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조동진, 시인과 촌장, 델리 스파이스의 공연 

봄을 앞둔 시점에서 비중있는 공연 소식 몇 가지가 들려온다. 작년 말 신중현, 조용필, 한영애 등 베테
랑 음악인들의 공연에 못지 않은 굵직한 공연이다. 주인공은 조동진, 시인과 촌장, 델리 스파이스다.

조동진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2월 23일부터, 시인과 촌장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월
6일부터, 델리 스파이스는 종로 5가 연강홀에서 3월 3-4일 양일간 단독 공연을 갖는다(소개 순서가 시
간 순이 아니라 '장유유서' 순임에 유의!). 조동진은 공연에 즈음하여 자신의 대표곡을 모은 편집음반
을 발매할 예정이고, 델리 스파이스는 이미 세 번째 정규 음반을 발표한 상태다. 또한 현재 작업 중인
시인과 촌장의 새 음반에는 델리 스파이스의 멤버인 김민규 등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칠게 말하면 이들은 각각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를 각각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이다
(물론 조동진은 1979년에 늦깎이로 음반 데뷔를 하여 198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을
무슨 계보같은 걸로 칭칭 묶을 필요는 없다. 이들을 묶는 끈이란 건 있다고 해도 느슨할 뿐이므로 확
실한 '족보'같은 건 없다. 델리 스파이스에서 가장 나이어린 멤버는 조동진의 음악을 못 들었을지 모르
고, 조동진이 델리 스파이스의 음악을 많이 접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희미한 공통분모가 있다면 이
들이 '슬픔의 자식들'이라는 점이다. 이 말 역시 당대의 주류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지, 이들의
음악에 밝고 기쁜 면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이들처럼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들
이 엮어낸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의 '전통'인 왁자한 연예와는 구분되는 '반(反)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고 말할 수 있다.  

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조동진의 공연은 그답게 '느리게' 찾아온다. '이쯤이면 할 때가
되었는데'라는 느낌이 온 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가 '사단장'으로 있는 '공동체'인 하나기획
의 4년만의 총출동인 셈이다. 사단장이라기엔 스스럼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후배들 11명이 밴드를 이
루어 '보좌'할 예정이다. 신곡은 없지만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등의 히트곡 외에 묻혀 있었던
곡들을 많이 연주할 계획이라니 '변함없는 색다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시인과 촌장의 공백은 조동진보다 더 길었다. 혹시나 조성모가 리메이크하고 하덕규의 곡 "가시나무"
덕분에 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번짓수 잘못 찾은 거니 한참 반성하라('조성모 음
반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 기사를 참고하시길). 종교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뒤 속
세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시인과 촌장은 작년에 잠깐 무대에 섰다. 그때 무대가 그 동안을 되돌아  
보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새로운 음악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델리 스파이스는 이번이 첫 대형 공연이다.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산실인 '홍대앞 클럽 씬' 출신으
로는 크라잉 넛에 이어 '중대형 단독공연'의 주인이 되었다. "챠우챠우"와 "달려라 자전거", "새와 고양
이에 관한 진실" 등 '언더그라운드 히트곡'을 통해 탄탄한 연주력과 풋풋한 멜로디가 양립할 수 있다
음을 보여준 델리 스파이스는 '그리 많지는 않아도 무척이나 열성적인 팬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이들
이 보다 많은 대중과 어떤 만남을 갖게 될 지 무척 설렌다. 오늘 언급된 주인공들 모두가 세대를 불
문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적당한 무대, 적당한 청중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20000217

* [뉴스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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