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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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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에게 배철수라는 이름은 모 지상파 FM의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 캠프>의 진행자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왕년의 록 스타'라는 표현은 현재의 '전문음악 DJ'라는 지위에 신뢰를 부여하기 위한 것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불행히도. '불행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배철수가 한 말로 추론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방금 말한 것처럼 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든다. 이건 역설적으로 그가 방송 진행자로 성공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가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비참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오히려 그에 대한 '컬트'가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는 너무 많은 재능을 가졌고, 그래서 요즘은 TV의 각종 프로그램의 '나레이터'라는 또하나의 직업을 개척하고 있다. '불행하다'고 표현하는 또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음반으로는 돈을 거의 벌지 못했고, 나이트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1980년대의 슈퍼그룹이었던 송골매의 리더였던 그가 음반으로는 돈을 못 벌었다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필시 당시 음악산업 시스템의 '야료'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그는 말을 무척 아끼는 것 같다. '여러 명이 다치는 일'이기 때문일까. 쓸데없는 추측일 뿐이다. 배철수, 그리고 그가 이끌던 활주로(런웨이)와 송골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여기가 제일 괜찮다 -> http://www.kpopdb.com/artist.asp?aid=1010656. 또 여기도 -> http://www.songolmae.co.kr/Im/portedFiles/frame.html). 어쨌든 송골매가 '캠퍼스 그룹 사운드 출신 중 한국 최초의 슈퍼그룹'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송골매는 또한 '컬러 TV 시대'에 어울리는 '그림'을 만들어 내었고, <영 일레븐>이나 <젊음의 행진>같은 청소년용 프로그램에서 거의 매주 볼 수 있던 존재였다. 어쩌다 술자리에서 '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기 기타를 메고 있던 배철수가 감전사고(!)로 쓰러진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만약 '한국 록 매니아'라면 송골매의 '역사'에 대해 1기, 2기, 3기 하면서 멤버 교체 사실까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딥 퍼플의 역사'를 외우면서 한번 겪었던 것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외우는 사람부터 하우를 아는 사람 아니면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외우냐'라면서 짜증을 내는 사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2기는 '배철수와 구창모가 함께 있던 송골매'였고 그때 이들의 기세를 당해낼 존재는 조용필 말고는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작곡은 김수철)가 발표된 1982년은 '송골매의 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물론 이 노래는 구창모가 불렀다. 그렇지만 송골매의 '색깔'은 배철수가 결정했다. 그는 "빗물", "그대는 나는", "한줄기 빛" 등의 히트곡을 작곡하고 노래했을 뿐만 아니라 "탈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하늘나라 우리님" 등 '하드 록의 리프와 시조의 음수율(音數率)이 결합된 독특한 곡'에서 독특한 창법의 보컬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나라 우리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뿐만 아니라 "마라도", "어부사시가", "처용"같은 '숨겨진 명곡'을 작곡한 라원주를 새삼스럽게 발굴하는 재미도 있다. 어쩌면 그의 작업은 지난 번에 소개한 김수철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적 가락과 서양의 록 음악을 결합하는' 마지막 시도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그게 '이제 와서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는다면 조금 시중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시도가 앞으로라도 없겠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나도 좋겠다'고 답변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의 송골매는 꾸준한 음반 발매에도 불구하고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혹자는 구창모의 탈퇴가 주된 이유가 되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다른 혹자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고 평할 것이고(이건 배철수의 공식적 자평이기도 하다), 또다른 혹자는 '엄중한 시대 상황'을 탓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한국의 비틀스(혹은 이글스)'에 가장 근접했던 슈퍼그룹은 그렇게 사라져 갔고 우리는 이제 그 신화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그렇게 초라해진 상황에서 배철수의 진정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송골매의 백조의 노래가 되어버린 "모여라"를 다시 들으면서 생각해 볼 뿐이다. "공부하기 싫은 사람, 학교 가기 싫은 사람 모여라". 한국에서 이런 가사보다 더 '얼터너티브'한 주장이 있을까. 그러나 한국 사회는 얼터너티브가 얼터너티브하게 존속할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 정말 정말로.... 그래, 이런 생각 집어치우고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팝송'이나 듣자. 20020405 * 웹진 <창작과 비평>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