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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 글의 자매글로서 양재영(cocto@hotmail.com)님이 서술한 것입니다. 허락없이 전재한 것을 양해해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MTV의 현재와 미래 MTV는 이미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지적이고 '얼터너티브적'인 다양한 청년문화의 코드들을 선도하거나 통제하던 시기와 단절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은 인종과 민족, 국가, 성의 경계를 초월한 범지구적 청년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목숨을 건 듯 하다. 먼저 20대 중, 후반 이후의 노쇠한(?) 시청자들을 VH1 채널을 통해 성공적으로 떨궈냈던 MTV는, 주고객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남녀들을 타깃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요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는데 주력해 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뮤직 비디오' 자체가 이제 더 이상 MTV의 '필살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화된 장르의 뮤직 비디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던 프로그램들은 모두 본 채널에서 사라지거나 이 거대기업의 음악 전문 유료 채널들 -- MTV2, MTV Base 등 -- 로 자리를 옮겼다. 뮤직비디오 전문 프로그램들이 각기 청년 세대 내의 다양한 하위집단들의 선호도에 맞춰 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들 프로그램의 소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말하자면 개별적인 하위집단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는 더 이상 없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MTV는 더 이상 음악전문 채널만은 아니다 뮤직 비디오가 빠져나간 자리를 최근 몇 년 사이에 대체한 프로그램들은 MTV가 이제 더 이상 음악 전문 방송국이 아니라 일종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탈바꿈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찍이 1990년대 초반부터 방송을 시작했던 <Real World> 실험의 성공은 MTV에 결정적인 변화의 동기를 제공하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남녀들의 일상생활과 고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NBC, CBS, ABC 등의 공중파 방송에 이와 비슷한 류의 '실제 상황 소프 오페라' 붐을 가져오기도 했다. 뒤이은 <Undressed>, <Road Rules>, <Spyder Games> 등의 최근 MTV 프로그램들은 젊은이들을 자극하는 다양한 소재, 실제상황과 가상을 오가는 극 구성, 기존 소프 오페라 뒤틀기 등을 통해 실험적 '다큐-드라마'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MTV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시청자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사실과 상상이 뒤얽힌 TV 속의 공간에 직, 간접적으로 투영하는 사이, 한편으로 MTV는 자극적 오락 프로그램들 -- 신청곡을 받는 공개 방송(<TRL: Total Request Live>), 가라오케(<Say What? Karaoke>), 프로레슬링(<WWF Heat>), 클레이 애니메이션(<Celebrity Deathmatch>), 톰 그린(Tom Green)이나 앤디 딕(Andy Dick)의 엽기 토크쇼 둥 -- 을 곳곳에 배치하여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미국 젊은이들의 봄방학(spring break) 때가 되면, 일주일 내내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흥청망청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 비치 댄스파티를 벌이는 특집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MTV는 다문화주의의 첨병이다 지금 대다수의 MTV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남녀 젊은이 전체를 타깃으로 한다. 사실 미국 사회가 다인종, 다민족 사회이고 음악을 비롯한 문화적 표현물들이 인종, 민족성, 사회적 계층, 성 정체성에 따라 세분화가 극도로 진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MTV의 제작방향은 사회의 큰 구조적 틀에 역행하는, 일종의 파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체적이고 '탈경계적인' 태도의 배후에는 현재의 미국 사회 내에서, 나아가 글로발 차원에서 MTV라는 거대 문화산업의 생존과 성공을 위한 고도의 비즈니스적 전략이 숨어 있다. 가령 <Real World>나 <Road Rules> 같은 일반 청춘 남녀들의 실제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이들 프로그램의 매 시리즈는 항시 다양한 인종과 민족, 성 정체성을 지닌 평범한 남녀들의 뒤얽힌 인간관계가 주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일상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기 보다, TV 화면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뒤얽히고 여러 정체성을 지닌 존재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을 축복하기 위한 일종의 상상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다. 덕분에 미국 사회가 지닌 다문화적(multicultural) 본성을 억압하기 보다 정당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다문화 사회가 지닐 수 있는 구조적 갈등 또한 우리 일상에서는 늘 자연스럽고 '쿨'하게 해결되고 있다고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MTV는 어쩔 수 없는 다문화적 세팅을 인정하고 축복하며 동시에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고 다양한 경계와 장애를 초월한 범지구적 청년 놀이문화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MTV의 비즈니스 태도(attitude)는 세계 20여개 국에서 지역성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정착을 가능케 하는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 MTV는 청년문화와 소비를 등치한다 간혹 미국 현지에서 MTV를 하루 종일 보고 있노라면, 미국 혹은 세계의 청년문화와 일상생활을 24시간 쉬지 않고 엿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부터 젊은 남녀들이 여객선을 타고 특정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면(<Road Rules>), 낮 시간에는 이들의 가라오케 한 판을 감상하고(<Say What? Karaoke>), 저녁이 되면 특정공간에서 치고 받는 자잘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Real World>). 물론 한 밤중에 깨어 있으면 그들의 은밀하고 기막힌 '성'에 대한 얘기와 몸짓들도 훔쳐보게 된다(<Undressed>). 더욱이 상당수의 프로그램들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젊은 남녀들의 직, 간접적인 출연과 참여를 통해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덕분에 우리는 MTV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것이 범지구적인 청년문화 그 자체인 것처럼 상상되는 시대에 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MTV가 선도하는 젊은이들의 문화는 자본주의적 소비를 매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아니 MTV의 입장에서 청년문화와 소비는 일종의 등가물이어야 한다. 물론,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제작을 지원하는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프로그램들(<Making the Video>, <Making the Movie>)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봄방학엔 일주일 내내 비치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어야 하며(<Spring Break>), 새로운 음악을 듣고 나면 꼭 가라오케에 가서 따라해 보아야 하며(<Say What? Karaoke>), 멋진 삶을 위해서는 당구대와 자꾸지(jacuzzi)가 딸린 고급맨션에서 살아야 한다고(<Real World>) 노골적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을 유인하는 것이 'MTV적'으로 청년문화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MTV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소비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권유한다. 어떻게 놀아야할 지 잘 모르겠다고? 그럼 MTV를 보면 모든 해법을 찾을 수 있노라고 권고, 아니 강요한다. MTV 속에 당신들의 일상생활, 놀이, 문화 모든 것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아니 MTV가 바로 그 자체이기도 하다. 물론 백인이든 흑인이든 동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동성애자이든 누구나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MTV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만 있으면 그 속에서 모든 청년들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MTV는 자본주의적 소비를 통한 문화적 실천 앞에서는 인종적, 민족적, 성적인 불평등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사회적 '차이'들은 모든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들 젊은 청년 앞에서는 결코 불평등적 관계의 반영물이 아니라고 설득한다. 그럼, 노골적인 소비주의와 다문화성에 대한 축복을 통한 범지구적 청년문화의 구축이 자신들의 현재이자 미래를 향한 길이라고 계속 고집할 경우, MTV는 어떻게 '신자유주의적(neo-liberal)' 혹은 '기업형(corporate)' 다문화주의의 첨병이라는 혐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은 아무 문제없노라고 자신한다. 스스로 언제나 '쿨'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기에... * <씨네 21>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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