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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컴백. PC 통신과 인터넷 게시판은 서태지 이야기로 '도배'다. 무릇 스포츠든, 정치든, 대중문화든 '관전평'보다는 '예상평'이 재미있는 법. '썸머 스페셜'로 다음과 같은 예측이자 추측이자 억측이나 한 번 내려볼까나. 1. 서태지가 공수해 올 음악 장르는 '하드코어'가 확실하다(확률 90%). 닥터코어 911과 크로우라는 인디 밴드 멤버들이 '서태지가 불러서' 급거 도미한 사실이 예상을 뒷받침한다. 국내 음반제작자들은 개나 소나 '하드코어를 해야 돈된다'고 가수들을 다그쳐서 세계 최초로 '싱잉 엔터테이너가 부르는 하드코어 댄스가요'가 탄생할 전망이다(확률 77%). 단, 성대 구조 상 하드코어는 도저히 힘든 조성모의 측근들은 고민에 빠질 듯하다. 하나 더. 8월 17일 발매되는 닥터코어 911의 음반은 '가장 많이 팔린 인디 음반'의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확률 89%). 물론 그걸 산 서태지 팬들이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이상 들을지는 미지수다(확률 5%) 2. 강타 오빠와 정현 언니가 "서태지 팬이다"라고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명될 것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변수가 있다. 일단 H.O.T의 8.15 잠실 컴백이 미루어진 일이 심상치 않다. 향후 서태지와 H.O.T 아니 이수만과 서태지의 머리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김응룡과 김재박, 김대중과 김정일의 머리싸움을 방불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서태지가 자기를 존경한다고 말한 H.O.T를 가상히 여겨 'Win-Win 게임'을 전개할지(확률 50%) 아니면 대중음악판을 개판 5분전으로 만들어 놓은 이수만 사단을 엿먹여 버릴지(확률 50%)가 감상 포인트다. 현재로서는 서태지가 음반 발매일을 못박아 버렸으므로 공은 이수만에게 넘어간 셈이다. 이수만이 이에 대해 맞불작전이라는 도박을 감행할지(확률 48%) 아니면 맞장 뜨는 걸 슬쩍 피할지(확률 52%) 궁금하다. 3. 이번 앨범의 러닝 타임, 즉 재생 시간은 38분 27초일 것이다(확률 72%). 이는 그동안 서태지의 이름으로 발표된 정규 앨범들의 러닝 타임을 조사한 뒤 음반마다 상이한 가중치를 부여하여 산정한 수치다. 시나위 4집과 서태지와 아이들 베스트 앨범은 제외되었다. 이 점에 대해 이번 음반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함량 미달이다. 성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며, 취향에 맞는 사람들은 "양이 중요하냐, 질이 문제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확률 87%). 어쨌든 서태지의 음반에 대해서 "별로다"라고 평을 쓰는 기자들은 팬 클럽 회원들로부터 전화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확률 92%). 반면 대중문화계에 별다른 이슈가 없어서 원고 청탁도 줄어들고, 인터넷 사업도 파리 날리던 문화평론가들은 '서태지 특수'로 잠시 분주해질 것이다(확률 75%). TV에 10초간 얼굴 비추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이번 기회를 이미지 메이킹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5. 김대중 대통령이 "서태지를 좋아한다"고 말한 게 정치성 발언이었는지 여부도 판명될 것이다. '외교 대통령'과 '문화 대통령'의 상봉이 이루어진다면(확률 42%), 청와대나 '안가(安家)'에서 밀담을 나눌 전망이다. 일간지들은 이를 'DJT 연대' 혹은 'TJD 연대'로 부를 것이다. 외교 대통령의 카드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남북화해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개최할 테니 서태지가 주도적 역할을 해 달라는 것, 두 번째는 서태지를 '신지식인'으로 선정할테니 공익광고에 출연해 달라는 것, 마지막은 2002 월드컵 주제가를 일본의 모 작곡가와 함께 맡아달라는 것. 두 번째는 심형래와 영구아트 무비에서 '그런 거 절대 하지 말라'는 연락이 올 것이며(확률 87%), 세 번째는 이박사 팬클럽으로부터 격렬한 항의가 예상된다(확률 89%). 6. 베테랑 음악인들, 인디 음악인들, 음악 매니아들이 서태지의 컴백을 어떻게 평할지는 전혀 흥미거리가 아니다. 일각에는 '서태지같은 음반이 잘 팔려야 인디 음반도 좀 팔린다'는 현실론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관심하다. 서태지 음반이나 공연이 신통치 않을 경우는? 그럴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일. 만약 그럴 경우 자신의 약발이 다했음을 알아차리고, 서태지 음반 발매일에 컴백 공연을 갖는 들국화 형님들이나 빈번한 멤버교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나위 형님들과 전국 순회공연을 함께 다닐지도...(확률 0.5%) 이상 웃자고 써본 글이었습니다. 안 웃겼으면 죄송합니다. 저, 서태지 싫어하지 않습니다(웬 눈치?). 그나저나 예상이 어긋나면 어쩌죠? 지난 총선 때 M모 방송국처럼 "표본조사의 한계다"라고 발뺌하면 되겠죠 뭐. 에이 쓰벌 이 따위 글이나 쓰고 있어야 되나. 20000818 * [씨네 21]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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