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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료 문제, 왜 이렇게 꼬이는가

음악 저작권에 대한 입장을 누군가 물어오면 영 곤욕스럽다. 한편에서는 저작권이란 기본적으로 '부르주아적 권리'라는 원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 같은 캠페인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는 좀 멋적다. 저작권으로부터의 인세(이른바 로열티)를 받는 것은 마치 건물을 가지고 임대료 수입을 얻는 것이나 똑같다. 그건 '재산소득'이자 '불로소득'이므로 아주 불가피하지만 않다면 가급적 적은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게 대학시절 마르크스의 책을 읽은 탓에 생긴 발상인지, 아니면 집주인한테 지친 세입자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라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

그런데 한국의 음악산업에서 이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건 '이론만 알고 현실은 모르는' 것이라는 면박을 받기 쉽다. 간단히 말해서 한국에서는 저작권자인 작곡자(songwriter)의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 한국의 시스템은 '반부르주아적'인가? 말도 안 된다. 만약 음악 저작물이 무상으로 '공공의 이해'에 봉사하고 있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여름호에 '편집음반'에 관한 글을 실으면서 설명한 바 있다. 그때 썼던 글을 인용해 보자.

"한국에서는 음반의 판매량에 비례해서 로열티(혹은 인세)가 지급되지 않는다.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면 저작권료의 두 종류 가운데 실연료(performance royalty)는 음원의 실연 횟수에 비례하여 지급되지만, 복제료(mechanical royalty)는 음반 복제본의 판매량에 비례하여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한 곡당 일정한 액수를 지급하는데 이런 정액제를 업계에서는 '곡비'라고 부른다. 조금 더 세분하면 작곡가에게는 작곡료, 작사가에게는 작사료, 가수에게는 가창료가 지급된다. 곡비를 지급받으면 곡에 대한 권리 모두가 음반사에게 '포괄적으로 이용허락되는' 셈이다. 따라서 음반이 많이 팔리든 적게 팔리든 본래의 저작권자의 수입은 동일하고 추가적 수입은 거의 없다. 마치 삼성전자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으면 자신들이 만든 삼성 텔레비전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처럼, 곡비를 지급받으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소멸하는 셈이다.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음반이 많이 팔리는 경우 저작권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런 방법은 어쨌든 '변칙'인 셈이다. 특히 무명 음악인의 경우 지명도가 높지 않아 투자의 회수가 불분명하므로 "작곡료, 작사료, 가창료를 일체 받지 않는 대신 제작 및 홍보 비용일체를 회사가 부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글은 한국에서 저작권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너무 복잡해서 이야기가 이리저리 꼬인다. 현실이 너무나도 꼬여 있어서 '저작권자 대 음악산업'이라는 구도로 설명하기도 곤란하다. 이렇게 복잡한 현실 때문인지, 한국 저작권협회는 2002년부터 발매되는 모든 음반에 대해 인세제를 시행한다고 공표했다가,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인세제를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이유를 조금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현재 한국에서는 음반의 제작자(기획사 혹은 음반사)가 작사자 및 작곡자(이하 '작곡자'로 약함)로부터 신곡을 '구매'한다. 이를 '곡비(曲費)'라고 부르며, 인세제가 아니라 정액제에 속한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곡비의 수준이 작곡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히트곡 제조기'라고 불리는 몇몇 작곡가의 경우 한 곡 당 1,000만원을 넘는다는 설이 있는 반면, 무명 작곡가의 경우 수십 만원대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 인용문을 읽으면서 작곡자가 제작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관계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요는 현재의 정액제는 로열티라기보다는 일종의 계약금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따라 작곡가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부의 유명 작곡가들은 인세제보다는 정액제를 선호할 수도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1년에 10만장 이상 팔리는 음반이 5% 정도에 불과한 가요계 현실에서 계약금 없이 인세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곡?작사가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1년 이상의 인세제의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름 아니라 저작권협회 등 음악산업에 대해 작곡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인 대중음악 작가연대의 목소리다.

나아가 12월 26일 윤상, 윤일상, 지예, 이승호 등 6명의 작곡가들이 인세제 도입에 반대하여 저작권 협회를 탈퇴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들이나 작가연대가 '보수적 기득권자'로서, 공평하고 투명한 수입의 분배를 기하려는 인세제에 반대하는 셈인가? 현상만 보고 판단하기는 곤란하므로 저작권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검토해 보자. 새로 시행할 인세제에 따르면 1곡 당 사용료(인세)는 음반 판매가격의 7%를 수록곡 수로 나눈 금액이 된다. 즉, 앨범 하나에 수록된 대략 10곡 가운데 타이틀곡인가 아닌가, 혹은 히트했는가 아닌가에 관계없이 모든 작사?작곡자가 똑같은 금액을 받는 것이 새로운 제도의 내용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제도가 '현실을 무시한 처사'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사항은 한국에서 '앨범'이라고 불리는 음반들 대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앨범'이 아니며, 싱글 음반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음반을 앨범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생겼을 뿐이라는 점이다. 대중음악에서 '진정한 의미의 앨범'이란 1960년대 영미권에서 처음 등장했고, 그때의 의미는 마치 스냅 사진 중에서 기억해 둘만한 것만을 골라서 추리는 사진 앨범처럼, 해당 음악인의 레코딩된 곡들 중에서 두고두고 들을 만한 곡들만을 골라서 추리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히트 싱글'처럼 유행할 때 몇 번 듣고는 치워버리는 싱글 음반과 달리 앨범 음반은 '내구적 소장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앨범 판매량이 싱글 판매량을 압도한지 오래 되었고, 앨범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싱글 판매량과 앨범 판매량은 구분되어 집계되고 있다.

한국의 음반시장은 그렇지 않다. 1950년대 말 처음 비닐 LP(long play)가 도입되면서 1960년대 초 SP(short play)는 사라졌고 그 결과 모든 음반은 형식적으로는 앨범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형식적으로만 그럴 뿐 내용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한국에서 제작되는 앨범들 대부분은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들을만한 곡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나의 앨범에서 A급 작곡가가 만든 곡이 한두 곡이고, 나머지는 B급 내지는 C급 작곡가의 곡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에 대해 동일한 인세를 지급하겠다는 저작권협회의 발상은 이런 현실을 간과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작곡자들이 인세제에 반대한다면 '이미 자리를 잡고 높은 수입을 올리는 작곡자들이 자신의 수입이 적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반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매우 '꼬인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작곡자들에게 더욱 근본적인 불만이 있다. 그것은 음반 판매량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음반산업협회가 매월 음반판매량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음반협회의 회원사들인 각 음반사들이 통보하는 것을 옮겨놓은 것일 뿐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투명한 집계와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음반 판매량 집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음반 판매량에 따라 로열티를 지급받는 방식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힘들다. 판매량에 따라 '사후적으로' 인세가 지급되는 방식은 합리적인 것이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경제학의 용어를 원용한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작권협회의 그동안의 운영에 대한 불만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1999년 이후 저작권 관리의 '허술함'과 저작권 협회의 '비리'는 언론 지상을 통해 연속으로 제기된 바 있다. J 일보의 기사를 챙겨서 기사 타이틀 몇 개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저작권위반 작곡가 저작권협회장 취임 물의"(2.20), "음악저작권협회 불법음반 제작 수억 대 챙겨"(3.16), "음악저작권협회 감사 구속"(5.26), "가요 관련 한해 수입 230억…저작권료 어디로 새나가나"(12.12) 등등.

이들에 이어 1월 4일에는 YG 기획(구 양군기획)의 소속 뮤지션들도 단체로 저작권협회를 탈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우리의 유일하고 소중한 권리인 저작권이 제3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작권협회가 '제 3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YG 기획은 ㈜YG 퍼블리싱이라는 민간 음악출판사를 설립하여 앞으로 자신들의 소속 음악인의 저작권은 저작권협회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한국에 '민간' 음악출판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과 긴밀하게 연관되는데, YG 기획의 경우 민간 음악출판사를 설립하여 스스로의 저작권을 관리하겠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저작권협회에 의한 이른바 '집중관리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집중관리제도란 실질적으로 저작권협회에 의한 저작권산업의 '독점'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ASCAP, BMI, SESAC 이라는 복수의 저작권 단체가 존재하므로, 저작권협회가 '모든' 작곡가들의 재산권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협회는 개별적 예외를 불허하면서 "앞으로 회원의 신고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경고, 저작권료 분배 중지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니까 제작자와 작곡자 사이에 진짜 상호합의를 거쳐 정액제를 선택하는 것도 불허한다는 경직된 입장인 셈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저작권료와 관련된 이상적 모델을 도출해 볼 수도 있다. 대략 정리하면, 1) 모든 곡이 일정한 질(quality)을 보유한 진정한 의미의 앨범의 제작 -> 2) 음반판매량 집계의 전산화를 비롯한 음반배급의 투명화 -> 3) 저작권 협회에 의한 음반판매량의 정확한 관리(혹은 또 하나의 저작권단체의 설립) -> 4) 음반판매량에 비례하는 인세의 사후적 지급 정도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작곡가들은 2)와 3)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4)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것이고, 저작권협회측은 4)가 시행되면 2)와 3)은 사후적으로 정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어쨌든 12월 12일 새로운 저작권협회장으로 유영건 (전)작가연대회장이 당선되고 작가연대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인세제는 다시 한번 1년 유예되었다. 지난 1999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문제는 과연 그 동안 시스템의 '종합적' 정비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문제다.

서두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한국의 대중음악 작곡가들은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기득권을 누리면서 불공정한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불행히도 글을 마치는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저작권협회가 도입하려는 인세제가 수입의 합리적 분배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작권협회의 전횡을 통해 작곡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어쨌거나 확고한 입장을 취하기 난감한 현실 앞에서 한국의 '음악판'을 바꾸는 일은 '정치판'을 개혁하는 일처럼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당사자들끼리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런 협상력도 별로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는 말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 아, 꼬인다. 20010121

* [황해문화]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