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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수 때문에 전국이 시끄럽다. 다름 아니라 '승준이 오빠' 이야기다. 10대들의 열광적 지지는 물론 기성세대들로부터도 귀여움을 받던 '승준 오빠'가 갑자기 '스티브 유'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치 집단 히스테리 증상이라도 벌어진 듯 전국토가 난리법썩이다. 그럴 만도 하다. '병역 기피'는 한국에서는 거의 천형에 가깝다. 오죽하면 자기도 아니고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5년 전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들고 말았다.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국민개병제라니, 아직도 그 나라 전쟁하냐?'라고 픽픽 웃는다고 하지만 그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이상이 아니다. 병역기피는 마약복용과 더불어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야 '군대가는 일'이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겠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나는 해당사항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남학생의 경우 앞으로 4-5년만 있으면 코앞에 닥쳐올 현실이고, 여학생의 경우도 자기 남자친구나 (그때 가면)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저 멀리 간다는 데 그게 어디 남의 일이겠는가. 최전방에서 소총수로 박박 기고 돌아온 아저씨의 좁은 속으로도 멀쩡한 남자가 군대를 안 갔다왔다고 하면 눈이 뒤집히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공익근무나 방위복무를 했다고 해도 속이 쓰린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마음을 차분히 먹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군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해도 나는 군대를 갔을까'라고. 국가관이 그리 뚜렷하지 못한 아저씨로서는 뭐라고 확답할 수 없다. '국가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쓰는 글에서 저희가 뭘 보고 배우겠어요'라고 항의할까봐 한마디 하면, 국가관이 뚜렷한 분들이 너무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얼버무리겠다. 좌우지간 방법이 있다면 빼는 게 능사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를 가는 이유는 국가관이 투철하다거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군대를 갔다올 때의 이득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보다 절대적으로 크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다. 그러니 참고 견디지 아니면 그걸 어떻게 견디겠는가. 그래서 나는 유승준의 선택을 존중한다. 항간에서는 그가 군대를 가겠다고 공언해 놓고 '말을 바꿨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그렇지만 이럴 때만 공인이고, 보통 때는 '딴따라' 취급하는 이상한 분위기를 혐오하던 나로서는 그것도 그리 문제삼고 싶지 않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지도자급 인사'들부터 한 입으로 두 말하는데 도사인 나라들이다. 현재 대권을 차지한 분이나 대권에 도전하는 분들도 말 바꾸는 데 천재들이다. 김대중 현 대통령은 1986년에 "직선제 개헌이 되면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개헌이 이루어지자마자 출마 준비에 바빴던 분이고, 1997년에는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워서 당선되었지만 당선된 뒤에는 흐지부지하게 만들었다. 현재 대권 행차에 박차를 가하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은 경선에 불복하면서 출마했던 분이다. 뭐 야당 지도자들이라고 별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런 분들이 살아남는 이유는 말을 바꾸지 않아서가 아니라 말을 바꾸는 '이유'를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티브 유도 말을 바꾼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영 아니다. '하나님이 어쩌구...' 했다든가 '내가 가진 탤런트(재능)을 어쩌구...' 등등은 무슨 말인지 유심히 들어봐도 무슨 말인지 영 모르겠다. 근데 재능을 가지고 어쩌겠다고? 아저씨는 스티브 유가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서 앞으로 미국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줄 알았다. 그런데 왠 걸? 한 여론조사를 보니 찬반 토론이 '유승준의 국내 복귀'에 대한 것이었다. 에이, 그러면 안 되지. 국적 바꾸면 활동도 거기서 해야지. 이민 갈 때는 그곳에 '정착'하려고 간 거 아닌가. 그러면 경제활동도 문화활동도 거기 중심으로 해야지. * 하이틴 월간지 [틴뉴스](구 포브틴)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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