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CONS:

티모시 리어리: 반문화의 대부, 대마초의 왕초

예언자, 몽상가, 우상파괴자, 도사(guru), 철학자이자 쇼맨(showman).

티모시 리어리는 '반문화 운동의 대부'이고 '마약 왕초'이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쓴 {싸이키델릭한 경험 : 티벳 사자의 책에 기초한 매뉴얼}(1964)은 히피들의 '약물 여행(acid trip)'의 지침서가 되었고, 이 책에 실린 슬로건 "turn on, tune in, drop out"은 행동 강령이 되었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로 중년 신사가 인생을 '조진' 것은 멕시코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환각제에 접하면서부터다. 당시의 많은 인물들이 그랬듯 리어리는 약물이 '정신의 해방'에 사용될 수 있다고 굳게 마음먹고 강의에서 교보재로 LSD를 사용하는 등 약물 사용을 공공연히 지지했다. 당연히 그는 학교에서 짤렸고 한때는 미국과 멕시코 당국으로부터 추적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장발을 하고 거기에 꽃을 꽂은 채 '보통의 아저씨.아줌마'들은 인간 취급도 안하던 히피들에게는 친절한 카운슬러이자 더할 나위없는 우상이었다. '팀 아저씨 Uncle Tim'은 그의 영광스러운 시절 그의 애칭이었다. 1960년대 말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LSD의 위대한 목적은 성적 연합(sexual union)이다"라는 발언으로 섹스=드럭=로큰롤이라는 '60년대 정신'을 공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상은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히피 반문화의 기운이 가라앉은 뒤의 리어리는? 재야에서 꾸준히 저술활동을 했지만 반응이 예전같지는 않았다. 가끔은 정치계나 코미디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TV스크린에 등장한 그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일삼는 '또라이 노인' 정도로 비췄다.

그렇지만 1980년대 후반에 사이버 테크놀로지가 본격 대두하면서 리어리는 다시 컴백한다. 사이버공간이 창조하는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이 사이키델리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생각한 이 인물은 "PC는 1990년대의 LSD다"라는 발언과 더불어 운동계에 컴백했다. 이미 70살에 가까워진 '팀 할아버지'는 이른바 '사이버델리아 Cyberdelia', 즉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이키델리아를 다시금 꿈꾸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활발한 활동과 더불어 <<카오스와 사이버 컬쳐 Chaos & Cyber Culture>>라는 저서로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했다.

인터넷 웹진을 보듯 사진과 글과 표가 어우러져 편집된 책에서 리어리는 서양 철학의 전통이자 히피 반문화조차도 유지하고 있던 '정신-신체의 이분법'을 드디어 극복하고 있다. 인간이란 '3개의 뇌를 가진 유기체 tri-brain organism'이며, 3개의 뇌란 "디지틀 뇌(digital brain)-신체의 질료(body matter) - 디지틀 스크린(digital screen)"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바이오 컴퓨터(bio computer)이고, 영혼의 엔지니어다. 그는 이런 새로운 반문화의 주체를 비트, 히피, 사이버펑크에 이어 뉴 브리드(New Breed)라고 불렀다(별로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때마침 런던을 중심으로 히피 반문화를 후예인 지피(Zippie) 운동이 싹트고 있었다. 지피란 '선에 영향받은 직업적 이교도들 Zen-inspired professional pagans'라는 이름처럼 영성(靈性)과 테크놀로지를 고루 존중하는 반문화다. 이들이 1995년 런던에서 이벤트를 열었을 때 리어리는 원격회의(영국에서 그는 입국금지인물이다)를 통해 "나는 모든 형태의 비합법적 약물을 복용해 왔다. 합법적 약물보다는 비합법적 약물을 선호한다"는 발언으로 지피의 먼 대부임을, 그리고 여전한 마약 왕초임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지피 사상가인 테렌스 매케나(Terrence McKenna)가 "90년대의 티모시 리어리"라고 불리는 것도 리어리의 '저력'을 말해준다.

1년 뒤인 1996년 그는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죽기 전에 남긴 말도 멋지다. "어떻게 죽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퇴장(exit)이다". "일상생활의 카오스를 섹시하게 만들어준다". 이 멋장이 미국인에 대해 어떤 이는 "우리 시대의 갈릴레이"라고 평했다. 그건 좀 두고봐야겠지만, "그는 일상생활의 카오스를 섹시하게 만들어준다"는 수전 서랜든(Susan Sarandon)의 발언은 지당해 보인다. 이 사람 그 여배우 맞나?

저서

1920년 출생

1950년대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1956년 {개인간 행동의 다수준 측정}(1956)

1964년 {사이키델릭한 경험}(1964)

1968년 {엑스터지의 정치학}(1968)

1973년 {신경학}(1973)

1977년 {신경정치학}(1977)

1979년 {인생이라는 게임}(1979)

1982년 {다른 것보다 먼저 나의 마음을 바꾸기}(1982)

1986년 {정신의 거울}(1986)

1990년 {티모시 리어리의 그레이티스트 히츠}(1990)

1994년 {카오스와 사이버컬처}(1994)

1996년 전립선암으로 사망

참고 사이트

http://leary.com

http://www.intac.com/~dimitri/dh/learywils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