그 때는 마침 '얼터너티브 록'이 수면 위로 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던 때였다. 버로우즈와 함께 레코딩을 수행한 인물로는 소닉 유쓰(Sonic Youth), 톰 웨이츠(Tom Waits),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 Mary Chain), 디스포저블 히어로즈 오브 힙합프리지(Sisposable Heroes of Hiphoprisy) 등 1990년대 전반을 장식한 음악인들이 망라되었다. 물론 가장 널리 알려진 레코딩은 커트 코베인이 전기 기타를 치고 그가 스포큰 워드를 읊조린 [The Priest They Called Him](1992)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R.E.M.이나 마이클 스타이프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아무래도 옆길로 샌 것 같다. 원래는 R.E.M.의 모호한 가사가 버로우즈의 이단적 사상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는데...쩝. 무슨 말인지 몰라도 정서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마이클 스타이프의 가사가 "언어는 바이러스다"라는 버로우즈의 지론과도 맞아떨어지고. 어쨌든 기왕 망친 글이나 그냥 덮어두고 버로우즈와 R.E.M.이 함께 한 레코딩이나 들어보자. 제목은 "Fuck Me Kitten". 물론 원곡의 제목은 "Star Me Kitten"이다. 하나 더. "마치 기관단총을 난사하는 것 같다"고 표현되는 버로우즈의 필체와 비슷한 느낌을 얻으려면, '가사지를 보고 노래부른다'는 "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가 제격이고. 가사는 여기를 클릭. P.S. 1 http://www.parascope.com/articles/0997/burroughs.htm http://www.txt.de/spress/author/burroughs/Front/page.htm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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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로우즈 역시 마이클 스타이프처럼 겉모습은 그다지 비범하지 않다. 동료인 케루액에 의하면 그는 "190cm의 키에 귀족같이 엷은 입술과 푸른 안색을 가진, 수줍은 은행원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계산기회사 창업주의 손자였고. 그렇지만 하바드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그가 하는 짓은 범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트 시인들과 어울리면서 헤로인, 코케인 심지어 감기약에 이르기까지 각종 약물을 '실험'했다. 버로우즈는 30대 중반에 이르도록 진지한 글을 쓰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동료인 긴즈버그와 케루액이 타이핑을 해주는 수고를 통해 헤로인 중독 경험을 다룬 [Junky](1953), 그리고 동성애를 다룬 [Queer](1955)를 저술했다. 전자는 '펄프' 형식으로 출판되었을 뿐이고 후자는 출판사로부터 반려된 끝에 나중에야 햇빛을 보았다. 그의 경험은 [벌거벗은 점심(Naked Lunch)](1959)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초현실주의적 필체는 젊은 음악인들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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