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
무력'해진 중국 록의 대부의 새로운 로큰롤 "九十年代"라는 트랙이 들어있는 것을 보니 중국인에게 1990년대는 한국인에게 1970-80년대와 비슷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가온다. '한국이 중국보다 선진국'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변화의 페이스가 너무나도 급속한 상황에서, 그리고 사람들이 돈의 단맛을 보기 시작한 상황에서 음악을 통해 '진정한 표현'을 추구하는 사람의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중국에서 록 음악의 영광스러웠던 시기도 서서히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음악의 스타일은 얼핏 듣기에는 [紅旗下的蛋]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극에서 쓰이는 타악기, 손으로 치는 드러밍, 래핑을 방불하는 보컬이 선동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混子", 다양한 음원 샘플과 삼바 카니발에 온 듯한 북소리, 그리고 보컬을 따라 진행되는 트럼펫의 혼란스러운 열정이 녹아있는 "九十年代", 비밥 재즈풍의 즉흥 연주 속에 정격적이고 리드믹한 기타와 멀리서 들리는 중국풍 아리아가 색서폰 소리 속에 흩어지고 신경증적인 간주와 대조되는 "緩沖", 라디오 방송 소리의 인트로에 이어 중국의 전통 현악기와 타악기에 하드 록 풍의 느긋한 기타와 더불어 랩과 챈팅이 나오는 "春節" 등이 그렇다. '츠이 잰 스타일의 록'이라고 할 만한 음악이 완성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트랙들이다. 그렇다면 '전작의 답습'인가. 그가 '新鮮搖滾(신선한 로큰롤)'이라고 부른 것은 무엇인가. 일렉트로니카를 록 음악에 도입한 것이다. 앞의 트랙들에서도 이런 시도는 부분적으로 드러나지만, 보다 본격적인 시도는 제목 자체가 새로운 로큰롤인 "新鮮搖滾ROCK'N'ROLL", "籠中鳥兒", ""時代的晩想"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新鮮搖滾ROCK'N'ROLL"는 단일 리프로 멜로디를 살리면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더불어 드럼앤베이스 스타일의 드러밍 난타가, "籠中鳥兒"에는 백워드 매스킹과 스크래치를 사용한 독특한 음향효과와 더불어 드럼 머신으로 연주하는 듯한 힙합풍의 비트가 등장한다. 그게 그의 기대처럼 록 음악의 새로운 형식을 낳는데 충분히 성공했는가는 평가하기 이르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존중해주고 싶은 트랙들이다. 일렉트로니카의 도입이 어쿠스틱 악기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일렉트로닉하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캐스터네츠, 그리고 약하게 깔리는 트럼펫과 하모니카가 포크 음악(민속음악이라는 뜻이다)의 무드를 만들어내는 타이틀곡 "無能的力量", 그리고 간주부에서 일렉트로닉 음향이 나오기 전까지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무뚝뚝한 드러밍 위에 몽환적인 신서사이저와 단아한 트럼펫과 색서폰이 차례로 등장하는 "另一個空間"이 그런 예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시도들은 마지막 트랙 "時代的晩想"에서 모두 등장하면서 빛을 발한다. 구젱과 수오나의 인트로로 시작하여 드럼 루프가 등장하고 리드믹한 보컬과 멜로딕한 수오나의 5음계 멜로디, 거기에 일렉트릭 기타의 능숙한 백킹이 보조를 맞추어준다. 보컬은 후렴구에서 "오호 오호 오호 오호우"하면서 중국 민속요 스타일로 길게 뽑아준 뒤 이상하게도 수오나와 구젱의 가락과 장단은 더욱 슬퍼진다. 연주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전자음향이 들려오면서 몽롱하게 마무리된다.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위에서 부르는 만가(輓歌)로 이보다 더 절절한 것이 있었는가라는 평으로 총평을 대신한다. 20020228 수록곡 1. 混子(Slackers) 2. 無能的力量(The Power Of The Powerless) 3. 九十年代(The 90's) 4. 籠中鳥兒(Bird in a Cage) 5. 緩沖(Buffer) 6. 新鮮搖滾ROCK'N'ROLL(Fresh Rock'n'roll) 7. 另一個空間(Another Space) 8. 春節(Spring Festival) 9. 時代的晩上(The Night Of The Era) 관련 글 츠이 잰(崔健)잰과의 인터뷰: "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뿐입니다" * 웹진 [weiv]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