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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논란과 대중음악의 '윤리'

'컴퓨터에서 받아서 음악을 듣는다'는 일은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었다. 이제는 박물관에나 가야 될 것 같은 커다랗고 시커먼 비닐 원반, 이른바 LP를 바늘로 돌려대는 부모님의 모습은 '원시인'처럼 보인다. 조그마한 카세트 테이프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지만 오래 들으면 소리가 축축 늘어지고 고물 워크맨이 돌아가다가 테이프를 '씹어버리는' 일도 가끔 있어서 속을 태웠다. '쌈빡한 디스크'라는 뜻의 컴팩트 디스크, 이른바 CD가 나왔을 때 이제 이것보다 더 좋은 음반은 앞으로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일본에 왔다갔다하는 아빠를 둔 운좋은 사람은 CD보다 더 깜찍한 MD라는 것을 가지고 친구들한테 자랑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MD의 음질은 CD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그런데 왠걸 이제 음반은 '형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PC의 하드 디스크상의 미세한 공간을 차지하기는 하겠지만 인간의 눈은 물론이고 아마 개미의 눈으로도 크기나 모양을 식별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른바 MP3다. CD보다 음질은 '쪼오금'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걸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귀가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큰 상관 없다. 훨씬 편리하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PC가 있는 곳에서 성능이 별로 안좋은 스피커로밖에 들을 수 없다고? 아니다. 어느덧 MP3 플레이어는 이제 방송국 프로그램의 사은품으로도 빠지지 않고 있다. MP3 플레이어를 사면 함께 들어있는 케이블 한쪽을 프린터를 꽂았던 곳에 연결하고 다른 한쪽은 MP3 플레이어에 연결해서 파일을 전송받는다. 테이프나 CD를 가방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고, CD가 툭툭 튀는 일도 없다.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사람은 "번지 점프할 때도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했는데 뻥은 아니다.

더욱 기민한 사람이라면 음악 CD와 재질이 똑같은 CD에 mp3 파일을 가득 담아서 듣는 사람도 있다. 무엇으로 듣느냐면, 'MP3 디스크맨'이란 것으로 듣는다. 생긴 모양은 보통 CD를 재생하는 디스크맨과 똑같은데 MP3가 들어있는 CD도 읽는 휴대용 하드웨어다. 아직은 신제품이라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지만 곧 개선되어 대중화될 전망이다. 맞다. 요즘 한참 잘 나가는 DVD 플레이어로도 MP3를 틀 수 있다. 물론 이건 들고다닐 수는 없지만.

그런데 MP3를 도대체 어디서 구하냐고? 세상 물정 참 어둡군. 한달에 10,000원 이하만 내면 가입할 수 있는 각종 PC 통신의 동호회 자료실에 가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돈 한푼 안내고 인터넷만 잘 뒤지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시간도 빼앗기고 때로는 PC 방에 바치는 돈도 꽤 들어가지만, 그래도 CD에 10,000원 정도, 테이프에 5,000원 내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뒤지기 싫은 사람이라면 냅스터(Napster)나 소리바다(soribada)같은 곳에 가면 된다. 이건 다른 사람의 하드 디스크에 들어있는 MP3파일들을 자기 PC의 하드 디스크로 가져오는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P2P(peer to peer) 방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은 말들이 오간다. 3월 초 미국에서 MP3 대부분은 불법이며 냅스터는 '유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불법이라면 무슨 법을 어긴 것일까. 다름 아니라 저작권법이다. 영어로 쓰면 copyright니까 복제권이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창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할 권리는 자기자신밖에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복제한다면 '무단 복제'요, '불법 복제'라는 이야기다. 비디오 테이프를 틀면 맨 처음에 호환, 마마...어쩌고 하다가 나오는 바로 그 말이다.

어른들이야 대충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고 '맞아 저작물을 보호해 줘야 창작하는 사람들의 의욕이 생기지'하면서 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젊은 사람들은 불만이 많아 보인다. 인터넷이란 것이 정보공유의 수단이고 자기가 저장해놓은 파일을 왔다갔다 전송하는 게 뭐 그리 중죄냐는 식의 반발들이 많은 모양이다. 부연하면 "내가 CD 사서 애인한테 테이프 녹음해준 것 수두룩한데 그것도 불법이냐"는 식의 반발이다. 딱딱한 말로 정리하면 '예술가의 저작권 침해'와 '소비자의 정당한 사용(fair use)'이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일에 대해 뾰족한 결론을 내려주기는 힘들다. 단지 기술이 발전하여 소비자가 편리해지는 것을 '방해'하려는 음반산업계의 처사는 좀 불만스럽다. '그거 반대하고 싸울 동안에 음악에나 더 신경써라'는 말을 하고도 싶다. 솔직히 CD 값은 너무 비싸다. 초기에야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아닐텐데.... 그렇지만 소비자들을 일방적으로 편들기도 힘들다. 음반 뿐만 아니라 각종 소프트웨어들을 보면 한국은 가히 불법 복제의 천국 아닌가. 뭔가를 창작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너무 보상을 못 받는다. 세상은 가면 갈수록 사소한 일에도 '윤리'가 중요해지는 세상인 것 같다. 대중음악처럼 '그냥 들어서 좋으면 그만'인 영역에서마저도 말이다.

* <포브틴>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