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 음악의 '글로벌리즘'과 언어의 민족주의
일본음악이 또한번 개방되었다. 이번에는 공연의 경우 '2000석 이하 실내공연'이라는 제한 규정이 철폐되어 대형 야외 공연이 가능하게 되었고, 음반의 경우 일본어를 제외한 제 3국어와 한국어 가사를 가진 음반은 판매가 허용되었다. 복잡하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영어나 한국어로 노래부르는 일본 국적 음악인은 음반과 공연 모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반면, 일본어로 노래부르는 일본 국적 음악인은 공연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음반 판매는 아직 안된다는 이야기다.
'일본 음악 3차 개방의 효과는 말이죠 에헴'하고 말해봤자 더운 날씨에 하품밖에 안 나올 듯하다. '점진적 개방'이라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시비 걸 건덕지 별로 없다. 스포츠 신문을 보니 한국 가수들도 일본 시장 진출을 꾀한다고 하니 '한일축구 정기전' 때처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이겨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아, 이거 농담입니다).
그런데 일본어 가사로 노래부르지 않는 일본 가수도 있나? 물론 있다.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일본 음악인 아니라도 국적과 민족이 일본인 음악인이 영어로 노래부르는 경우 꽤 있다. 이건 주류보다도 '인디'나 '언더'에서 더하다. 주류 음악이야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영어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배려해야 하므로 당연이 일본 가사지만, '들을 사람만 들으세요'라고 생각하는 음악인들이야 뭐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고 그러다 보니 일본어 가사도 있고 영어 가사도 있다. 무늬만 일본 음악이요, 몸통은 국제적 '팝' 음악이다. 옛날에 흑인이 되고 싶던 백인 뮤지션들이 "White Skin, Black Heart"라고 말하더니 일본 뮤지션들은 "Yellow Skin, White Heart"라고 해야 할 판이다.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들어보는 후진국들의 '인디' 음악은 대부분이 영어 가사다. 아 참 후진국이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같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아바(스웨든)이나 스콜피온스(독일)같은 '인터내셔널 스타' 얘기가 아니라 '로컬' 인디 음악 이야기다. 사운드 역시 국제적 표준(norm)이 있어 보인다. 이건 꼭 인디 '록'만 그런 게 아니라 인디 성향의 음악들이 다 그렇다. 그래도 가사가 있는 록이나 랩은 영어 가사를 써도 액센트나 억양이 아무래도 티가 나는데, 가사가 거의 없는 테크노는 영국제와 일본제와 독일제와 프랑스제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주류 음악에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없는 반면, 주류 음악에는 있다? 가사만 따지고 본다면 '보통' 대중음악은 각국의 언어가 표준이지만 인디 음악은 영어가 표준이다? '우물 안 개구리냐, 우물 밖 올챙이냐'가 후진국 음악인들의 비애인가. 한국에서 이거 속시원하게 해결해줄 대단한 음악인 하나 안 나오나. 서태지 가지고도 안되는데....(그런데 이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헷갈리네).
* <M-zine>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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