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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의 내한 공연(올해 2월)과 영화 개봉(올해 3월)으로 절정을 이룬 꾸바 음악에 대한 '난리'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최근 꾸바 재즈의 대표자인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도 내한공연을 가졌으니, '내실을 다지는' 단계로 접어든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의 꾸바 음악의 수용 문제 있다' 어쩌구 하는 말도 진부해지고 있으니 그건 나중에(= 원고 청탁이 또 들어오면) 얘기하기로 하자. 꾸바 음악은 쥐뿔도 모르던 사람들이 꾸바에 갔다 와서 코끼리 뭐 만지는 식으로 하는 헛소리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음악'이나 제대로 들어보자는 뜻이다. 일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이 대중적이면서도 품위도 유지할 수 있는 텍스트다. 두툼한 부클렛에 각 트랙마다 음악 장르 이름도 적혀 있으니 '공부'도 된다. 가장 많은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 쏜(son)을 비롯하여 단손(danzon), 과히라(guajira), 볼레로(bolero) 등 오래된 스타일들이지만, 라이 쿠더의 프로듀싱을 거쳐 투박한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주 낯설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 앨범에 참여했던 멤버들은 음반과 공연이 '대박'을 터뜨린 뒤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성악'에 관심있는 사람은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와 오마라 뽀르뚜온도(Omara Portuondo)의 앨범에서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를 들을 수 있고, '기악'에 관심있는 사람은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나 아프로꾸반 올스타스(Afro-cuban All-stars)의 음반을 찾으면 만족할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취향따라 갈라진다. 보다 재즈의 향취를 느끼고 싶다면 쿠바 재즈, 정확히 말하면 아프로쿠반 재즈(afro-cuban jazz)의 향취를 찾아 나설 것이다. 이때 피아니스트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와 그가 이끌었던 '슈퍼그룹' 이라께레(Irakere)를 만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저명한 트럼펫 연주자 아르뚜로 산도발(Arturo Sandoval), 색소폰 주자 빠뀌또 드리베라(Paquito D'Rivera)가 이라께레를 거쳐갔다. 만약 곤살로 루발까바(Gonzalo Rubalcaba)까지 만났다면 제대로 간 것이다. 꾸바 재즈가 한국인 취향의 재즈에 비해 '조금 딴따라 같다' 고 느낄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초보자들은 여러 종의 컴필레이션 앨범들 중에 골라잡는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보다 순수한 꾸바의 느낌을 찾는다면 '월드 뮤직'으로 마케팅되는 '진짜' 룸바를 듣는 것이 좋다. 무네뀌또스 드 마딴사스(Los Munequitos de Matanzas)는 전미 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룸바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아프리카의 뿌리'가 강하므로 '월드 뮤직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또하나의 대안은 쏜(son)의 원류를 찾아가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잠시 언급된 고(故)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Arsenio Rodriguez)의 1930-40년대 레코딩들은 조악한 음질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주는 진정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그는 맹인이었지만 각종 악기를 다룬 놀라운 존재였다). '꾸바 음악에는 이렇게 오래된 것들밖에 없나?' 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의외로 없다. 1959년 혁명 이후 '고립의 시기'인 40년 동안 꾸바 음악의 국제적 전파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리는 빗장을 가로지르는 법이다. 서방 세계의 포크, 록, 소울이 꾸바에 전파되어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꾸바산(産) 음악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누에바 뜨로바(nueva trova)와 쏭고(songo)다. 누에바 뜨로바는 한국으로 치면 '민중가요'같은 것이고 라틴 아메리카 제국의 누에바 깐씨온(새노래)과도 비슷하다. 개중에는 조야한 선동가요도 있지만, 1970년대 중반 경 등장한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와 빠블로 밀라네스(Pablo Milanes) 등의 음악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음미하기 이전에 '아름다운 곡조'가 귀를 잡아끄는 고품격 팝이다. 최근 수입된 체 게바라 트리뷰트 음반 [Hasta Siempre Comandante]에 세 곡이 수록된 까를로스 뿌에블라(Carlos Puebla)는 이들의 '원조' 쯤 되는 전설적 인물이다(정보 1: 최근 발간된 만화책 [체 게바라](알베르토 브레시아(Alberto Breccia) 그림, 엑토르 오에스테르엘드(Hector Oesterheld) 글, 남진희 역)를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제격이다). 쏭고는 후앙 포르멜(Juan Formell)이 30년 동안 이끌고 있는 꾸바 정상의 밴드 반 반(Los Van Van: 영어로 'the Go Go'라는 뜻)으로 대표된다. 족보를 따진다면, 유럽의 뿌리가 강한 차랑가(charanga)와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쏜(son)을 종합한 스타일이다. 드럼과 퍼커션으로 만든 독특한 리듬에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가미한 꾸바의 현대적 대중음악이다. 영미의 팝, 재즈, 소울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까리브해의 정열적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상큼하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정보 2: 후앙 포르멜의 아들로서 미국으로 망명한 후앙 까를로스 포르멜(Juan Carlos Formell)의 음악에서는 누에바 뜨로바와 쏭고의 '종합형'을 들을 수 있다. 1999년 발표한 그의 데뷔 앨범은 개인 추천 1위다). 최신의 꾸바의 대중음악을 듣고 싶으면 쏭고가 업데이트된 띰바(timba)를 찾아야 한다. 띰바는 이제까지의 꾸바 음악보다도 더욱 뜨겁고 열광적이다. 퍼커션의 긴밀한 리듬, 계속 변하는 리듬 패턴, 공격적이면서도 화려한 관악기, 선창과 후창이 반복되는 보컬 등이 즉흥감 넘치는 사운드다. 뭐랄까 댄스 리듬을 좋아하면서 재즈의 악기편성과 실연주도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음악이다. NG 라 반다(NG La Banda: '신세대 밴드'라는 뜻)와 차랑가 아바네라(Charanga Habanera), 마놀린(Manolin) 등이 대표적 존재고, 요즘은 반 반도 밴드를 재정비해서 띰바를 연주하고 있다. 꾸바 당국이 '특별한 시기(periodo especial)'라고 부르는 경제난의 시기에 띰바는 꾸바 인민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을 잊고 춤추면서 즐기는 음악이 되어 있고, 미국 시장에서도 라틴 음악의 주류인 살사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꾸바가 여러 불리한 조건을 딛고 음악의 강국이 된 것은 '멀티'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우아함(elegance)와 아프리카의 열정(passion)이 모두 살아 있고, 양자의 교접을 통해 여러 혼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순수한', '정통' 꾸바 음악을 찾아서 까리브해의 이국적 감정에 젖어보는 것도 괜찮지만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느끼는 게 더 좋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고? 가 본 적이 없으니 인용으로 대신한다. "당신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라이브 뮤직을 들으면서 춤출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꾸바다. 다음 날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꾸바 인민들은 밖에 나가서 춤을 추고,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모든 사람들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다". 정보 3: 여기로 오면 여기 소개된 꾸바 음악의 몇 곡의 샘플을 들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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