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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푸코(Michelle Foucault)와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68년 5월'을 체현한 스타 사상가 듀오 

프랑스에는 '스타 시스템'이 있다. 가수나 배우 얘기가 아니라 철학자들 얘기다. 신문과 잡지와 TV 등 각종 미디어가 이들의 심오한 사상부터 사소한 가십까지 보도한다. 전국적 스타일 뿐만 아니라 강의 '투어'(혹은 저서의 '프로모션')를 다니는 국제적 스타이다. 이들 가운데 하필이면 푸코와 들뢰즈를 꼽은 이유는 이들이 '20세기 프랑스'를 상징하는 사건인 '68년 5월'을 체현한 인물이라는 '짐작' 때문이다.

1962년에 만나 절친한 친구가 된 두 인물의 삶은 겉보기에는 '책 읽고 책 쓰는' 신선놀음이었고, 실제로 이들은 1960년대 말까지 '정치적 정숙주의(quietism)'를 견지했다. 하지만 1968년 이후 이들의 저서들은 "'5월 사태'를 예시했다"는 식의 반응을 얻었고, 1970년 푸코가 꼴레쥬 드 프랑스로 영전하고 들뢰즈가 그 뒤를 이어 뱅센느 대학(파리 8대학)의 교수직을 맡은 뒤부터 이들은 '교수 투사(professor militant)'가 되었다. 뒷북같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1970-73년의 시기는 "정치 연단과 길 거리가 교단을 대체한" 시기였다. 각종 시위 현장에서 푸코의 대머리와 들뢰즈의 중절모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분명히 여기에는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고, '저런 덴 가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에는 나타나는 때아닌(intempestif) 행동을 즐기는 성향은 여전했지만.

GIP(감옥정보그룹), CAP(수형자행동위원회), ADDD(수감자 권리옹호연합), GIA(Groupe d'Informations sur les Asiles: 수용소정보그룹), GIS(Groupe d'Informations sur les Sant : 보건정보그룹) 등 당시에 명멸했던 조직들은 이들의 직간접적 관여 하에 움직였다. 당시 푸코의 '전공'은 감옥, 들뢰즈(와 그의 또하나의 동료인 펠릭스 가타리)의 전공은 '정신병원'이었지만, 그 외에도 베트남 확전 반대,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 반대 등의 운동에도 참여했다. 전통적 의미의 '계급투쟁' 이외의 운동에는 대부분 가담한 셈이다. 이들의 성가는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저작'인 <<안티 오이디푸스>>(들뢰즈 & 가타리, 1972)와 <<감시와 처벌>>(푸코, 1975)이 나오면서 더욱 확산되었다. 여기서 이 책들에서 전개된 '모더니티 비판'을 길게 논할 수는 없지만, 권력(푸코)과 욕망(들뢰즈)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학교, 병원, 감옥 등 '현대적' 제도에 대해 들이댄 칼날은 독자들의 기억에 서늘하게 남아 있다.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미디어에서의 평들과 더불어.

1970년대 중반 정치적 보수주의('신철학파')나 종교로의 귀의('텔 켈(Tel Quel) 그룹')가 득세하여 파리의 지성계가 '혁명의 고향'에서 '반동의 보루'가 된 뒤에는? 논쟁적 저작인 {천의 고원}(들뢰즈 & 가타리, 1979), {성의 역사}(푸코, 1982)가 출간되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아카데미 외부에서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1984년 푸코의 사망이었다. 동성애자였지만 '커밍 아웃'은 하지 않았던 푸코의 사인이 AIDS였다는 사실이 확증될 때까지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은 '성 정치'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간의 죽음도 정치투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어떤 열성 지지자의 표현이 있을 정도로. 또한 사생활도 '진지한' 공적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교훈과 더불어.

한편 들뢰즈는 본인 표현을 빌면 '범상한 좌파 활동'을 좀더 지속하다가 1987년 은퇴한 뒤 병마에 시달리다가 1995년 아파트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수많은 특집 기사에서 '왜 꼭 자살을 택했을까'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유발하고. 들뢰즈의 사망 직후 또 하나의 '스타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는 "이제 나 혼자 서성거려야 할 것이다"라는 멋진 조사(弔辭)를 남겼다. 그런데 최근 듣자 하니 데리다가 전세계를 혼자 서성이면서 '동물의 권리'를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브리짓 바르도처럼 '보신탕 반대 운동' 할 건가. 농담이다. 프랑스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전문가의 말을 믿는다면 보신탕 정도야 '똘레랑스'해주겠지. 그런데 푸코의 전기 작가는 '교수 투사'였던 시절의 푸코를 '엥똘르라블(intolerable)'이라고 표현했다. '똘레랑스의 나라'에도 참을 수 없는 일이 있는가보다. 스타라면 그 정도는 되야지.

 

<<연보>>

푸코

1926년 미셸 푸코, 프와티에에서 탄생

1946년 에콜 노르말 입학

1950-53년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한 뒤 탈당

1955년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전임강사

1958년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프렌치 센터에 근무

1960년 끌레르몽 페랑 대학교 및 뱅센느 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

1961년 {광기의 역사} 1962년 질 들뢰즈와 만남

1963년 {진료소의 탄생}

1966년 {말과 사물}

1969년 {지식의 고고학}

1970년 꼴레쥬 드 프랑스로 이적

1975년 {감시와 처벌}

1976년 {성의 역사 1: 앎에의 의지}

1984년 {성의 역사 2: 쾌락의 용도}

1984년 AIDS로 사망

 

들뢰즈

1925년 질 들뢰즈, 파리에서 탄생

1944년 소르본느 대학 입학

1948-57년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재직

1957-1960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조교로 재직

1960-64년 국립과학연구소(CNRS)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1962년 미셸 푸코와 만남

1962년 {니체와 철학}

1964-1969년 리옹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

1969년 {차이와 반복},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펠릭스 가타리와 만남

1970년-1987년년 벵센느 대학 교수로 재직

1972년 {앙티 오이디푸스}

1975년 {카프카, 소수문학을 위하여}

1980년 {천의 고원}

1983년 {영화 1 - 이미지-운동}

1985년 {영화 2 - 이미지-운동}

1986년 {푸코}

1988년 {굴곡,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199*년 {철학이란 무엇인가}

* 참고로 위에 적힌 단체들의 프랑스어 정식 명칭을 적어둡니다.
GIP: Groupe des information sur les prisons
CAP: Comit d'Action des Prosonniers
ADDD: Association pour la defense des Droits des D tenue
GIA: Groupe d'Informations sur les Asiles
GIS: Groupe d'Informations sur les Sant

<<관련 사이트>>

푸코
http://www.csun.edu/~hfspc002/foucault.home.html http://www.knuten.liu.se/~bjoch509/philosophers/fou.html http://www.baylor.edu/~Scott_Moore/Continental.html#Foucault

들뢰즈
http://www.phreebyrd.com/~sisyphus/deleuze/ http://www.geocities.com/Athens/Troy/2967/Deleuze.html

 

1999. 11. 4.
<<씨네 21>>에 게재됨.
ⓒ1999 신현준 (gilles@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