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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홈페이지에 가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리뷰한 음반의 종수를 세어보니 200개에 육박한다. 외부에 공개하기 차마 민망한 글을 포함하면 200개를 훨씬 넘을 것이다. 1년이 52주이니 156주에 200개를 리뷰했으므로 한 주에 하나 이상의 음반을 듣고 쓴 셈이다. 음반 리뷰 형식이 아닌 음악과 관련된 글까지 더하면 두 배가 넘을 것이다. '참 많이도 썼다'는 생각과 더불어 '도대체 그렇게 써서 이룬 게 무엇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렇듯 음악 비평이라는 업(業)은 '원초적 질문'과 대치해야 한다. 원초적 질문이란 '그런 게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형식을 취한다.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그래도 음악비평은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면 그것처럼 맥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한 전략은 "나라도 내가 음악비평가가 아니었다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질문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말을 잠재울 수 있으랴... 그래서 내가 관여하고 있는 웹진 [weiv]의 게시판은 "집어 치워라"는 류의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진정한 분노인지 공연한 시기인지를 분간하는 일은 별반 중요하지 않다. 나름의 합당한 지적인지, 단지 스트레스 해소용 배설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정신건강을 다스리는 요령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간혹 저런 글에 대해 [weiv]를 옹호하는 사람이 '대리전'을 치뤄줄 때는 더없이 고맙고 반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로 우쭐해지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음악 비평이란 자긍심보다는 자조감이 더 강한 업이다. 이렇게 말하면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에 파리만 날릴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다. 무엇보다도 음악비평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패한 뮤지션'이다. 아무리 후진 음악이라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이 남이 만들어낸 걸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보다 나은 것은 당연하다. 혹평이 나오는 것은 "저런 것도 '뮤지션입네'라고 설치고 있다니..."라는 다분히 시기 어린 반감 이상이 아닐 때가 많다. 게다가 요즘에는 이런 일반적 속성과 함께 상황적 요인까지 겹친다. 별 말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서울 일부에서의 활기는 온데 간데 없고 기분 축축 처지는 일들만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음악비평동인'이라면서 얼트바이러스(alt.virus)라는 유령단체를 만들었던 1995년 무렵의 일도 이제는 '역사'나 '과거'처럼 느껴진다. 록 밴드가 레코딩하듯 집단 저작을 발간하고, 프로듀서가 믹싱하듯 글들을 리믹스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이제는 다시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1980년대 이전에 음악과 관련된 공동체들에 대해 여기서 언급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공동체'라는 남루한 단어는 '커뮤니티'라는 쌔끈한 단어로 대체된 지 오래다. 생활을 같이 하는 끈끈한 공동체가 취향을 공유하는 가벼운 동호회로 변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 우리는 문화연구자 일각에서 디지털이니, 사이버니 하면서 떠들던 일의 태산명동 서일필한 결과 속에 살고 있다. 뭐랄까 신체성이 소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소멸한 것이 아니라 소멸하지 않고 부딪힐 경우 피곤한 경험들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슬슬 피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편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음악 비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weiv]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의 한 부지(site)에 숨어들던 시점이 1999년이었다. 20세기를 넘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오프라인'에서 나오는 음악잡지들이 선발자를 제외하곤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반면, [weiv]는 2년을 넘기고 있다. 내가 봐도 신기하니 다른 사람이 보면 더 신기할지 모른다. 최근에 한 동료는 "'뭔가 해보자'가 아니라 좀 슬슬 하더라도 꾸준히 하자... 이렇게 하니깐 뭔가 되는 거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아, '훌륭한 퀄리티를 가진 웹진이 장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한심하다는 시선은 거두어주기 바란다. 이런 게 그저 자기위안에 그치는지 아니는지를 검토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야겠지만 짤막하게만 밝히자. 비평가라는 존재가 '전문가(expert)'를 지향한다면 해석자(interpreter)와 입법자(legislator) 사이에서 동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해석자와 입법자가 무엇이냐고? 다음 호로 슬쩍 피하자. 그런데 아무래도 이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어떡하지? 20020116 * [컬티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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