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델리 스파이스. [슬프지만 진실...]

델리 스파이스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소수에게는 열광적 지지를 받는' 존재다. 진지한 평론가들
의 한결같은 호평도 곁들여진다. '스타'는 아니므로 소개가 더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언더그라운드 밴
드가 아니었고 지금도 오버그라운드 밴드가 아니다"라는 본인들의 발언으로 이들에 대한 소개를 대신
하자. 한달 전쯤 한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윤준호(베이스, 보컬)의 발언이다.

밴드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델리 스파이스는 '맛있는 음악'을 추구한다. '홍대앞 인디 음악계'출신이지
만 이곳의 지배적 조류인 '거칠고 막나가는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다. 록 밴드의 편성을 가지고 있으면
서도 '팝'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멜로딕하고, 낭만적이다. 1980년대 이래 영미 대중음악(주류든, 인디든)
의 어법에 익숙하고 1980년대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영향도 강하다. 우스개소리지만 듀란 듀란(혹
은 스미스)과 시인과 촌장(혹은 동물원)이 만난다면 이런 음악이 나올 듯하다. 그래서 음악의 맛은 한
국산 된장찌개보다는 외국산 패스트푸드에 가깝지만, 그러면서도 속깊은 맛이 있다.

가장 귀에 들어오는 곡은 김민규(기타, 보컬)의 작품인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이다. 대중적인 기타
라인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발라드이고, 코러스가 들어 있는 후렴은 소극장에서 따라부르면 촉촉한 감
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1231"도 음량의 크기가 급변하는 것만 빼면 익숙한 멜로디와 명확한 가사
를 즐길 수 있다. '너무 대중성을 의식했나'라는 의문이 들지만 "워터멜론"과 "누가 울새를 죽였나"같
은 곡을 들으면 그렇지도 않다. 빠른 템포와 지저분한 기타 톤 위에서 이들로서는 드물게 '거친 분노'
가 드러내고 있다. 가사까지 유심히 들으면 공포스러운 감정까지 느낄 것이다. 외유내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색다른 느낌을 즐길 수도 있다. 국악과 사물놀이를 포함하여 디양한 소리들을 샘플링하여 복잡한 사
운드를 만든 "이어폰 세상", 나른한 분위기 위에 보사노바 이름 위에 이국적인 악기음이 어우러진 "나
랑 산책할래요"가 그것. 밴드 음악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멤버들간의 협력이 돋보인다'는 평도 내릴
것이다.

이런 소개에 대해 '기껏해야 몇 만장밖에 안 팔리는 음반의 주인공들에 대해 지나친 찬사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을지 모르겠다. '대중' 음악인 이상 틀린 건 아니다. 1년에 100만장 짜리 음반이 서너개 나오
고 90%는 손익분기점 이하인 상황보다는 1만 장 짜리 음반이 100개 나오는 게 좋다는 '소신' 때문이
었나보다. 하지만 대중성이란 것도 형식은 다양하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노래방에서 쉽게 부를
수 있는 것이 유일한 대중성은 아니다. 3월 초로 잡힌 이들의 '대형' 단독 공연에서 '중간 평가'를 내려
보자.

* [주간조선]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