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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월드컵 축구대회가 다가오니 세계 각국의 음악들이 한국 여기저기서 울려퍼질 것 같다. 그들의 음악이 내 귀까지 들려올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TV로만 시청할 때보다는 확률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월드컵 축구대회 동안 '관(官)이 까라면 까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싶은 사람은 '월드 뮤직'에 대해 조금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월드컵과 월드뮤직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다른 면에서는 세계 스포츠계와 대중문화계를 주름잡는 미국이 월드컵에서도, 월드 뮤직에서도 주변적 존재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계의 경우 미국 국내에 각종 프로 스포츠 경기가 발달해 있어서 '국가간 대항 경기대회'에는 미국인들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음악계의 경우에도 직업적 대중음악이 워낙 발달한 나라이다보니 '월드 뮤직' 같은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은 많지 않다. 물론 블루스나 컨트리 같은 미국의 '민속 음악'들은 미국 대중음악, 이른바 팝 음악의 뿌리다. 두 번째 공통점은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유럽은 대부분 선진국들이니 '월드 뮤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야 미국과 더불어 팝이나 록의 강국이고,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들도 샹송이나 칸초네라고 불리는 자국의 대중음악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요즘은 영미 팝과 많이 섞여서 예전처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힘들다. 한편 동유럽쪽으로 갈수록 '에쓰닉'한, 즉 민속적 느낌이 강한 음악들이 많아진다. 특히 유럽 남동부인 발칸 반도 인근의 나라들에서 온 사람들은 영화 [언더그라운드]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에서 들을 수 있는 폴짝폴짝거리는 리듬과 아코디온 소리를 동반하고 올 것이다. 이른바 폴카다. 반면 유럽으로 치면 여기와 정반대인 브리튼섬이나 아일랜드섬,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온 사람들은 백파이프(bagpipe)나 휘슬(whistle)이 빽빽 불어제끼는 가운데 영묘한 분위기의 멜로디를 가진 노래를 부를 것이다. 반면 중남미에서 오는 사람들의 경우는 최근에 한국에까지도 유행이 불어닥친 살사(salsa)와 비스무레한 리듬에 맞춰 광란의 댄스 파티를 벌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심히 관찰하면 멕시코같이 중앙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나 남미 대륙 남쪽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의 음악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시점에서 '지리부도'를 뒤져보지 않는다면 이 글은 실패다...). 멕시코 음악은 삿갓 같은 모자('솜브레로'라고 부른다)를 쓰고 선인장 앞에서 기타 치고 노래부르는 낭만적 노래일 확률이 크고, 아르헨티나 음악은 두 다리를 능숙하게 움직이다가 고개를 홱홱 돌리면서 반도네온(아코디온과 비슷한 악기)과 현악기 선율이 야한 음악일 확률이 높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멕시코의 민속음악은 '마리아치(mariachi)'라고 불리고,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은 '땅고(tango)', 영어식 발음으로는 탱고라고 불린다. 같은 남미에 속하지만 스페인어권이 아니라 포르투갈어권인 브라질은 그들 특유의 삼바(samba)라는 음악을 가지고 있고, 이건 브라질 축구선수들이 골을 넣고 하는 '뒤풀이'를 보면 된다. 삼바보다 나긋나긋하면 보싸 노바(bossa nova), 아코디온 소리가 나오면 포루(forro)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제에 포르투갈어 단어는 마지막에 'o'로 끝나면 '오'가 아니라 '우'로 읽고, 처음에 'r'이 나오면 'ㄹ'이 아니라 'ㅎ'으로 읽는다는 점도 알아 두자. 예를 들어 'Ronaldo'는 '로날도'가 아니라 '호나우두'로 발음된다. 월드컵과 월드 뮤직의 세 번째 공통점은 아프리카가 '신흥 강호'이며, 아시아는 아직까지 그리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 다음에 알아 보자.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면 소화불량 걸리니까. 어쨌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월드컵을 단지 '관이 주최하고 선수들이나 경기하는' 행사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을 포함한 민(民)도 한국을 찾는 사람들과 문화적으로 교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다고 갑자기 변할 리는 없겠지만 이 기회가 문화적으로 개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20020405 * [틴뉴스]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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