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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이라는 곳에서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를 위한 공청회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라는 곳에서 대중음악에 대한 토론을 한다는 사실도 이례적이었고, 더군다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왜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지에 대해서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단, '폐지하자'는 목소리의 '강도'가 꽤 강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토론회를 주최한 측은 문화개혁 시민연대('문화연대'로 약함)라는 곳이었다. 시민단체의 하나고 이른바 NGO(비정부기구: 그러니까 정부에 속하지 않은 단체)에 속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어린 학생들은 '그게 뭐지?'라고 할 법도 하지만,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군부독재'와 싸웠던 민주화운동 세력의 후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재미없는' 것이겠지만 한국 사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물론 정말 그런 건지 아닌지는 여러분들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쉽게 말해서 KBS, MBC, SBS)가 대중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통해 지나친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 특정 장르(이른바 '댄스 가요')에 편중된 포맷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음악을 들려준다기 보다는 화려한 '비주얼'에 집착한다는 점, 순위 산정에 방송사의 자의성이 많이 개입되어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조목조목 지적되었다. 그에 이어 PD 한 명이 나와서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왜 폐지해? 아저씨들 미워'라고 말할 사람이 꽤 있을 듯하다. 그건 맞는 말이다. TV 이외에 마땅한 오락 수단이 없는 중고생들에게 그나마 많지도 않은 청소년 프로그램들 중의 하나를 '없애라'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납득하기 힘든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악들이 정말 듣기 괴롭고 '저것도 음악이냐'라는 말이 입에서 감돌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쩌면 '아저씨 취향'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그렇다고 내가 '트로트나 좋아하는 아저씨'는 아니란다. 얘들아!) 그래서 '폐지'를 주장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마치 근엄한 정부관료가 '저거 선정적이고 잡스러우니까 못하게 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친 것이다. 이건 나같은 세대가 젊었을 때(그럴 때도 있었다 -_-) 기성 세대의 관행이었다. 위에서 '까라면 까'라고 말하면 아래서는 눈치보면서 설설 기는 그런 관행 말이다.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서 '위에서' 없애라고 말하는 것은 '대중'을 무시하는 엘리트주의라는 생각도 스쳐갔다. 그래서 패널의 한 사람으로 참석한 나는 말을 돌려야 했다. 순위 프로그램을 계속 방영하려면 납득할 만한 순위 산정 기준을 밝혀 줄 것, 그리고 '가요'라고 일반화하지 말고 장르의 전문성을 갖춰 달라고 주문했다. 이 가운데 앞의 주문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두 번째 주문은 말하는 본인조차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 왜냐하면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많아도 정작 한국인의 음악적 취향은 매우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그건 '특정 장르의 편중'이라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특정 장르에 속하는 음악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듣기 편하고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들만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것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바쁜 학생들을 보면 '입시교육'이 최대의 장애물같다. 뭐 남는 시간이 있어야 자기 취향을 개발할 것 아닌가. 아직까지도 완고한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그게 최대의 장애물같다. '상업적' 가수가 머리에 염색한다고 해서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나라 아닌가. 밤낮없이 일에 시달리는 중년 직장인들을 보면 '주 5일 근로제'라도 되어야 성인음악 발전이고 어쩌고 해야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마음으로 토론장을 나왔다. 여러분, 힌트 좀 주세요.
* <포브틴>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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