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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1980년대 백인 기득권층의 공적 (公敵)

“랩 음악은 흑인들의 <CNN>”이라는 국시(國是) 아래 ‘공보부장관’을 두고 ‘폭탄 분대’(Bomb Squad)라는 제작팀을 거느린힙합 네이션의 수장이자 백인 기득권층의 공적(公敵). “매스미디어를 믿지 말라”(<Don’t Believe The Hype>)는 당부부터 “911 구조전화는 (흑인들한테는) 농담이야(<911 Is A Joke>)”라는비아냥을 거쳐 “우리를 막으려면 수백만명은 필요할 걸”(<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이라는 허풍까지.적국인 백인국의 우상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웨인을 줄창 씹어대고(<Fight The Power>), 제임스 딘마저 같잖았던지 ‘중단없는 반항’(<Rebel Without A Pause>)을 선포하고, 마침내 맬컴 X, 휴이뉴튼, 루이스 파라칸에 이르는 전현직 블랙파워 리더들이 칭송된다(<Bring The Noise>).

메시아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래퍼는 황소 목청의 바리톤의 소유자 처크 디(Chuck D)와 코믹한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플레이버플래브(Flavor Flav)다. 물론 멀쩡한 본명을 놔두고 지은 ‘예명’들이다. 여기에 흑인과격단체 NOI(Nation Of Islam) 회원이자 ‘공보부 장관’인 프로페서 그리프(Professor Griff), 그리고 ‘턴테이블의 마법사’ 터미네이터 X(Terminator X)도 가세한다. 행크 쇼클리(Hank Shocklee), 빌 스테프니(Bill Stepheny)를 비롯한다수의 DJ들로 구성된 프로덕션 팀인 봄 스쿼드도 ‘그룹’ 혹은‘컬렉티브’ 혹은 ‘크루’의 일원이다. 메시지만 과격한 게 아니라 사운드도 장난이 아니다. 사이렌 소리가 삑삑 울어대고, 권총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뉴스캐스팅 소리가 불쑥불쑥 나오고, 레코드판을 치키치키 문질러대는(scratching)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샘플링을 이용한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사운드 콜라주는 밀도가 높으면서도 속도감을 잃지 않았으며,그 결과 미국 대도시에서 흑인 빈민들의 삶- 이른바 ‘이너 시티라이프’(inner city life)- 을 담은 사운드트랙이 되었다. “1980년대 레이건의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대도시의 흑인거주지역(이른바 ‘게토’)는 황폐화했다”라든가 “NAACP(Nati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 등의 단체들은 흑인중산층(예: 코스비 가족)만의 이익을 대변하고 게토의 삶은 손놓고 있다”는 이론적 분석을 백번 읽는 것보다 이들 음악을 한 번듣는 게 낫다. 좀 미진하지만 <Fight The Power>가 등장하는 스파이크 리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보거나.

그런데 <Fear Of A Black Planet>(1990)으로 절정에 이른 이들의문화적·정치적·상업적 영향력은 한물 간 상태다. 먼저 자중지란. 절정을 이루기 직전인 1989년 <워싱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리프가 유대인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올랐고, 결국‘해임’되고 말았다. 1992년에는 그리프를 대신해 들어온 ‘랩티비스트’ 시스터 술리야(Sister Soulijah)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LA 폭동의 흑인들 폭력을 옹호했고,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빌클린턴은 제시 잭슨(Jessie Jackson)의 레인보우 컬리션(Rainbow Coalition) 집회에서(즉, 정적의 안마당에서) 이를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고뭉치 플래브는 1991년 여자친구를 때리는사고를 시작으로, 무면허운전, 총기사고, 약물복용 등의 ‘법적문제’에 시달리다가 1994년 말에는 철창으로 들어간다. 1995년런던에서 예정된 고별공연마저도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진 플래브탓에 취소되고 말았다. 그룹 내부의 불화만이 아니라 힙합 커뮤니티 내부의 불화도 불거졌다.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의 오래된 대립 끝에 힙합 네이션은 뉴욕에서 LA로 천도(遷都)했다. 이현상의 의미를 간단히 정리할 수는 없지만, 쇼와 정치가 결합되었던 시절은 점차 기억에서 멀어져간다. ‘MTV 의상’으로 “게토의 삶이 같다” 어쩌고 떠드는 애들은 부지기수로 대량생산되지만. 래퍼들은 프리처(Preacher)와 프로페서(Professor)로 구분된다. 설교자들은 “경찰들 뒈져버려”라는 구호를 외치는 선동가들이고(예: 닥터 드레 Dr.Dre), 교수들은 “시스템을 바꾸자”고 말하는교육자들이다(예: KRS One). 따지고 보면 퍼블릭 에너미는 그룹내에 교수(그리프)와 설교자(처크 디)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재결합하여 만든 신보에 대한 반응이 썰렁해도 처크 디는 순회강연을 다니면서 “랩은 흑인이라는 게 뭔지 백인 애들에게 가르치고, 그것은 사회의 하부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 와중에 힙합 네이션 지도자들의 자화자찬은 계속되고 있고 국민들은 자포자기(예: 투팍과 노토리어스 B.I.G.의 암살)와 자중자애(예: 로린 힐의 그래미상 수상)를 보고 일희일비중이다. 물론 해외시장 개척의 전과도 혁혁하고 국제수지도 십수년째흑자를 기록중이다.

연보

1982년 롱 아일랜드에서 그래픽디자인 학생이던 칼 리드나워(Carlton Ridenhour a.k.a. Chuck D), 행크 쇼클리와 빌 스테프니와 함께 그룹을 결성하고, 데모 테이프 <Public Enemy No.1> 레코딩

82∼86년 윌리엄 드레이튼(William Drayton a.k.a. Flavor Flav), 노먼 로저스(Norman Rogers a.k.a. Terminator X), 리처드 그리프(Richard Griff) 등을 모아 그룹 확대 편성

87년 데프 잼(Def Jam)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 <<Yo! Bum Rush The Show>> 발표

88년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발표

90년 <Fear Of A Black Planet> 발표

91년 <Apocalypse 91: The Enemy Strikes Back> 발표

92년 <Greatest Misses>(히트곡 모음집) 발표

94년 <Muse Sick-n-Hour Mess Age> 발표했으나 반응 저조.

96년 처크 디, 머큐리 레이블로 이적하여 솔로 앨범 <Autobiography of Mistachuck> 발표

97년 처크 디, 영화 <할리우드 불태워>(Burn Hollywood Burn)에 슬라이 스탤론, 우피 골드버그 등과 함께 출연, 그해 말 서적 <Fight The Power>(Yusuf Jah와 공저) 출간하고 순회 강연함

98년 데프 잼 레이블로 돌아와 <He Got Game> 발표하고 활동 재개

참고 사이트

http://www.me.tut.fi/~tpaanane/p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