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The Smashing Pumpkins, [Machina: The Machines  Of God]
  • Oasis,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롤링 스톤 Rolling Stone]이라는 음악 전문 잡지가 있다. 1960년대의 '반항아'들이 만들었지만, 언제
부턴가 고급차와 요트와 휴양지 등 '빠방한' 광고가 즐비한 '한물간' 잡지가 되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 잡지를 계속 들여다 보게 만드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시답지 않은 '독자투표'다.
인물로 존 레논과 커트 코베인을 붙이든가. 음반으로 비틀스의 [The Beatles]와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붙이는 식이다. 그밖에도 여러 흥미로운 투표가 있었다. 결과가 궁금
한 분은 인터넷에 들어가서 확인하시길.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최근 독자투표가 스매싱 펌킨스와 오아시스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음
악 깨나 듣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현재 팝 음악의 양대 '종주국'인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라
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투표는 마치 '양국의 자존심을 건 헤게모니 싸움'처럼 보인다.
이번 '공천'은 둘 모두 2월 말 새로운 음반을 발표한 점을 염두에 둔 모양이다. 스매싱 펌킨스의 통
산 다섯 번째 앨범인 [Machina: The Machine Of God], 오아시스는 통산 네 번째 정규 앨범인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이 그것. '외국 음악 매니아'라면 '초기작에 비해 중기작에 대
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을 어떻게 만회할까'라는 관점에서 음반을 들을 것이다.

좋게 본다면 두 음반 모두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스매싱 펌킨스는
이전보다 더욱 시끄럽고, 무겁고, 어두워졌다. 제목처럼 비트가 기계적이 된 점이 새롭다면 새로운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인 빌리 코갠(Billy Corgan)이 만들고 부르는 멜로디가 귀를 잡아끈
다. "Everlasting Gaze"나 "Wound"같은 곡은 '이 곡만으로도 앨범을 구입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연주도 프로듀싱도 훌륭하다. 그런데도 초기작들이 주었던 강렬한 감정이 덜 느껴진다
면? 그건 만든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 탓이고, 과장한다면 '시대가 바뀐 탓'으로 생각하자.

이런 느낌은 오아시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전매특허는 '비틀스를 빼다박은 듯 수려한
(영국적인?) 멜로디와 소박한 기타 사운드'다. 물론 의표를 찌르듯 첫 트랙에서 '미국적인' 힙합 사
운드를 담았지만 두 번째 곡 "Go Let It Out"부터는 오아시스의 전형이다. 나머지 곡들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오아시스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곡의 전개나 구성이 이전에 비해 복잡해지고 현악기와
건반악기의 사용도 많아졌다. 비틀스 이래 확립된 '영국 팝송'의 기본 형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대중
음악은 이렇게 '자국의 빛나는 전통'을 재활용하면서 순환하나 보다. 그것마저 '약발'이 떨어지면 서
로 자웅을 겨뤄 보거나. 하긴 대중음악의 재미가 꼭 '음악'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20000310

* [주간조선]에 게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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