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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저런 축제성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런 현상은 역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에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개최 그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을 넘어 '질'을 짚어보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대부분의 행사들은 '관이 주도하는 위민잔치' 이상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개중에는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기획도 있고, 이런 경우는 '인디', '독립'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독립', '인디'라는 말이 시중에 널리 회자된 지도 5-6년은 지난 것 같다. 그 동안 인디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내렸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독립예술제'라는 이름의 행사가 4회 째를 맞이하고 있으니 아무 성과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대중음악계를 예로 들어 말하면 크라잉 넛, 노 브레인, 델리 스파이스 등은 '주류'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고, 이미 스타로 자리잡은 자우림의 경우도 '한때는' 인디 문화 언저리에 있었던 적이 있으니 말이다. 지난 7일부터 홍대앞에서 열라고 있는 제 4회 <독립예술제>는 고성방가, 내부공사, 암중모색, 이구동성, 중구난방이라는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고성방가는 음악, 내부공사는 시각미술, 암중모색은 영화와 비디오, 이구동성은 연행 예술, 중구난방은 거리예술을 말한다. 이미 축제를 찾은 사람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이제 인디 문화는 여러 갈래로 확산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기획과 실무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행사를 찾는 사람들도 그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행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 <독립예술제>는 '홍대앞'이라는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또하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오렌지족의 유흥장소' 뿐만 아니라 라이브 클럽, 미술가의 작업실 등 상이한 문화 공간이 공존하면서 독특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곳이고, 그래서 1990년대 초중반 인디 문화의 산실이 되었다. '매스 미디어가 조장한 인디 문화의 거품'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독립예술제>가 홍대앞으로 돌아온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차분히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의 반영으로 보인다. 원론적이지만 '인디(indie)'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어 보자. 이 용어가 '인디 레이블'에서 유래한 경제적 개념으로서 거대 기업조직이 아닌 '자영업'으로 운영되는 문화생산의 단위를 말한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영미권 등 서양 사회에서는 1970년대 후반 이후 "너 스스로 해라(Do It Yourself)"라는 윤리적 개념을 파생시켰다는 점도 이제는 상식에 속한다. 이 나라들에서 인디 문화는 20여년의 기간 동안 주류의 대중문화를 자극하고 견제하면서 나름의 존재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인디 문화가 '과연 상업적 대중문화로부터 독립적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일반적 문제 이상의 문제가 있다. 한국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회'에서는 주류세계에 진입한 사람들이 '문화적 주체'가 되기는 힘들다. 짬짬이 생기는 '여가 시간'은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거나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쉬는' 시간일 뿐이다. 그러니 인디든 뭐든 문화생산의 현장을 찾는 일은 '고된' 행위다. 여기서 길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교육제도, 주택제도. 가족제도 등도 젊은이들에게 '자립'의 윤리를 심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디 문화가 잘 되기 위해서
전반적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셈인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항의가 빗발칠 것 같고, 현실적으로도 이런
'급진적' 개혁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전망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
<독립예술제>를 포함한 '인디 문화'는 당분간 '그들만의 축제'로
머무를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그들'은 문화적 생산의
욕구가 왕성한 존재들이고, 축제란 원래 힘든 일은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즐기려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즐겁게 노는 와중에 '생각'도 하고,
'개혁'도 하고 그게 '마음의 혁명'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 관련 사이트
독립예술제 홈페이지
http://www.indiefestival.co.kr * [동아일보]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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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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