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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앙 포르멜: 세계에서 가장 춤 잘 추는 나라의 인민의 영웅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꾸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나이든 사람의 유구한 음악'이다. 왕년의 정열적 댄스 음악도 시간이 흐르면 달콤한 자장가가 되는 것이 음악의 일반적 속성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2000년 2월 그래미상의 '베스트 살사 퍼포먼스' 상의 영예를 차지한 반 반(Los Van Van)의 경우는 좀 다르다. 수상작은 <Llego...Van Van(Van Van is Here)>.

반 반은 후앙 포르멜(Juan Formell: 1942년생)이라는 환갑을 앞둔 작곡가이자 베이스주자이자 밴드리더가 이끄는 '댄스 밴드'다. "전설적 로스 반 반, 꾸바의 가장 위대한 댄스 밴드의 30년"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 타이틀(Ashe, 1999)처럼 이들은 30년 동안 꾸바 대중 음악의 정상에 있던 그룹이다. 그 30년이란 꾸바 외의 지역의 사람에게는 '잃어버린 30년'이다. 다름 아니라 꾸바가 미국의 경제봉쇄(embargo) 정책 하에서 고립의 40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꾸바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냉전 무드에 변화가 오면서 빗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기는 하지만.

반 반의 음악은 쏭고(songo)라고 불린다. 이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쏜(son), 쏜 몬뚜노(son montuno), 단손(danzon) 같은 꾸바 음악의 스타일들, 그리고 꼰훈또(conjunto), 챠랑가(charanga) 같은 밴드(악단) 형태를 설명해야 한다. 봉고, 콩가, 팀발레스, 카우벨, 클라베 같은 타악기들도 언급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가 음악 강의하는 자리는 아니므로 생략하자. 간략히 말해서 반 반의 음악은 꾸바의 풍부한 음악적 전통 위에 '어떻게 알았는지' 비틀스 등 영미 팝의 영향을 받은 스타일이다. 그 결과는 열정적 리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낭만적 향기(flavor)가 풍부한 사운드다. 이들의 음악을 뒤늦게 접하곤 '산타나(Santana)보다 고수가 있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후앙 포르멜은 모든 것의 주모자(mastermind)였다. '전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강력한 베이스 라인을 만들어내고, 수려한 멜로디 라인을 작곡해 내면서, 꾸바의 '인민'들이 '사회주의의 건설'에 일로매진하는 와중에서도 계속 춤을 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이것만 가지고는 '관제 스타'일 수는 있어도 '인민의 영웅'이 되기는 힘들다. 그의 가사는 꾸바의 인민들의 일상 생활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브레드라인(breadline: 빵을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은 무언가를 듣기 위해 이상적이다. 거기서는 매우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재의 사건'을 묘사하는데 주목해 왔다.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는 물론 드럼 머신, 신씨사이저 등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은 것도 그의 현재적 감각을 보여주는 예다. 둘째 아들을 멤버로 가입시키는 등 젊은 사람들로 밴드 라인업을 일신하여 1990년대의 '띰바 광란(timba craze)'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것도 그의 젊은 감각을 보여준다(띰바란 쏭고보다 더욱 광적이고 열정적인 1990년대 이후 꾸바 대중 음악의 새로운 조류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청중들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 반의 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운하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이 영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 음악을 좋아할까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직껏 '후진국' 출신 음악인으로부터 이보다 자존심 강한 발언을 들어보지 못했다. 20011012

<보유>

후앙 까를로스 포르멜

후앙 포르멜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즉 두 번째 이름만 다른 장남 후앙 까를로스 포르멜(Juan Carlos Formell)이 있다. 그는 '요가(yoga)도 못하게 하는' 까스뜨로 정권의 압력을 피해 1993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물론 그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듯 뉴욕의 지하철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여 <Songs from a Little Blue House>(1999)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어 '꾸바인의 음악적 능력을 과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먹고 살기 힘들어서 망명했느냐'라는 질문에 "내 동생과 아버지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답변하여 질문자를 멋쩍게 만들기도 했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아들 후앙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엘리안 곤살레스(Elian Gonzalez) 사건' 때 카스트로 정권을 비판하여 꾸바 망명자들의 일반적 정서를 대변했다. 마이애미에 몰려 사는 이들은 일명 '마이애미 마피아'라고 불리는 반공주의 광신도들(fanatics)이다. 이들은 아버지의 밴드가 1999년 9월 마이애미에서 공연할 때 공연장 밖에서 돌을 던지면서 시위를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한차례 연기 끝에 공연은 성사되었고 거기 모였던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춤추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엘리안 곤잘레스 사건이란 '엘리안이라는 소년이 아버지와 이혼한 뒤 바람난(?)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탄 배가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좌초되는 바람에 어머니를 잃고 타이어 튜브에 매달린 채 표류하다 구출된 사건'이다. 마이애미에 사는 엘리안의 친척들은 꾸바에 사는 친아버지의 부양 능력을 문제삼으면서 엘리안의 송환을 거부했고, 친아버지는 쿠바 정부를 등에 엎고 엘리안의 송환을 주장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엘리안은 7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00년 6월 28일 꾸바로 돌아갔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대꾸바 정책 전반을 재고하게 만드는 사건이 되었다.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