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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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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에 자리잡은 콩고민주공화국(구 자이레)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는 좋지 않은 사태들 때문이다. 최근의 사태만 들어보아도 2001년 1월 '또 한번의' 쿠데타가 발생했고, 지난 달인 2002년 1월에는 화산이 폭발하였다. 콩고의 역사도 험난하기만 하다. 1960년 벨기에의 악명 높은 식민통치에서 독립했지만 독재정권의 장기집권과 이에 반해하는 민중폭동과 게릴라 투쟁 등이 계속되는 심난한 현대사를 겪고 있다. 나라의 곤경이 단시일 내에 해결될 전망은 없어 보인다. 하다 못해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에도 한번 출전하지 못할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고의 수도 킨샤사가 아프리카의 음악적 수도(musical capital)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아프리카의 대중음악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수쿠(soukous) 혹은 콩골리스(congolese)라고 불리는 콩고의 음악은 진정으로 범(凡)아프리카적 음악이 되었고, 프랑스의 파리를 거점으로 국제적으로 파급되어 왔다. 수쿠는 '기타 밴드가 연주하는 댄스 음악'이고, 댄스 리듬은 '불가항력적(irresistible)'이라는 표현에 들어맞는다. 피크(pick: 콩글리시로 '삐꾸')가 아니라 손으로 연주하는 수쿠의 기타 앙상블은 '핥기'라는 뜻의 릭(lick)이라는 단어로 종종 표현된다. 그 기묘한 손재주로 울려 퍼지는 기타 합주는 아프리카 음악이 '원시적'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는데 충분하다. 지난 번 마누 디방고(Manu Dibango)를 소개하면서 그가 "1960년 콩고(구 자이레)의 킨샤사로 옮겨서 조셉 카베셀레(Joseph Kabesele)의 밴드 아프리칸 재즈(The African Jazz)에서 5년 간 활동하면서 100여 곡의 레코딩을 남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시기가 바로 '수쿠 혁명(soukous revolution)'이 발생하던 시기였다. 조셉 카베셀레의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한 닥터 니코(Dr. Nico)가 '수쿠 기타의 선구자'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타의 신', '기타의 주술사'라는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프랑코 루암보 마키아디(Franco Luambo Makiadi)이다. 프랑코는 여러 면에서 '거인'이라고 불릴 만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몸무게가 120Kg이 넘는 거구의 소유자이다. 물론 그는 '음악적 거인'이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50명에 달하는 대식구를 거느린 밴드의 리더이자 자신의 레코드 회사를 소유한 비즈니스맨으로서 가히 '제국'을 건설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업적을 남겼다. 업적들 중에는 150종에 달하는 레코드들과 18명에 달하는 자식들도 포함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프리카의 뮤지션이 대체로 그렇듯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로 몇 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물론 출소할 때마다 환호하는 군중을 만날 수 있었지만. 프랑코는 1938년 철도 노동자인 아버지와 빵을 파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으레 '전설'이 따라다니는데 7살 때 수제 기타를 만들어서 어머니 옆에서 '호객행위'를 했다는 것이나, 12살 때 밴드에 들어가서 '직업적 음악인'이 되었다는 점 등이다. 1955년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데뷔한 장소인 OK 바(OK Bar)의 이름을 따서 밴드 이름을 OK 재즈 밴드로 지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전설이다. 밴드 이름은 뒤에 'TPOK 재즈 밴드'로 바뀌었는데, '전능한 킨샤사 밴드(Tout Puissant Ochestre Kinshasa)'라는 밴드 이름은 아프리카의 음악적 거인들 특유의 과대망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프랑코의 밴드는 실제로 1964년 경부터는 조셉 카베셀레와 닥터 니코의 밴드를 제치고 콩고 제 1의 밴드가 되었다. 프랑코의 수쿠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기타 섹션이다. 밴드에서 기타는 통상 두 대의 솔로 기타, 한 대의 베이스 기타, 네 대의 리듬 기타, 그리고 '미 솔로(Mi-solo) 기타'로 구성된다. 미 솔로 기타란 솔로 기타와 리듬 기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수쿠 음악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주법을 선보인다. 그래서 가히 기타스트라(guitarstra)라고 할만큼 기타음들의 교향(交響)이 펼쳐진다. 이렇게 기타를 많이 사용한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수쿠는 통상 쿠바의 룸바(rumba)나 손(son)의 영향을 흡수하여 형성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쿠바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관악기들은 콩고에서 그리 풍부하지 않았고, 그래서 관악기가 담당한 음들을 기타로 연주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쿠 기타는 리드믹할 뿐만 아니고 멜로딕하다. 여기에 링갈라(Lingala)어와 프랑스어로 부르는 리드 보컬과 백킹 보컬의 코러스, 그리고 아프리카 음악이라면 빠질 수 없는 퍼커션이 더해지면, 수쿠는 힘겨운 삶 속에서도 순박하게 파안대소하는 아프리카인의 얼굴을 빼닮은 듯 쾌활하고 경쾌하다. 프랑코의 밴드는 1960년대 중반부터 벨기에의 브뤼셀을 거점으로 유럽에서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한때는 '투어 밴드'와 '홈 밴드'를 별도로 구성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거기에 타부 레이(Tabu Ley)가 이끈 아프리자 엥떼르나찌오날(Afrisa International)과의 라이벌 관계도 수쿠의 음악적 발전을 도왔다. 1970년대 이후 페페 칼레(Pepe Kalle), 라이 레마(Ray Lema), 파파 웸바(Papa Wemba), 자이코 랑가 랑가(Zaiko Langa Langa), 칸다 봉고 맨(Kanda Bongo Man) 등의 신예 수쿠 뮤지션들이 각기 자신의 밴드를 대동하고 등장했지만 프랑코(그리고 타부 레이)의 아성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프랑코의 부와 명성이 확고해지고 파리를 중심으로 수쿠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그는 '그랑 매뜨르(Grand Maitre)'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반골 정신'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간혹은 애국적 주제를 담아 부유한 팬들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라이브 공연도 이전처럼 자주 갖지 않았다. 이런 '약한 모습'에 대한 힌트는 1987년 발표한 "Attention Na SIDA(에이즈를 조심해)"라는 곡이었고, 실제로 이 무렵 그의 몸무게는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결국 2년 뒤인 1989년 그는 브뤼셀에서 사망했고, 그의 사인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말년의 '변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 뒤 전국적 애도의 물결이 벌어졌다.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선진국에서 프랑코는 아직도 '소개 중'에 있지만, 아프리카의 음악문화에 남긴 그의 유산은 거대하다. 20세기 아프리카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그와 비교될 만한 인물은 나이지리아의 펠라 쿠티 정도일 것이다. 거인들끼리 비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만, 펠라의 음악이 정치적으로 강인하다면, 프랑코는 문화적으로 풍성하다. 펠라의 음악이 유럽인의 식민 지배에 맞서는 눈을 부릅뜬 성난 아프리카인을 떠올린다면, 프랑코의 음악은 유럽인의 식민 지배 하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아프리카인을 떠올린다. 펠라의 음악이 아프로-아메리칸(및 영미권 흑인)과 가교를 놓았다면, 프랑코는 아프로라틴(및 라틴권 흑인)과 가교를 놓았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무미건조한 사족일 뿐인 것 같다. 20020206 주) 1) 수쿠처럼 아프로쿠반 음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음악은 문화연구에서 역(逆)문화전이(reverse transculturation)라고 부르는 개념에 해당된다. 아프로쿠반 음악은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음악이 쿠바라는 지역에서 문화전이(transculturation)를 통해 만들어진 경우고 - 이는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Arsenio Rodriguez) 같은 쿠바의 전설적 음악인은 자신의 조상이 콩고 출신임을 명시적으로 천명하면서 콩고에 기원을 둔 음악을 적극 도입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 - 수쿠는 쿠바의 음악이 아프리카(콩고)에 영향을 미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전이 현상은 수쿠가 파리 등지로 수출되고 다시 그곳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이민자들의 문화와 뒤섞이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콩고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뮤지션인 파파 웸바가 '룸바 록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참고로 파파 웸바의 경우 SAPEUR(Society for Ambenceurs and Personas od Elegance)라는 단체를 설립했는데, 이 단체는 장 뽈 고띠에르(Jean-Paul Gautier)를 숭배하고 사치스러운 의상과 장신구에 '도착적으로 집착하는' 이상야릇한 모임이다). 2) 1970년대 이후 콩고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많은 뮤지션들은 파리와 브뤼셀로 활동 근거지를 옮겼다. 파파 웸바, 라이 레마, 칸다 봉고 만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여기서 아프리카산(産) 월드 뮤직의 비즈니스의 시스템이 뉴욕이나 런던이 아니라 파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영미권에서 대중화되는 월드 뮤직은 직수입되는 것보다 파리의 '테스트 시장'을 거쳐 간접 수입되는 경우가 많다. 유수 은두리처럼 영어권 아프리카 뮤지션의 경우도 앨범의 몇 곡은 프랑스어 버전으로 부를 정도다. 특히 프로듀서 이브라이마 실라(Ibrahima Sylla)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데, 그는 자신의 레이블 실라트(Syllart)를 통해 살사를 뉴욕으로부터 수입하고 아프리카 가수들의 음반들을 제작하는 등 '전지구적 음악 상인(global music merchant)'으로 불린다. 실라는 1993년부터는 뉴욕의 살사 음악인들과 아프리카의 보컬리스트들을 엮어 아프리칸도 올스타스(Africando Allstars)라는 프로젝트로 음반과 공연을 조직하고 있기도 하다. 3) 1990년대 이후 콩고 국내에서 수쿠(soukous)의 왕관은 코피 올로미데(Koffie Olomide)로 계승되었다. 파파 웸바의 밴드 비바 라 무지카(Viva La Musica)에서 경력을 시작한 코리 올로미데는 콰르티에르 라틴(Quartier Latin)을 이끌고, 차초(Tcha Tcho)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감각적인 스타일의 수쿠를 선보이고 있다. 기타리스트인 프린스 알랭 마카바(Prince Alian Makaba)가 이끈 웬지 무지카(Wenge Musica)도 '모던 수쿠'를 언급할 때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한편 프랑코와 타부 레이의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샘 망그와나(Sam Mangwana)와 음빌라 벨(M'billa Bel)은 아직도 아프리카 출신의 '월드 디바'를 말할 때 손꼽히는 인물들이다. 4) 파리와 킨샤사 이외의 지역에서도 콩고 출신 음악인의 활동이 존재한다.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살사 밴드'를 이끌고 있는 리까르도 렘보(Ricardo Lemvo)라든가, 뉴욕을 거점으로 힙합을 선보이는 카이샤(Kaysha)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카이샤의 경우 킨샤사 비보이(Kinshasa B-boy)를 자칭하고 자신의 음악을 주크 랩(zouk rap)이라고 부르는데, 주크(zouk)가 프랑스령 카리브해 군도의 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시대에는 앞서 언급한 문화전이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