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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펑크란 과연 무엇일까 '조선 펑크'란 무엇일까. 일단 편의적으로 펑크라는 이름의 국제적 바이러스가 조선땅에서 숙주를 만난 것이라고 정의해 두자. 그러니 일단 음악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오이(Oi)'니 '쓰리코드'니, 하다못해 '오방'이니 하는 그 동네의 생소한 용어를 알려면 별 수 없다. 물론 이름부터 따분한 '모모 개론' 교양과목처럼 졸리고 따분하진 않고, 시험도 리포트도 없으니까 긴장할 필요는 없고. 우선, 길거리에 나가 펑크에 대해 아느냐고 마이크를 들이대거나, 옆의 친구한테 펑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이상한 놈(혹은 이상한 년)' 취급받을 수도 있으니까 주의할 것.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펑크는 힙합이나 록처럼 기본 회화 단어가 아니라는 의미에서다(타이어 어쩌구 하는 얘기는 썰렁하니까 집어치우자). 펑크도 그런데 하물며 조선 펑크는 어쩌랴. 오히려 필이 팍 꽂히나. 혹시 '조선'이란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 요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조선'일보에 호감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니, 대화는 포기하는 게 좋겠지만. 펑크라는 전문 음악 용어 대신, 크라잉 넛(Crying Nut)이나 그들의 노래 "말 달리자"로 대화를 시작하면 비교적 쉽게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물론 중장년층이면 좀 곤란하다). 모 회사 아이스크림콘 CF나 벨소리 CF 얘기, '귀엽다' 또는 '골 때린다' 등등. 하긴 "말 달리자"는 30대 직장인들도 노래방에서 '함께 망가지는' 레파토리로 애창되는 곡이고, 청(소)년층이라면 [이소라의 프로포즈]나 [수요 예술무대]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대학 축제 같은 데서 한두 번은 연주를 보고 들었을 테니까. 펑크에 대한 일반적인 음악적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달리는' 음악이다. (템포는) 빠르고 (소리는) 시끄럽다. 조금 차분하게 묘사해 보자. 머리카락은 야채색으로 물들이고 막 걸친 듯한 의상을 입은 밴드가 조야하고 공격적인 3-4분 짜리 노래를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연주한다. 보컬은 '되는 대로' 노래하는 것 같아서 가사를 알아듣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달리는 사운드에 마구 질러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TV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너를 사랑해", "넌 내 거야"라는 식의 가사와는 다를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애들의 나이는 엇비슷해도 무언가 좀 다르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래서 주마간산 식으로라도 펑크라는 바이러스의 원형에 대해 살펴보자. 무협지 읽는 기분으로 읽도록. 펑크 국제적 역사: 무협지 버전 펑크의 발원지로는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중소도시(혹은 그 변두리)의 차고가 거론된다. 웬 차고? 웬만한 가정에는 차고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의 가옥구조를 떠올려 보자. 당시 선풍을 일으키던 비틀스 같은 스타 밴드에 영향받은 동네 총각들이 심심풀이로 차고에서 이들을 흉내내었는데, 이들이 바로 펑크의 선배 형님들인 거라지 밴드(garage band)이다. 장비도 열악하고 음악 수준도 대단치 않았지만, '단순하면서도 거칠다'를 매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취향에는 어울릴 것이다. 아, 물론 이들의 음반을 구매해서 들어보았다가 항의하지는 말길. 비슷한 시기 뉴욕에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라는 존재가 있었다. 한국 영화 [접속]에 삽입된 "Pale Blue Eyes" 때문에 이들을 발라드나 연주하는 밴드로 알았다가는 망신당하니 조심하자. 발라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의 음악 대부분은 시끄럽고 원초적이고 단조로운 사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뉴욕이 어떤 곳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들이 모인 곳 아닌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들도 순수음악을 공부한 사람이 있는 등 잘난 사람들이었지만 주류 사회와는 거리를 두고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물론 그게 더 잘난 척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유의하라). 1970년대에 접어들면 뉴욕의 CBGB's같은 클럽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후예들인 뉴욕 돌스(New York Dolls), 레이먼스(Ramones), 텔레비전(Television), 패티 스미스(Patti Smith) 같은 이들에 의해 펑크가 배양되었다. 물론 이들은 대체로 언더그라운드에 잠복해 있었다. 펑크가 지상으로 '폭발'한 곳은 1976년 영국 런던의 뒷골목과 클럽이었다. 펑크의 상징이 되어버린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는 찢어진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공연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공영방송에 출연해 "f**k" 따위의 육두문자를 남발하기도 했다. 이들을 필두로 한 일군의 펑크 밴드들은 런던의 클럽가는 물론 영국 사회 전체에 문화적 충격을 던져 주었다. 'IMF 구제금융'으로 대영제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런던 펑크는 '미래가 없는' 노동계급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을 비등점을 넘어 폭발시킨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한 노래 제목처럼 '대영제국의 무정부상태(Anarchy in the UK)'였다. 그게 정말인지 한번 해본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이글스(Eagles) 같은 '한때 반항적'이었던 록 밴드들도 이들의 공격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걸 보면 꽤 심각하긴 심각했던 모양이다. 반복적이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리듬, 거칠게 긁어대는 기타 사운드, 신랄한 가사에 되는대로 지껄이는 보컬 등 '거두절미', '단순함과 거침'은 지금까지도 펑크의 원형으로 남아 있다. 펑크는 1980년대에는 다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숨죽이고 있었지만 1990년대 초 다시 폭발했다. 1991년 시애틀 출신의 너바나(Nirvana)를 필두로 등장한 그런지 록(grunge rock)은 이내 삐까번쩍하고 쌔끈했던 1980년대의 주류 팝과 메탈을 대체했다. 주류 메탈이란 본 조비(Bon Jovi)나 김경호를 떠올리면 얼추 맞다. 그런지 록이 '펑크를 계승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펑크가 재조명되었다. 물론 그런지는 펑크와 메탈, 그리고 다른 음악 장르들이 뒤섞여 있어서 펑크의 직계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 1994년 그린 데이(Green Day)라는 밴드가 등장했고, 고전적 펑크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이들을 뉴 펑크(new punk)라고 부르게 되었다. 짧은 곡의 길이, 빠른 리듬, 벅벅 긁어대는 기타 사운드 등은 고전적 펑크와 비슷했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있어서 '팝'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펑크라는 바이러스에는 이제 백신(vaccine)도 개발된 듯한 느낌이 든다. 잠시 용어 정리 여기서 잠시 용어 정리를 하겠다. 이런 건 펑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는 척하기 좋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펑크를 말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아마추어리즘, 쓰리코드주의, DIY(Do It Yourself) 등은 실은 별 게 아니다. 펑크 뮤지션들은 애초에 고매한 예술을 하겠다고 악기와 마이크를 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상에서 느낀 희노애락(물론 喜나 樂보다는 怒와 哀가 비중이 컸지만)을 적나라하게 분출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펑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무엇'이 되어버린 록 음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음악으로 돌려놓았다. '돌려놓았다'고 말한 것은 탄생 초기의 록 음악, 즉 1950년대의 로큰롤은 단순하고 원초적이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화성은 필요없고 세 개의 코드면 충분하다는 쓰리코드주의, '누구나 할 수 있다(Anyone can do it)'와 '네 스스로 하라(Do It Youself)'는 윤리 등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이런 단어를 '주류 록 음악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전복이었다'라고 사용한다면 그냥 흘려들으면 그만이다. 음악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서 개나 소나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기교가 우선이 되는 주객전도의 현실이 있다면 펑크는 그에 대한 항생제로서의 의미는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펑크의 전개 이상의 이야기를 들으면 '흠, 조선 펑크란 팝송 좀 들은 애들이 1990년대의 그런지나 뉴 펑크와 영향을 받아 만든 음악이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아류'라고 치부하면 그만인가.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아류이므로 그렇게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조선 펑크는 무엇보다도 1980년대 한국 록의 주류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출발했다. 앞에서 김경호를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 '로커'들은 대체로 헤비 메탈 밴드 출신이고, 하나같이 '똥폼잡는 사나이'들이다. 이 사나이 로커들은 펑크를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헤비 메탈 공동체에서는 '테크닉'과 '예술성'이 대단치 않은 연주력을 보여주는 평크는 논외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5년에는 펑크로 '변절'한 이들이 TV에 등장했다. 신성우, 장호일을 중심으로 결성된 지니(혹시 "뭐야 이건"이라는 곡을 기억하나요?), 강기영, 박현준이 이윤정을 앞세우고 결성한 삐삐밴드("안녕하세요"와 "딸기"를 기억하나요?)가 그들이다. 이들을 '사이비 펑크'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말하는 '조선 펑크'와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보다 언더그라운드 성향이었지만 황신혜 밴드라는 골때리는 존재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쨌든 '아저씨 펑크'였으므로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하자. 조선 펑크의 온상은 1995년 서울 홍대앞이라는 곳에 있는 몇몇 클럽이었다. 이 흐름은 당시 홍대앞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지금은 많이 망했다 -_-) 라이브 클럽에서 형성된 '인디 음악'의 일부이자 그 선두였다. 특히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과 그곳에서 연주를 하던 크라잉 넛, 노 브레인(No Brain) 등은 조선 펑크의 실체를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드럭>을 거점으로, 크라잉 넛과 노 브레인에 영향받은 일군의 펑크 밴드들이 등장하면서 조선 펑크의 세가 형성되었다. 조금 더 무지막지한 음악을 하는 애들은 <하드코어>라는 클럽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1998년 경 노 브레인이 드럭을 나와서 '문화사기단'이라는 이름의 단체(사업체이자 운동체)를 결성하고 조선 펑크는 공시적 이름이 되었다. 특히 [조선폭도맹진가](2000)라는 앨범이 '펑크'를 '조선'과 결합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조금은 과대망상이 있는 셈이다. 조선 반도의 남쪽의 수도 서울의 한 지역에서 만들어졌으면서 조선 전체를 대표하는 펑크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북조선 펑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남조선 펑크라는 말은 필요없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노 브레인 이전에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가 조선 펑크 최초의 히트곡이 되었다. 꼭 히트곡이라서가 아니라 이 곡은 조선 펑크의 특성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송가가 된 "말 달리자"는 기성의 생각이나 패배주의적 통념들을 부정하면서 위선적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소신대로 나아가자고 선언하는 노래다.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야 해 / 모든 것은 막혀 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 닥쳐! / 우리는 달려야 해 거짓에 싸워야 해 말 달리자-." 아직 20대 초반의 치기 같은 면이 느껴지는 건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아저씨라서 그럴 것이다. 어쨌든 아저씨라도 이 곡을 들으면 삶에 대한 건강한 고민, 자신의 뜻과 방식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된다. '건강하다'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도전적인 젊은이들이군...'이라는생각은 든다. 펑크의 조선化 가사는 대체로 직설 화법을 취하고 있다. 20대 초반 또래의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는데,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펑크 로커로서의 자의식, 음악과 관련한 일상 공간이라 할만한 클럽 생활에 대한 얘기, 이성 친구에 대한 얘기 등이 펼쳐지곤 한다. "엄마는 내게 말했지 넌 좋은 데 시집가야 해 / 난 내 친구들이 더 좋은데 어제 만난 부잣집 남자 / 내게는 안 어울리는 걸"(크라잉 넛, "갈매기"). "우연한 찾아간 중국집 너무나도 예쁜 애 있었어 / […]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면 바보처럼 아무 말 못했지 / 내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할 말은 짜장면 곱빼기 / 홍콩반점 둘째딸 / 탕수육 먹고 싶었어 하지만 돈이 없어"(펑크 플로이드, "홍콩반점 둘째딸"). 조선 펑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직선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무시하고 노래 멜로디만 따로 살짝 뽑아서 들어보면 '가요'나 '동요'의 느낌이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단 귀에 잘 달라붙고, 몇 번 들으면 따라 부를 정도가 된다. 곡조가 귀에 쏙 들어온다는 앞서 말한 1990년대 뉴 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헤비 메탈 밴드인 크래쉬의 노래가 무언가 '가요 같지 않다'면, 크라잉 넛의 노래는 '가요 같다'. 최근에는 트로트를 비롯하여 흘러간 가요의 분위기도 차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 브레인의 "바다 사나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선 펑크가 차용하는 왕성한 스타일들은 폴카, 탱고, 블루스, 재즈, 심지어 만화영화 주제가와 복음성가 스타일까지 다양한데, 대개 동시대적이라기보다는 흘러간 옛 음악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조선 펑크가 단지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이 조선사람(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펑크의 조선화'가 음악적 스타일로 정착된 것이라면 바로 이런 측면이다. 이런 변화는 대체로 1999년 완성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을 가사로 표현하고 사회의식을 드러내는 주제가 있는 점도 조선 펑크의 또하나의 측면이다. 조선 펑크에서 매스 미디어, 인터넷, 돈, 사회구조, 교육, 경찰 등에 관해 통렬하게 비판하는 가사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서태지가 은퇴를 번복하고 활동을 재개한다고 했을 때 '안티 서태지' 공연을 열었던 일이나, 노 브레인이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던 중 일본의 욱일승천기(일제시대 해군기)를 찢어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은 조선 펑크의 문제의식의 일단을 드러낸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자 그 누구라더냐! / 저 철옹성을 쳐부수고서 힘차게 맹진 하노라 / 짓밟힌 자들의 처절한 복수이로다" 같은 살벌한 가사는 그저 '장난은 아닌' 것 같다.(노 브레인, "청년폭도맹진가"). 물론 조선 펑크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재미와 놀이'이다. 물론 주류 댄스가요는 10대 시절에는 재미를 안겨준다. 그렇지만 20대 대학생이 된 다음에도 계속 재미를 느끼기에는 무언가 조금 민망하다. 반면 1980년대까지 진지한 음악의 대명사였던 록 음악이나 포크 음악은 재미와 놀이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록 음악의 팬이라면 조선 펑크로 인해 '진지한 경청'의 대상이었던 록 음악에 재미와 유머가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 펑크는 가사나 사운드의 어이없는 반전이나, 과장과 치기의 삽입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아예 이박사 식 뽕짝 메들리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노 브레인, "전자 펑크 리믹스 메들리"). 또 공연 때 플로어에서 청중의 몸과 몸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순간도 놀이로서의 유희가 개입되어 있다. 아니면 싸움 난다. 그런데 조선 펑크에 크라잉 넛과 노 브레인밖에 없냐고 물어볼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이들 말고도 진짜 아마추어 펑크 밴드는 꽤 있으며, 스컹크, GMC 같은 펑크(혹은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들도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 펑크는 밴드 중심의 문화에서 팬 중심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홍대앞의 놀이터에는 갈곳없는 펑크족들이 주말마다 모여 함께 밤을 지새고 있다. 물론 엄마·아빠들은 이런 애들을 생양아치라고 말하면서 자식들이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무슨 조직폭력배나 불량청소년들도 아니다. 이들에게 조선 펑크는 한 명의 젊은이로서 갑갑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작가라는 필명을 가진 펑크 이론가의 말처럼 "펑크는 청년문화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크고 작은 부침은 계속될지언정 아예 소멸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펑크는 생활이기 때문에". * 이용우(pink@nownuri.net) 와 함께 씀. * [TTL 매거진]에 수록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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