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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L 세대들에게 록 음악은 '아저씨들의 음악'일 것이다. 여기서 '아저씨'라는 말을 '386세대'라고 바꾸면 기분 좋아질 아저씨들도 있겠지만, 개중에는 더 불쾌하다는 투로 나올 아저씨들도 있으니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아저씨들이 '록의 시대'를 진하게 경험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개중에는 젊은 시절 머리를 길게 기르고, 검은 가죽 점퍼를 걸치고, 청바지에 양손을 푹 집어넣고 폼잡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왕년에 '한 록커'하던 사람들조차 음악을 포기하고 취직과 결혼을 거쳐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 살다보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과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홍서범 아저씨가 한때 록커였다고 말하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폼잡다'고 언급할 때 폼이란 '개폼' 혹은 '똥폼'이 되어 버렸다. 본 조비나 신성우가 아직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 이들의 '싸나이다운' 모습을 멋있다고 하지 않는다. 한국의 록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트렌드에 둔감한 때문인지 이런 모습은 아직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때만 해도 머리만 기르고 기타만 치면 '여자들이 따라 다니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 이런 록커의 '터프'한 이미지는 감각적이고 세련되어야 할 시대에 시대착오적 유물처럼 보인다. 이건 단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운드의 문제이기도 하다. 록 음악의 사운드는 둔중하고 조야해서 달콤쌉싸름한 것이 득세하는 이 시대에 별달리 호소력이 없다. 한마디로 록은 '구린' 음악이 되었다. 록 음악에 중독되어 팝이나 가요를 경멸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흥...'이라는 한마디 해주면 그만인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의 솜사탕 하모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순수와 관능이 뒤섞인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괜찮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영미 팝 음악이 유독 죽을 쑤고 있으니 '너무 대중적인 취향 아닌가'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조금 더 '매니아' 성향이라고 해도 림프 비즈킷(Limp Bizkit)보다는 '섬유질 청년'인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을 듣는 게 더 '쿨'한 취향이다(그 정도로 '매니아 운운하느냐'라는 항의는 사양합니다 -_-). 아마도 열혈 청년보다는 약간 휘청거리는 듯 섬약한 남자의 초상이 시대의 징후인 모양이다. 림프 비즈킷의 음악은 핌프 '록'이라고 불리는 반면,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은 챔버 '팝'이라고 불리는 것도 상징적이다. 여기서 하나의 특징이 있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건 이래서 좋다..."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반면, 팝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좋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걸 보면 그냥 좋을 때가 진짜 좋을 때인가 보다. 그런 걸 보면 뭐든지 '멋도 모르고' 좋아할 때가 진짜로 '멋'있는 법인가. 20010122 * [TTL] 매거진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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