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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저속하다? 이건 예전에 근엄하신 분들께서 대중문화를 '싸잡아' 비판할 때 사용하던 용어다. 그에 대해 '저항'하는 한 방법은 "그래 나 저속하다, 어쩔래"라는 '배째라주의'식의 전략이다. 이렇게 저속성을 무기로 삼은 대중문화는 '힙합'에서 잘 발견된다. 1998년 경 화제의 인물이 조PD였다면 2001년 이후에는 싸이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듯하다. '대마초 사건'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2집 앨범 [얼씨구]는 저속성이 보다 노골적이다. "18세 이하 사용금지"라는 딱지를 붙여 발매되었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음악이나 사운드의 저속함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므로 논의의 초점은 가사에 맞출 수밖에 없다. 어떻길래? '직업 여성'들을 비난한 타이틀곡 "얼씨구"에 남녀 생식기의 이름이 여과없이 등장한다는 사실로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처녀논쟁"이라는 곡은 제목만 봐도 무슨 가사일지 예상할 수 있고, "신고식"이라는 곡은 이른바 '데이트 강간'을 미화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덕적으로 근엄한 분들뿐만 아니라 여성계에서도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제 싸이를 둘러싼 논쟁은 '저속함'을 넘어 '여성비하'로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 같은 '제 3자'의 주장보다는 당사자의 주장을 들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청소년 보호 대 표현의 자유'라는 구도로 평행선을 그리며 진행되는 논쟁은 비생산적이라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싸이의 출신성분이나 학벌, 최근의 음악외적 활동, 특정 지역의 문화적 코드로 그의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공평하지는 않다. 이 글에서 질문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싸이의 표현이 '재미있는가'라는 점이다. 재미 앞에서는 저속 아니라 저속 할아버지라도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솔직히 말하면 처음 몇 번 들었을 때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건 기본적으로는 금기된 것이 표현되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작위적인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들어맞는 각운이나 마치 거리의 불량배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랩도 자극적이었다. '너도 남자 아니랄까봐'라고 누가 돌을 던져도 할 말 없다. 변명을 겸해 말하자면 무미건조한 보통 대중가요의 보컬과 비교하는 상대평가일 뿐이다. 그런데 여러 번 듣다보니 금방 질리게 된다. 마치 '화장실 낙서'처럼 처음에는 눈이 벌개서 쳐다보지만 곧 그러는 자기가 한심해지고 결국은 무감각해지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배설에는 쾌감이 있지만, 쾌감 뒤에는 배설물을 닦아 내야 하는데, 싸이의 음악에는 그런 '신성한' 절차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싸이의 음악이 주는 재미는 그가 '비판'하는(혹은 비판하는 척하는) '룸살롱 문화'처럼 말초적이고 순간적이다. 20020204 * [Sky Life]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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