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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라는 직업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과의 접촉이 많다. 남들은 그게 행복해 보일 지 몰라도 때로는 '이 나이에 내가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다. 게다가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팬들은 대체로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들이고, 가끔은 비뚤어진 것처럼 보일 때조차 있다. 원만하고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본래는 '미친 놈'이라는 뜻의 '매니아'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도 대중음악계인 것 같다. 이런 음악 팬들의 특징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공간은 PC 통신이나 인터넷같은 사이버공간이다. 특히나 익명으로 글을 쓰는 게시판에서는 언제나 설전이 끊이지 않는다. 외부자가 보기에는 '취향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은데도 왜들 저렇게 티격태격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도 처음에는 '한심하다'라는 생각을 없애지 못한다. 그런데 우연히 그런 젊은 음악 팬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어떤 글에서 비판한 뮤지션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청년이었고, 나는 그가 게시판을 통해 나에게 험한 말을 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는 매우 수줍고 과묵하고 내성적인 인물이었다. '얘기 좀 해 봐라'고 말해도 그는 말로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치 못해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는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힘없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수줍은 그의 입을 그렇게 '험악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직업적 팬'(=평론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다음과 같은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그의 내면에 대해 추측하는 일 뿐이다. 여리고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여움의 원천에 대해서. "네가 나보다 더 어려운 날을 보냈을 줄 난 몰랐네 / 네가 나보다 더 아픈 가슴을 가졌을 줄 난 몰랐네"(조동진, "음악은 흐르고", [음악은 흐르고], 서울음반, 1990). 지금도 어두운 방 한 구석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많은 고독한 마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자유로운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아직도 인색해 보인다. 20010911 * [좋은 사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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