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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F. Kennedy: 멀티미디어 정치의 최초의, 최고의 슈퍼스타


대중문화 최고의 화두가 ‘스타의 성공’이라면, 미국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최고의 성공’과 무관치 않다면, 존(& 재키) 케네디는 최초이자 최고의 ‘스타 대통령(& 퍼스트 레이디)’이다. 그 점에서 로널드(& 낸시) 레이건은 케네디의 거울상(mirror image)일 뿐이고, 빌(& 힐러리) 클린턴은 케네디의 클론일뿐이다.

스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 대통령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2차대전에 참전해 배가 폭격당했을 때 큰 부상을 입고도 동료들을 이끌고 생환한 무용담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기의 전반부 하이라이트로는 손색없지만 이것도 미진하다. 무엇보다도 케네디는‘TV스타’였다. 1960년 리처드 닉슨과 설전을 벌였던 대통령 후보간 TV토론은 ‘멀티미디어 정치’의 획기를 이루는 사건이었고, 재임 동안에도 멀티미디어를 십분 활용했다. 웅변적인 목소리와 준수한 용모는 당시가 아직 모노 오디오와 흑백 TV 시절이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다.

기실 그는 이른바 WASP(White-Anglo-Saxon-Protestant)가 아니라 로마 가톨릭를 신봉하는 아일랜드계였다. 게다가 그의 부인 재클린은 뒷전에 물러나 있던 이전의 영부인들과 달리‘패셔너블’한 미녀였다. '존 & 재키’는 ‘이스태빌리시먼트’층의 시각으로는 꺼림칙한 인물이었지만, 이 점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케네디 부처는 남성과 여성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를 누린 인물이었고, 그래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매스 미디어의 주목 대상이었다. '젊은 대통령'의 상징 작용은 당시 어떤 대중스타보다 강력했다. 때마침 제임스 딘(1955년 사망)의 신화도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1958년 군입대) 무렵이었다(비틀스는 아직 미국에 상륙하기 전이었다).

대중문화의 관점에서는, “에너지, 신뢰, 헌신” 등의 단어를 애용하는 그의 정치적 메시지나 정치적 수사, 경제정책 및 대외정책의 실제 성과는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196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위로부터 열어젖힌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재임 기간부터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이 싹트고 있었지만, 케네디는 이런 반대운동에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가 아니라 ‘해결 의지를 가진 인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스타로 남기 위해서는 생전의 행적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케네디는 1963년 텍사스의 댈러스에서 ‘괴한의 흉탄’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이력에는 ‘가장 젊은 나이에 당선된 대통령'이자‘가장 젊은 나이로 죽은 대통령’이라는 문장이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반짝 스타가 아니라 슈퍼스타였다.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음모설은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다. 한 예를 들어 짐 마스라는 작가는 케네디가 살아 있었더라면 “베트남 확전 및 그와 수반된 시위와 폭동도,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도, 그뒤의 정치적 암살도, 워터게이트와 이란-콘트라 게이트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의 메시지도 이런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60년대 미국 래디컬의 케네디에 대한 감정은 가히 ‘짝사랑’이다.

음모설과 관련된 '물증'을 찾는 노력과 이를 반박하는 의견 사이의 공방은 최근에도 식어들지 않고 이제는 결전장을 웹사이트로 옮겨 진행중이다. 케네디가 베트남전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궁극적으로 냉전을 종식시키려 했던 리버럴 진보주의자였는가, 아니면 쿠바 사태에서 보듯 반공주의자이자 냉전주의자였는가. 공식적인 진상 발표와 무관하게 음모설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새로운 사실’도 심심치 않게 발표될 것이다. 마릴린 먼로와 맺었던‘관계’는 재클린이 죽었으니까 잠잠해지겠지만. 어쨌든 비행기를 타고 미국 심장부에 도착하여 처음 밟는 장소의 이름이 JFK라는 사실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가 남긴 게 이름만은 아니다. 인생이 따분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http://www.informatik.uni-rostock같이 CIA음모설을 포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사이트를 남겨놓았다. 미스터리물에 깊이 빠져들어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을 위해서 http://mcadams.posc.mu.edu같은 사이트도.

하나 더 있다. 3살 때 아버지의 관에 절을 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준 존 F. 케네디 주니어도 매스미디어의 단골손님이다. 법조인 시험에 두번 낙방하여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그는 뉴욕의 지방검사로 근무하면서 줄리아 로버츠, 브룩 실즈, 그리고 수많은 모델 등과 친교를 나누고 급기야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할리우드 여배우인 대릴 한나와 동거를 하는 등 언론에 가십거리를 제공해 왔다. 최고의 이상적인 커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결혼으로 다시 한 번 미디어의 주목을 받더니 최근 '사고사로 인한 요절'이라는 케네디가의 가풍'을 이어갔다.

 

존 F. 케네디

1917년 존,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에서 탄생
29년 재클린 리 부비에르 뉴욕주에서 탄생
40년 존, 하버드대학 졸업 후 해군 입대
43년 존, PT정이 폭격에 침몰돼 구사일생으로 생환
46년 존, 보스턴 지구당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활동
53년 존, 국회 상원의원으로 진출하고 존과 재클린 결혼
56년 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
55년 존, 저서 로 퓰리처상 수상
60년 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존 F. 케네디 주니어 탄생
61∼63년 존과 재클린, 미합중국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로 재임
63년 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리 오스왈드에 의해 암살됨
68년 재클린,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 혼
75년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사망
78∼94년 재클린,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함
94년 재클린 리 부비에르 케네디 오나시스 사망
99년 존 F 케네디 주니어, 헬기 사고로 사망

 

1999.3.17.
<<씨네 21>>에 게재된 글의 수정 버전.
ⓒ1999 신현준 (gilles@nownuri.net)

 

참고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newgeneration/

http://www.nara.gov/nara/jfk/jfk.html

http://www.informatik.uni-rostock

http://mcadams.posc.m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