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아마추어 디바의
불감 속의 관능
 불감증 혹은 무감증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앨범의 주인공인 양까 지야길레바(Yanka Dyagileva:
1966년생)는 요절한 디바다. 디바라고 부르기보다는 시인이나 바르드라는
호칭이 적절할 것이다. "나는 기어 다니는 게 알맞아 / 전쟁 선언으로부터
네 개의 현이, 짧은 봄으로부터 네 개의 벽이, 데워진 음식물로부터
네 개의 슬픔이, 사악한 세대로부터 네 개의 검은 슬픔으로..... 구멍난
군복을 걸쳐 입어야지"("Beregis!(조심해!)"). "천국,
빛, 공포, 낯선 집, 문 앞에는 사육 당하는 짐승 그리고 낯선 언어로
말하지, 그에게는 나의 언어가 필요치 않아, 나를 내버려 둬!"("Chuzhoi
Dom(이상한 집)"), "무감증. 기쁨이 없는 상태라는 진단.
반전군인. 타기를 거부하는 불꽃. 별 달린 군모를 쓰고 미쳐 날뛰는
3학년생 아이. 새끼 늑대를 목매달아 죽인 희망에 찬 군인은 성장해
가지" 등의 가사는 단지 노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 시어(詩語)로 만들어진 것 같다.
'바르드'라는 소개를 들으면 이 음반에 담긴 음악이 어쿠스틱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그렇지만 "비극적 펑크 아마추어"라는 한
영어 잡지의 표현처럼 그녀는 '어쿠스틱'한 작품 이상을 남기고 싶어한
것 같다. 실제로 그녀의 많은 작품들은 대체로 어쿠스틱하지만 마지막
유작인 이 앨범만은 다르다. 이 음반은 마치 소닉 유스(Sonic Youth)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데모 테이프 같은 음악들이
담겨 있는데, 그건 아마도 생전에 단 하루도 정식 스튜디오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의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잘 믹싱되지 못한 탓인지 드럼
소리는 멀리서 불명료하게 울려오고, 퍼즈톤의 기타는 조율이 잘 안
된 때문인지 시종일관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베이스 기타는 한 곡
내내 단순한 진행을 반복한다. 효과음향은 아마추어 거라지 밴드가 시원치
않은 레코딩 장비로 실험(혹은 장난)을 치는 듯한 사운드다. 멜로디
역시 가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상은 아니라서 특별히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가사를 제외한다면 개별 곡에 대한 설명이 그닥 필요없는 음반이다.
한 극으로 거라지 펑크인 "Dekoratsii(장식)"가 있고 다른
한 극으로 어쿠스틱 펑크인 "Rizhskaya"가 있지만 모든 곡이
음울하고 신경쇠약에 걸린 듯해서 다 듣고 나면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이럴 때 '묘한 감흥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으로 충분할까.
'엄청나게 춥다'는 것 말고는 외부세계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끄라는 곳에서 자란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을 느껴보는 이색적
경험 이상은 없을까. 가끔 느껴지는 섬뜩할 정도의 관능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의 죽음처럼 수수께끼 같은 음악이다. 
20011115
* 박일경 nikcuf@hanmail.net의 도움으로 씀.
 수록곡
1. Po Tramvainym Relsam(Along Train Rail)
2. Ot bolshovo Uma(From Big Brain)
3. Medved' Vykhodit(Bear Will Get Out)
4. Dekoratsii(Decoration)
5. My Po Koleno(We Knee to Knee)
6.
Beregis'(Take Care) 
7. Gori, Gori, Gori(Light, Lihgt, Light)
8. Rizhskaya(Riga)
9. Chuzhoi Dom(Strange House)
10.
Angedoniya(Anhed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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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Yanka Dyagileva 사이트들
http://www.murman.ru/kanda/yanka/yanka.htm
http://terrorium.narod.ru/janka.html
http://www.farpost.com/music/yanka
Yanka Dyagileva, [Angedoniya(Anhedonia)] 전곡 mp3 다운로드 사이트
http://txt.zvuki.ru/M/P/851/
* 웹진 [weiv]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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