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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신촌 모 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다녀 왔다. "미국, 아프가니스탄 공습 임박"이라는 문장으로 압축되는 험악한 세계정세로 인해 '놀러 간다'는 일이 조금 찜찜했지만, 전쟁반대 서명 이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에서 '놀 땐 놀고...'라는 신조를 다지면서 공연장을 향했다. 단지, 몇 년 전부터 체력이 급격히 저하한 관계로 공연 전체를 '스탠딩'으로 관람하려는 욕심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객석 뒤편의 '경로석'에 앉아 맥주나 마시면서 한두 시간 지켜보다가 슬슬 자리를 떨 생각이었다. 이 날 공연은 주최측과 관객 사이의 궁합이 잘 맞아보였다. 유명 브랜드 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주최측과 '트렌디'한 옷차림을 한 관객 사이의 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냉혹한 관계로 보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혹시 '공연에 지출되는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전가된다'는 경제학 이론이 설사 사실이더라도 그날은 그런 것 쯤은 잊어버려도 좋을 분위기가 지배했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문화'에 지출하는 기업이 어디 흔하냐라는 생각이 앞섰다. 무대에 차례로 오른 '인디' 혹은 '언더' 뮤지션들도 모처럼 많은 수의 관중 앞에서 연주한다는 사실에 고무되서인지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제 인디 음악도 번듯한 비즈니스 시스템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려 보았다. 그러니까 그동안 인디 문화를 '운동의 대의'에 무리하게 동참시키려고 했던 시도나, '인디는 비즈니스 세력과 타협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면서 맨땅에 헤딩했던 단계를 넘어 '시장과의 게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시장과 게임을 하면서 이용당하든 이용하든(혹은 말아먹히든 말아먹든) 하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언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었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낭만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평범하게 살아간다면 그럭저럭 살만한 곳인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궤도를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면 각종 장애물이 설치된 곳'이라는 경험적 신념이 맞다면, 이제껏 그랬듯 인디 음악의 미래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이건 앞으로 이런 일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계된 인물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므로 더 이상의 코멘트는 주제넘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 이야기할 또하나의 문제는 인디 음악의 청중들이 '정치적' 성향에 관한 것이다. 나같은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그들은 어떤 종류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므로 정치적 올바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속으로는 '요즘 애들은 아무 생각 없는 것 같다'는 말도 하지만 그건 표현의 방식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믿고 싶다. 물론 일부에서는 인디 음악을 좋아하면서 급진적 사상을 신봉하는 경향도 발견되지만 그건 '정치적 올바름'을 문화적 세련됨의 하나의 코드로 장식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서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30대 '스타' 지식인의 맹목적 추종인지도 모르겠다(주: 글쓴이는 '40대'임). 그래도 좋다. 바램이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인디 음악의 미학적 반란이 정치적 저항과 자석처럼 접속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무관심하지는 말고 그럭저럭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그래서 한국의 인디 음악이 '죄없는 아랍인들을 이유없이 대량살상하는 미국 문화의 모방'이라는 시각이 있다면 그렇지만 정말로 영미의 세련된 문화의 모방이 나의 신성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저런 이야기를 꺼낼 지도 모른다. 최근 우연히 그런 음악을 들어서 하는 이야기다. 20011011 * [씨네 21]에 게재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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